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수한 외모는 잊어라! 왼쪽 날개로 코트를 지배하는 배구선수 임성진

Next Big Storm!

화이트 코튼 탱크톱 코스, 블랙 워싱진 디스퀘어드2, 실버 팔찌 각각 개인&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안녕하세요, 임성진입니다.” 배구 선수 임성진으로부터 도착한 첫 메시지였다. 아무것도 없는 기본 프로필 사진에 자신의 이름 세 글자만을 또렷하게 새긴 채 임성진은 심심하지만 단정하고 예의 바른 인사를 건넸다. 촬영에 필요한 의상 준비를 위해 신체 사이즈를 묻자 “하의는 평소보다 큰 사이즈로 길이를 맞추고 허리를 줄여서 입는 편이라 참고하시면 될 것 같아요”라며 다시 반듯한 대답이 돌아왔다. 195cm의 큰 키, 프로리그 데뷔 전부터 수려한 외모는 물론 모델보다 더 우월한 프로포션으로 다수의 매체와 패션 화보를 진행했던 경험이 보이는 대답이었다.

임성진의 유명세는 고등학교 때 처음 시작되었다. 제천산업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당시 팀에서 주공격수로서 크게 활약하며 청소년 국가대표로 발탁되었고 잘생긴 외모에 탄탄한 배구 실력까지 더해져 배구 팬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각종 웹사이트로 그의 사진이 퍼지기도 했다. 하지만 임성진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훈련과 시합, 숙소를 반복하며 제천산업고를 고교배구 최강팀으로 이끌었고 고교배구 윙 스파이커 톱 3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성균관대학교에 입학한 첫해 신인상을 거머쥐고 2020년에는 주전으로서 팀을 우승시키기에 이른다. 현재 소속되어 있는 한국전력 빅스톰에서 프로 선수로 활약한 지는 이제 햇수로 3년이다. 올해 초 대한민국의 가장 큰 배구 축제인 V-리그 올스타전에서 영예로운 MVP를 수상하기도 한 임성진. 10월에 시작되는 프로리그 시즌을 앞두고 매일 훈련에 매진 중인 그를 가을볕이 뜨거웠던 9월의 끝자락에서 만날 수 있었다.

오늘 촬영 어땠어요? 스튜디오에 혼자 와서 모두 놀랐어요.
재미있었어요. 원래 이런 촬영장에는 혼자 다녀요. 요즘 팀이 경기도 의왕에서 훈련하고 있는데 여기 논현동까지 거리가 별로 멀지 않아요. 금방 올 수 있었는데 이상하게 주소를 착각해서 조금 늦었어요. 그런데 주말에 차가 이렇게 막히는지 몰랐어요. 시즌 앞두고 계속 훈련하느라 오랜만에 나왔거든요.

사진 찍히는 건 좋아하나요? 화보 촬영 경험이 꽤 있어서 이제 익숙할 것 같은데.
처음에는 부끄럽고 어색했어요. 촬영한 사진을 보는 것도 쑥스러웠는데 지금은 꽤 익숙해진 것 같아요. 저는 매일 운동만 하니까 가끔 이렇게 촬영 등 다른 활동을 하러 나오면 재미도 있고 환기가 돼요. 새로운 체험을 하는 느낌도 들어서 찾아주시면 너무 감사하답니다.

잘생긴 배구 선수로 유명해요. 배구 꽃미남 라인인 문성민, 김요한 선수의 계보를 잇는 선수로 지목되는 기분은 어떤가요?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만 들어요. 형들은 배구 실력, 외모, 좋은 성격에 유머러스함까지 빠지는 게 없잖아요. 모든 사람이 좋아했기 때문에 제 이름이 함께 거론되는 것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형들 반만이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뛰려고 해요.

레더 스트랩 포인트 베스트와 블랙 와이드 팬츠 모두 송지오, 화이트 컬러의 배구화 아식스, 배구공 개인 소장품.

인기 때문에 이상형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았을 것 같아요. 연애 스타일도 궁금하고.
그때그때 다르긴 한데 운동선수라는 직업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좋을 것 같아요. 숙소 생활이나 전지훈련, 시즌 때는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요. 그래서 바쁜 사람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차라리 둘 다 바쁘면 덜 서운할 테니까요. 하하. 표현을 잘 하지 못하지만 원하는 걸 말해주면 노력하는 성격이에요. 그래도 여자 친구라면 잘해줘야죠.

팬서비스가 굉장히 좋은 선수인 것 같아요. 특히 소속팀인 빅스톰 유튜브 채널에서는 직접 브이로그를 찍거나 인터뷰 참여에도 적극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팬서비스는 운동선수로서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해요. 대학 때부터 느꼈지만 직접 코트에 경기를 보러 와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정말 크거든요. 경기장을 넘어 그 이상으로 소통하는 방법이 있다면 최대한 활용하면서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사실 NG도 많이 내고 특히 직접 촬영할 때는 어색하고 쑥스러운데 그래도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즐겁게 참여하려고 합니다.

