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뱀 이펙트

뱀뱀의 거침없는 모험

뱀뱀을 떠올리면 2010년대가 생각난다. 한류 열풍으로 당시 데뷔했던 아이돌 그룹에는 한두 명쯤 외국인 멤버가 속해 있었다. 그는 패기 있는 모습과 상반되는 귀여운 외모와 어눌한 말투로 화제를 모았다. 데뷔 초기부터 뱀뱀은 랩과 춤에 능했다. 특히 퍼포먼스에는 춤의 대가 양현석이나 리아킴으로부터 인정받을 정도였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났다. 이제 그는 한국어 가사를 능수능란하게 쓰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신곡을 발표하면 세계 음악 차트 정상에 오르는 솔로 아티스트, 그리고 K-POP 가수 최초로 미국 NBA 프로 농구팀의 글로벌 앰배서더가 되었다. 세월의 시험을 성공적으로 통과하고 지금 정상에 서 있는 것이다. 보수적인 한국 음악 시장에서 외국인 가수로서 첫길을 개척했음은 물론이다.
“대중에게 익숙한 아티스트로 보이고 싶지 않아요. 남들이 도전하지 못하는 것에 도전할 줄 아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MY LIFE, MUSIC

어떤 음악은 듣는 순간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뱀뱀의 두 번째 미니 앨범의 수록곡 ‘Ride or Die’는 목적지 없이 달려도 불안하지 않은 청춘의 질주를 떠오르게 한다. 지난 1월 18일에 발매한 미니 2집 는 뱀뱀이 홀로서기 후 발매한 두 번째 앨범이다. 발매 직후 브라질, 프랑스, 태국, 아르헨티나 등 17개국에서 아이튠즈 톱 송즈iTunes Top Songs 차트 1위, 월드 와이드 차트와 유러피언 차트에서 1위를 거머쥐었다.

“앨범의 콘셉트부터 시작해 스타일링, 퍼포먼스 등 모든 것을 제가 정하는 편이에요. 앨범의 키워드가 나오면 그 키워드에 맞게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등을 주제로 곡을 만들어요. 사랑 노래는 주로 영화에서 영감을 많이 받죠.”
뱀뱀은 차분하게 창작 과정의 뒷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실 뱀뱀은 2015년 갓세븐GOT7 미니 4집 리패키지 앨범 의 수록곡 ‘매일’의 랩 메이킹을 시작으로 작사와 작곡을 해왔다. 그리고 홀로서기 이후에는 작사와 작곡 비중을 크게 늘렸다.
“작사와 작곡은 앞으로 비중을 더욱 늘려갈 예정이에요. 노래를 부르려면 그 곡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죠. 스스로 직접 노래를 만드는 것이 제일 도움이 됩니다. 노래를 부를 때 곡을 쓴 이유나 동기, 표현 등을 생각하며 노래 부르기 때문에 진심이 담기게 되지요.”
첫 번째 솔로 미니 앨범 은 전곡을 작사하고 절반이 넘는 곡을 직접 만들었다. 소속사를 옮기고 처음 솔로로 발표하는 음반이었기 때문에 갖은 노력과 정성을 다했다.
“모든 단어와 박자, 멜로디 등을 하나하나 신경썼어요. 마음에 들 때까지 계속 수정하고 녹음했죠. 덕분에 결과물이 잘 나와서 좋아요.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뱀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할까요? 지금도 음악이 귓가에 들려요.”
뱀뱀의 음악 세계에서 춤과 퍼포먼스는 빼놓을 수 없다. 팬들은 뱀뱀이 갓세븐의 멤버 중에서 유난히 춤을 잘 춘다고 이야기한다. 가벼운 몸으로 동작을 유려하게 추면서도 힘이 들어가야 하는 포인트는 정확하게 짚어내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안무가 리아킴 역시 수많은 아이돌 중에서 뱀뱀이 춤을 정말 잘 춘다고 감탄했다.
“춤도 노래처럼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에요. 그래서 안무 창작에도 많이 관여하는 편이죠.”
뱀뱀의 무대 중 레전드를 꼽으라면 단연 ‘후아유Who Are You’이다. 기존 가수들도 보기 힘들었던 현대 무용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안무. 게다가 맨발로 펼쳐지는 무대는 노래가 아닌 아트워크나 예술에 가깝다.
“항상 현대 무용 같은 춤선이 아름다운 안무를 해보고 싶었어요. ‘후아유’를 듣자마자 잘 어울릴 것이라고 단번에 생각했어요. 안무 선생님과 함께 안무를 만들며 동작 수정을 거듭했습니다.”
뱀뱀은 매년 한 장 이상의 노래를 발표하며 쉼 없이 달려왔다. 다음 앨범에서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 물었다.

