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YSICAL TOP

‘윤성빈’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었다. 강인함, 투지, 아우라 그리고 대한민국이자 아시아 최초의 스켈레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다운 여유 있는 자만과 기세등등함을 예상하기도 했다. 몇 가지는 적중했다. 하지만 빗나간 것도 있었다. 분명한 것은 스켈레톤의 윤성빈이 아닌 유튜브 채널 〈아이언빈〉 윤성빈으로 마주한 그는 놀라울 만큼 전보다 더 단단하게 빛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언빈, 윤성빈
2022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후 윤성빈은 선수로서 잠정 휴식을 발표했다. 두 번의 올림픽 출전 후 29살이 된 해, 비로소 처음으로 가져보는 긴 휴가였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운동선수로 생활하며 운동 외에는 해본 것이 없어요.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직후 혼자 시간을 많이 보냈는데 그때 내가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아주 예전부터 도전하고 싶었던 유튜브를 해보자고 마음먹었죠.” 사실 윤성빈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흔한 SNS 계정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다. 수시로 습관처럼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것이 싫어 계정을 비활성화했다고 설명하는 그의 어조에서 남모를 기개가 느껴졌다. “다시 계정을 만든 건 이제 저를 알려야 하는 자리에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하고 싶었던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고 이제 아이언빈 윤성빈으로서 많은 사람과 소통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지난 6월 6일, ‘스켈레톤 윤성빈입니다’라는 심플한 제목과 함께 그의 첫 번째 영상이 업로드되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모두가 윤성빈을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빠르게 조회수가 올라갔고 댓글 또한 넘쳐났다. 약 3개월이 지난 지금, 그의 채널에 업로드된 영상 중 과반수는 50만을 넘어가며 100만 회를 넘긴 영상도 적지 않다. 이런 격한 환대를 그는 예상했을까. “걱정 반 설렘 반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저는 꽂히면 바로 돌진하는 타입이라 생각하지 않고 행동으로 먼저 옮겨요. 유튜브도 하기로 마음먹은 후에 금방 촬영을 시작했어요. 그래서 티저 영상이나 예고편 없이 바로 저와 제 유튜브를 소개하며 막을 올린 거죠.” 윤성빈은 구독자 10만이 목표였다고 말한다. 그 정도 숫자면 안정적으로 채널을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재 〈아이언빈〉의 구독자는 13만 8천 명을 넘어섰다. 모든 것이 그의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윤성빈의 의지
윤성빈의 유튜브 채널 〈아이언빈〉의 콘텐츠는 다양한 스포츠 체험이다. “거의 대신맨이죠. 하하. 많은 분이 재미있게 봐주시는 건 동호인이 많거나 인기가 좋은 종목 위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높은 조회수의 비결을 묻자 겸손한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다. 그의 채널이 인기가 있는 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누구보다 우월한 피지컬을 자랑하는 윤성빈의 스포츠 도장 깨기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당연히 모든 운동을 다 잘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오랫동안 운동을 해 온 만큼 각 종목의 포인트가 되는 동작이나 기술 습득 또 몸을 어떻게 움직이면 효율적일지 좀더 빠르게 판단한다는 장점은 있는 것 같아요. 최근 가장 재미있었던 운동은 미식축구와 야구였어요. 두 종목 모두 촬영 당일에 처음 배운 스포츠였는데 정말 즐거웠어요. 배우고 습득하며 얻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다시 새롭게 체감하는 중이에요.”
그렇다면 윤성빈이 좋아하는 것은 또 무엇일까. 경기 후 승패 원인에 대한 딱딱한 인터뷰가 아닌 그가 직접 설명하는 자신의 성격과 취향은 또 어떨까. 숫자로만 따지면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수도 있는 나이인 지금, 29살의 윤성빈은 요즘 매일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낯을 많이 가려요. 그래서 호불호가 있는 것 같아요. 처음 보는 사람한테 먼저 말을 거는 성격이 아니고 말투도 딱딱한 편이라서요. 어느 정도 내적 친밀감이 쌓이면 그때부터는 먼저 말도 많이 걸고 농담도 잘 던지는데 확실한 건 다정한 편은 아니에요. 그런데 말하는 걸 좋아해서 요즘처럼 많은 분과 폭넓게 소통하는 지금의 생활이 재미있어요.” 윤성빈은 실제 놀라울 정도로 굉장한 달변가이다. 질문 후에는 모든 대답이 공백없이 쏟아졌으며 꾸밈없고 또 솔직했다. 촬영 중 툭툭 던지는 그의 농담 몇 마디는 모두가 크게 소리 내어 웃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분위기를 살리기도 했다. “재미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뭐 그게 중요한가요. 하하.”
