다시 한 번 비상하라 <탑건 : 매버릭>

36년 만에 의 후속작이 나온다는 의미는 발 킬머의 아이스맨이 영원한 빌런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스맨은 이 시대를 현명하게 사는 성공의 모델이다. 천부적인 파일럿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매사에 자신만만하고 제멋대로인 매버릭에게 ‘적보다 더 위험한 것은 제멋대로인 아군’이라며 따끔한 충고를 했고 매버릭의 윙맨이었던 구스가 사고로 사망했을 때에는 진심으로 애도하며 매버릭을 위로했다. 원리원칙주의자로 교과서적이고 매사에 모범적인 그는 탑건 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이쯤 되면 영화 의 진정한 주인공은 매버릭이 아니라 아이스맨이다. 어떻게 보면 매버릭은 빌런이다. 그는 상관과 동료들의 조언과 질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단독 행동을 일삼고 이 때문에 팀워크가 중요한 훈련에서 매번 실패해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쳤으며 사고까지 당한다. 물론 후반부에서는 친구의 죽음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각성해 아이스맨과 함께 환상적인 팀플레이를 보이며 진정한 성장 스토리를 보이고 있다.

진부한 이야기이지만 영화 은 두 가지 이유로 훌륭한 영화이다. 첫 번째는 비행 장면이다. 토니 스콧 감독은 해군 제트기를 모는 장면을 리얼로 촬영하기 위해 진짜 해군 조종사들을 데려왔다. 실제로 이 영화가 개봉한 다음 해에 미 해군 지원자가 급증했다.
둘째는 매버릭이 탑건이 되기 위한 경쟁에서 1등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1등은 아이스맨이었다. 아이스맨은 얼핏 보면 매버릭과 비슷하게 전투를 리드하는 파일럿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그는 윙맨에 가까웠다. 후반부에서 매버릭을 보좌하며 환상의 팀플레이를 보여준 것이 그 증거이다. 이는 앞에 나서서 전투를 리드하는 주연보다 전투를 훌륭하게 끝낼 수 있도록 옆에서 보좌하는 조연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36년 만에 나온 후속작 에서 매버릭은 전투를 리드하는 위치가 아닌 윙맨의 역할에 가깝다. 1980년대 화려한 기술과 실력으로 앞장서서 전투를 이끌던 청춘스타가 2022년에 청춘들의 멘토로 돌아와 세월이 흘러 후배들을 보좌하고 전투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교육한다. 이는 우리의 인생과 결이 같다. 36년 전 을 보며 뜨거운 열망을 가슴속에 품고 살았던 이들이 이제 어느덧 황혼의 위치에 서서 을 마주한다. 한때 드라마의 주연이었던 이들은 어느덧 윙맨이 되어 후배들에게 인생을 조언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서글플 필요는 없다. 36년 전이나 지금이나 항공 점퍼를 멋지게 차려입은 채로 오토바이를 타고 광활한 활주로를 질주하는 것은 후배들이 아닌 우리들의 톰 형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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