“사실 그동안은 밝은 느낌의 곡은 타이틀곡으로, 어두운 느낌의 노래는 후속곡으로 발표했어요. 저는 다크한 느낌의 노래를 하고 싶었는데 말이죠. 이제는 본격적으로 제가 하고 싶은 느낌의 음악을 메인 테마로 잡고 노래해보고 싶어요.”
그가 만들어낼 어두우면서도 섹시한 음악 세계가 사뭇 기대된다. 뱀뱀은 컴백을 앞두고 항상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팬들은 그를 보며 ‘덕질하는 재미’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롤모델이 누구냐는 질문에 환하게 웃으며 “해리 스타일스!”라고 말한다.
“하나의 스타일에 갇히지 않고 발표하는 노래마다 다양한 장르와 비주얼을 보여줘요. 경계가 없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아방가르드하거나 촌스러운 무대도 그가 하면 그렇게 멋스러울 수가 없어요. 저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MY GOAL, MICHAEL B. JORDAN

요즘 무엇보다 뱀뱀에게 에너지를 주는 것은 음악과 운동이다.

“운동은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일단 정신이 맑아지고 체력이 무척 좋아져요. 무거운 덤벨이나 바벨을 들 때 어쩔 수 없이 찡그리기 때문에 주름이 좀 생긴다는 단점 이외에는 정말 좋아요. 항상 볼살이 좀 있어서 아기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운동하고 나서부터는 사라졌어요. 확실히 성숙해지고 어른스러워지는 분위기가 있죠.”
뱀뱀이 본격적으로 운동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영화 의 마이클 B. 조던의 모습을 보고 나서부터다. 복서 역할을 맡은 마이클 B. 조던은 날렵하면서도 가벼운 느낌을 내기 위해 체지방을 대폭 감량하고 근육의 선명도를 더욱 높여 화제를 모았다.
“저런 몸매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어요. 언젠가 운동으로 몸을 멋지게 만들고 싶었죠.”
표지 모델을 제안했을 때 그가 흔쾌히 수락했던 이유의 하나이기도 했다.
“마이클 B. 조던 같은 멋진 몸은 아니지만 저같이 마른 사람도 열심히 운동해서 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는 진짜 마른 체형이 콤플렉스였거든요.”
뱀뱀은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찌는 체질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남들보다 훨씬 많이 먹어야 근육량을 유지할 수 있었다.
“끼니를 거르지 않고 잘 챙겨먹는 편이에요. 그래서 일어나자마자 아침밥을 먹는 것이 습관이 되었어요.”
운동은 체중 증가는 물론 어깨와 가슴, 하체를 몰라보게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헬스는 주로 트레이너와 함께하는 편이에요. 코로나-19 초기에 제대로 운동을 시작했어요. 당시 대다수의 아티스트들이 그랬듯이 무대를 보여줄 수가 없었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많아졌죠. 평소에 하고 싶었던 운동을 열심히 해보자고 다짐했어요.”
아침밥을 먹고 한 번, 점심에 한 번, 취침 전에 한 번, 이렇게 운동을 세 번씩 한 적도 많았다. 당시 몸무게는 54kg. 3개월 안에 65kg까지 증량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유산소 운동보다는 근력 운동 위주로 했고 하루에 3끼 이상을 먹는 것에 특히 신경을 많이 썼다.
“4개월 만에 65kg을 달성했어요. 목표는 실패했지만 어쨌든 이루게 되어서 정말 뿌듯했죠. 당시 팬들이 운동 전과 운동 후 사진을 비교해서 SNS에 많이 올리더라고요.”
그의 운동 포인트는 정해진 시간에 운동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운동 습관은 아침밥을 꼭 먹고 낮 12시 이후에 하는 거예요. 그리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에 운동하는 것이죠. 일주일에 이틀은 무조건 쉬어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꾸준함. 조금만 운동을 쉬어도 근육량이 빠지기 때문에 꼭 거르지 않고 해주어야 해요.”
어떤 운동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그는 망설임 없이 어깨 운동이라고 대답했다.
“다른 부위에 비해 조금만 운동해도 금방 커지고 잘 유지되는 편인 것 같아요. 주로 프런트 래터럴 레이즈와 사이드 래터럴 레이즈, 그리고 벤트 오버 래터럴 레이즈를 꾸준히 해요. 어깨의 앞과 옆, 뒤를 골고루 발달시키기에 이 세 가지 운동이 제일 대표적이죠.”
뱀뱀은 자기 몸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으로도 주저 없이 어깨를 꼽았다. 그는 앨범 활동으로 잠시 미뤄둔 운동에 다시 박차를 가하고 있다. 표지 모델과 미국 NBA 경기 하프 타임 공연 준비 때문이다.
“오랜만에 운동을 제대로 시작하기 위해 체중을 재봤더니 다행히 54kg은 아니더라고요. 60~62kg 사이인 것 같아요. 너무 말라보이면 안될 것 같아 다시 운동을 열심히 하는 중입니다. 언제나 건강하게 보이고 싶어요.”