윤성빈은 요즘 즐기는 것으로 주말에 참여하는 축구를 꼽았다. 그리고 틈틈이 골프 연습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출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며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개인 운동을 위해 크로스핏 박스와 피트니스 센터에 다녀오는 것이 하루 일과라는 그의 대답을 듣고 나니 선수 시절과 무엇이 다른지 궁금해졌다. “완전히 달라요. 제가 만든 스케줄이니까요. 저의 하루에는 누군가의 강제도 없고 반드시 지켜야 하는 집합 시간도 없어요. 온전히 윤성빈의 의지입니다.”


운동 그리고 윤성빈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윤성빈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물론 금메달리스트라는 이유도 있지만 당시 국가대표 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이었던 그의 체급과 함께 금벅지라고 불리던 강인한 하체도 이유가 컸다. 4년 후 2022 베이징 올림픽을 마친 윤성빈은 더이상 종목을 위한 훈련이 아닌 순수하게 자기가 좋아하는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유튜버 〈아이언빈〉으로 돌아온 윤성빈은 체지방률 8%, 골격근량 49%, 허벅지 둘레 67cm인 현재 모든 남자가 닮고 싶어 하는 대한민국의 피지컬 원톱이다.
“하루 일상은 별거 없어요.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크로스핏 박스에 갑니다. 운동한 후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조금 쉬다가 다시 피트니스 센터에 가는 게 보통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의 루틴이에요. 시간이 조금 남으면 골프 연습을 하는 것 정도이고 일요일은 축구를 하러 가요. 예전부터 축구를 정말 좋아했는데 아무래도 몸싸움이 있는 스포츠라 선수 시절에는 부상 위험 때문에 열심히 못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뭐 날아다니죠. 하하.” 유튜버로서 다양한 스포츠를 체험하는 것은 물론 일상생활도 운동으로 빼곡히 짜여져 있는 윤성빈을 보니 이 모든 활동이 신체 역량이 타고난 사람의 자신감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전혀 그렇지 않아요. 모든 기준은 재미예요. 절대적으로 저의 흥미와 관심이 우선이고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서 일부러 그 운동을 선택하는 법은 없어요. 아까도 말했지만 저도 신체가 중심이 되는 모든 운동을 잘하는 건 아니니까요. 사실 저는 주도적인 성격도 아니에요. 크게 진취적이지도 않고요. 무리에서 누군가 무엇을 하자고 제안하면 오히려 고민하는 타입이에요. 하지만 그런 건 있어요. 작은 호기심과 흥미로 시작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재미를 느꼈는데 목표까지 생겼다면 정말 노력하는 타입이거든요.”
윤성빈이 대한민국 최초로 스켈레톤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이유를 납득할 수 있는 대답이었다. 당시 윤성빈의 등장은 가히 센세이션이었다. 강렬한 붉은 유니폼과 아이언맨 헬멧을 쓰고 금메달을 쟁취했던 그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그리고 대한민국의 슈퍼히어로였다. “평생 운을 그때 다 썼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보다 더 쏟아부을 수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노력한 것도 사실이고요. 나 스스로 할 수 있는 만큼 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누구보다 자신 있었어요. 그래서 만약에 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알면 알수록 윤성빈은 자신이 무엇을 가장 잘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언제 가장 빛나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모두가 워너비로 삼고 있는 현재 그의 피지컬을 정작 윤성빈 본인은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루 운동 두 번이 쉬운 건 아니죠. 하지만 루틴을 꼭 지키는 건 현역이었을 때의 몸을 계속 유지하고 싶은 의지 때문이에요. 스포츠 체험이라는 콘텐츠에 걸맞은 피지컬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도 물론 있고요. 대회를 준비하는 건 전혀 아니에요. 그리고 일단 멋있잖아요.”