MY LOVE, KOREA

뱀뱀이 태국에서 한국으로 온 지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는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인생에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한국은 제게 인생을 알려주었어요. 사람에 대한 예의, 그리고 일하는 방식과 일 처리하는 방법 등도 모두 한국에서 배웠죠.”
그리고 급한 성격도 배웠다며 이제 반은 한국인이라고 덧붙인다.
“태국은 날씨가 따뜻해서 사람들이 느긋한 편이에요. 그런데 한국에서 오래 살며 한국사람 속도에 맞춰 생활하면서 성격이 정말 급해졌어요. 배달 시간이 30분 이상 걸릴 것 같으면 절대 주문하지 않아요. 하하.”
너무 오랜 시절부터 한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태국보다 한국에서의 추억도 많다.
“한강을 너무 좋아해요. 예전에는 남산 서울 타워도 좋아했는데 데뷔 후에는 잘 안 가게 되더라고요. 국내 여행을 많이 다니지 않았지만 제일 기억에 남는 곳은 부산이에요. 바다 앞에 횟집이 쭉 있잖아요. 회를 먹으면서 바다를 보는, 그런 순간들이 너무 좋았어요. 광안대교도 밤에 엄청 예뻤고요.”
그는 한국의 여름을 가장 좋아한다. 아름다운 추억이 많기 때문이다.
“연습생 시절, 연습실 에어컨이 고장나서 정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춤 연습을 했어요. 연습이 끝나고 스트레이 키즈의 방찬이와 트와이스의 채영, 다현이 이렇게 네 명이서 오레오 빙수를 먹었죠. 그게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여름에 저랑 방찬, 그리고 유겸이 이렇게 셋이서 티셔츠 한 장 걸치고 한강에 가서 스케이트보드를 탄 적도 많아요. 여름에는 정말 좋은 추억이 많네요.”
뱀뱀과 이야기하는 동안 짧은 시간에도 긍정적 기운이 전해졌다. 밤늦게 시작된 화보 촬영으로 피곤할 텐데 지친 내색이 없었다.
“성격이 긍정적이고 밝아서인지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많이 물어봐요. 그런데 저는 슬럼프가 잘 안 와요. 그래서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대부분 쉬는 것 같아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기 시간을 가지는 편이에요. 사람을 만나거나 여행가요. 태국을 잠깐 다녀올 때도 있었어요. 일하는 장소와 최대한 멀리 떠나야 아무 생각 안 하게 되더라고요. 재충전 시간도 갖게 되고요.”
그는 요즘 자신만의 소확행을 찾았다. 자기 전, 가볍게 맥주 한잔을 하거나 고양이와 노는 것, 그리고 청소하기이다.
“청소하는 것을 진짜 좋아해요. 청소기 돌리면서 제 공간을 항상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도 나름 정신 건강을 좋게 만드는 노하우 중 하나랍니다.”

그는 곧 미국으로 떠나 NBA 하프 타임 무대에 설 예정이다. 그는 지난 1월, K-POP 가수 최초로 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팀의 글로벌 앰배서더로 선정되었다. 그가 트위터에 앤드류 위긴스를 ‘리그 최고의 공수를 겸비한 선수’라고 소개하며 그의 이름과 NBA 올스타 해시태그를 함께 올렸다. 덕분에 그는 NBA 올스타로 선발되었다. 이처럼 뱀뱀에게 NBA는 어느덧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의 해시태그로 자리잡았다.
“NBA를 정말 좋아해요. 2016년에 NBA 게임을 통해 처음 접했어요. 잭슨 형도 농구를 엄청나게 좋아하거든요. 같이 게임을 하다가 어느덧 NBA 경기까지 TV로 함께 보게 되었어요. 옛날 NBA 경기도 찾아보고 그러다 보니 NBA 매력에 푹 빠졌죠.”
그가 제일 좋아하는 팀은 당연하게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팀이다.
“글로벌 앰배서더가 되기 훨씬 전부터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팬이었어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역사가 매우 깊은 팀이에요. 게임을 가장 전략적으로 펼치는 팀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다른 팀보다 보는 쾌감이 떨어질 수 있어요. 덩크슛이 많이 없지만 가끔 나오는 3점 슛이 정말 환상적이에요.”
좋아하는 농구 이야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에서 건강한 청년의 활력이 느껴졌다.
“제일 좋아하는 선수는 단연 스테판 커리예요. 그가 세운 기록들, 데뷔 초기부터 지금까지 하나하나 기록을 쌓아가며 MVP가 된 극적인 스토리, 플레이하는 스타일 등 모든 것이 굉장해요. 물론 앤드류 위긴스도 좋아해요.”
뱀뱀은 NBA 올스타 하프 타임 무대를 시작으로 이제 또다시 씩씩하고 의연하게 한 해를 바쁘게 보낼 예정이다. 아울러 앞으로 뱀뱀의 스타일에도 놀라운 변신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한다.
“아직 보여줄 것이 너무 많아요. 두고 보세요. ‘이게 될까?’ 했던 것들을 뱀뱀만의 스타일로 멋지게 그려 나갈 거니까요. 혹시 알아요? 10년 후에 마이클 B. 조던처럼 몸이 좋아져 있을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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