부정할 수 없었다. 촬영 내내 조각상을 연상하게 한 그의 근육과 보디는 ‘톱 피지컬Top Physical’이라는 그의 SNS 아이디를 모두가 납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으니까. 그래서 물을 수밖에 없었다. 윤성빈 같은 톱 피지컬이 될 수 있는 비법을 말이다. “조금 자세히 알려드리자면 월요일은 가슴과 삼두, 화요일은 등과 이두, 수요일은 어깨와 하체 운동을 합니다. 같은 순서로 목, 금, 토요일도 반복하고 일요일은 휴식이에요. 만약 근육 사이즈를 키우고 싶다면 프레스 동작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결과를 볼 수 있거든요. 바람이 있다면 무게를 올리는 것에 지나치게 몰입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부상 위험이 커지거든요. 그리고 야식, 술도 안 됩니다. 배가 고프면 과일 정도는 괜찮은 것 같아요. 뭐 이 정도입니다. 쉽죠?”



지금 이대로, 윤성빈윤성빈은 이제 자기에게 운동은 곧 재산이라고 말한다. 남자답고 우직한 성격 탓에 티는 내지 않지만 누구보다 매일 고된 운동에 몰두하는 그는 스스로 그리고 모두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피지컬로 거듭나기 위해 엄격한 자기 관리를 지속한다. “하루에 3~4시간 운동을 하는 사람은 없죠. 그것도 일주일 중 6일이나요. 그래도 이런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운동 그리고 몸이 선수 때와는 또 다른 의미로 저의 재산이 되었기 때문이에요. 그나마 운이 좋은 건 제가 즐기고 있다는 거죠. 요즘처럼 행복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있으니까요.”
얼마 전 윤성빈은 처음으로 홀로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런던을 거쳐 파리까지 약 일주일간의 짧은 유럽 여행은 그에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경기가 아닌 여행으로 유럽에 간 건 처음이에요. 아니 아예 여행이 처음이죠. 가장 좋았던 건 파리에서 본 개선문이었어요. 사실 평소 풍경이나 건축물 등에 크게 감흥을 느끼는 사람이 아닌데도 샹젤리제 거리의 개선문을 보는 순간 완전히 압도당했어요. 개선문만 40분 정도 바라봤던 것 같아요. 그 웅장함이 아직까지도 생생해요.” 그는 파리 시내를 내내 자전거로 여행했다며 자랑을 이어갔다. 혼자여서 좋기도 했고 싫기도 했다고 20대다운 대답을 하기도 했다. 앞선 답변과는 다르게 약간 상기된 톤으로 말을 잇는 윤성빈의 목소리에는 그가 경험한 것들, 앞으로 해나갈 것들에 대한 기대가 가득 차 있었다. “사실 가서 쇼핑만 할 줄 알았는데 마음에 드는 건 이미 품절이고 맞는 사이즈도 없어서 완전히 실패했어요. 그래도 관광 포인트는 모두 갔다며 친구들이 놀라워하더라고요. 날씨도 좋았고 새로운 것도 많았고 오랜만에 여유롭게 쉬다 올 수 있었어요. 생각보다 혼자 하는 여행도 해볼 만하더라고요. 다음에 좀더 길게 가고 싶어요. 아니다. 혼자는 안 되겠어요. 여러 명 아니 최소한 한 명이라도 동행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두 번째 여행이 될 것 같아요.”

올림픽 금메달에 평생 운을 다 썼다고 말했지만 윤성빈의 내일 그리고 미래는 너무나 찬란하다. 그도 알고 있다. 새로운 자리에 선 그에게 다시 쏟아지기 시작한 스포트라이트, 기대, 응원 속에서 윤성빈 또한 많은 사람에게 오래 기억되고 싶다고 말한다. “건강하게 살려고 노력해요. 몸뿐만 아니라 정신도요. 완벽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제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건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제 〈아이언빈〉으로서 모든 노력을 쏟는 중이니까요. 항상 재미있을 수는 없겠지만 부디 오래 지켜봐 주세요.” 윤성빈은 자신의 새로운 수식어인 종합 운동 유튜버로서 곧 업로드될 콘텐츠에 대한 스포일러도 잊지 않았다. 서핑, 격투기, 씨름 등 대한민국의 톱 피지컬 윤성빈의 무궁무진한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지금처럼만 살았으면 좋겠어요. 건강하게 그리고 즐겁게. 그리고 모두에게 각인시키고 싶어요. ‘운동’ 하면 바로 저, 윤성빈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