이번 올스타전에서 포인트 득점 후 ‘미국 춤’이라는 과감한 세리머니가 화제가 되었어요. 본인의 아이디어였나요?
동갑인 현대캐피탈 박경민 선수와 굉장히 친해요. 전날까지 세리머니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경민이가 장난으로 미국 춤이라도 추라고 했던 게 기억났어요. 문득 생각나서 그 춤을 췄는데 지금 생각하면 조금 부끄러워요. 사실 처음으로 참여한 올스타전이라 긴장을 많이 했는데 다시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준비를 많이 해서 와주시는 팬에게 큰 볼거리와 즐거움을 드리고 싶어요.

처음 참여한 올스타전에서 MVP 수상도 했어요. 지금까지 수많은 우승 트로피는 물론 신인상, MVP 등에 올랐는데 정작 실력보다 외모로 화제가 되는 게 서운하지 않았나요?
서운하지 않다고 말하면 거짓말인 것 같아요. 특히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는 ‘나는 배구 선수인데 왜 얼굴 이야기만 하지’라고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게 자극이 되었던 것 같아요. 배구보다 외모가 집중되는 건 내가 부족한 탓으로 여기고 더 열심히 훈련했어요. 배구로 주목받으려면 실력을 올리는 것만이 답이니까요.

엔터테인먼트나 모델 에이전시 쪽에서 러브콜도 많았나요?
별로 없었어요. 저는 프로 배구 선수가 되고 싶었기 때문에 배구 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고 제가 그 정도로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거든요. 저의 길은 오직 배구라고만 생각했어요.

배구는 어떻게 처음 시작하게 되었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 다른 학교 배구 코치님께서 저에게 한번 학교로 놀러 오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여름방학 한 달 동안 코치님이 계신 학교에 가서 배구도 배우고 다른 공놀이도 하면서 정말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그런데 배구 때문에 전학을 가는 건 싫었어요. 친구들도 없고 너무 무섭잖아요. 전학은 엄마 때문에 강제로 가게 되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까 저희 엄마가 중학교 때까지 엘리트 배구 선수였고 코치님과도 아는 사이였어요. 그래도 전학 가서 적응도 금방 하고 배구도 열심히 했어요. 돌이켜보면 다 잘된 일이에요.

초등학교부터 프로리그까지 배구를 오래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운동장에서 하는 거의 모든 운동을 좋아했어요. 하지만 그중에서도 배구에 빠진 건 많은 득점이 주는 희열 때문인 것 같아요. 축구나 야구는 점수 내는 게 정말 힘들잖아요. 하지만 배구는 순식간에 25점을 쌓아요. 1세트가 끝나면 다시 0:0으로 시작한다는 것 그리고 5판 3승제라는 규칙도 흥미로운 것 같아요. 판을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으니까요.

슬럼프 같은 건 없었나요?
대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배구가 하기 싫었던 적이 있었어요. 정확한 이유도 없이 모든 게 힘들었고 이상하게 무기력감이 나아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감독님을 찾아가 못하겠다고까지 이야기했더니 제천 집에 다녀오라고 시간을 주시더라고요. 가족들 그리고 돌아와서는 감독님, 같은 팀 선수들과 처음으로 속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조금씩 극복한 것 같아요. 이후로 팀 분위기도 훨씬 좋아졌고 저도 다시 마음을 잡을 수 있었어요.

경기 전 징크스는 없나요? 가벼운 루틴이라든가.
특별한 건 없는데. 아, 운동하기 전에 꼭 커피를 마셔요. 달달한 걸 좋아하는데 스타벅스 바닐라 라떼나 돌체 콜드 브루, 하나 더 고르자면 자몽 허니 블랙 티. 이렇게 세 가지요. 하하.

요즘 임성진의 배구 이야기를 해볼게요. 10월부터 드디어 본격적인 배구 시즌이 시작해요. 다음 주도 시합이 있다고 들었는데 시즌을 앞두고 요즘 하루 일정은 어때요?
숙소 생활 중이라 7시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어요. 그리고 소화도 시킬 겸 조금 쉬다가 오전 10시부터는 단체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하는데 근력과 유산소가 섞인 프로그램이고 그날그날 선수별로 모두 달라요. 배구는 스피드, 순발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점프그리고 코어 훈련에 많이 집중해요. 12시가 되면 점심을 먹고 휴식 후에 오후 3시 반부터는 공을 중심으로 하는 배구 기술 훈련에 들어가는 게 공식 스케줄이에요. 야간 훈련은 선택인데 저는 보통 휴식과 리커버리에 집중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요.

배구 선수는 파워풀한 스파이크 공격, 순발력있는 블로킹 등 모든 동작이 크고 움직임도 많아서 체력 소모가 커 보이는데 집중하는 근육이나 훈련 동작이 있을까요?
배구는 어깨와 코어 근육, 점프력이 강할수록 코트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종목이에요. 득점을 도와주는 서브와 스파이크 또 수비를 위한 디그, 리시브, 블로킹 동작 등을 시도할 때 힘 있고 정확한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도록 도와주거든요. 어깨 강화 훈련으로는 밴드를 활용한 훈련을 많이 해요. 당기고 밀어줌으로써 기능을 강화하고 유연성도 기를 수 있어요. 점프 훈련으로는 서전트 점프만큼 좋은 건 없어요. 배구는 수직 동작이 중요한 만큼 점프력이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가장 집중하는 훈련이고요. 최근 일부러 2kg 정도 다이어트를 조금 했는데 빠르게 동작을 시행하고 점프할 때도 몸이 더 가벼워진 느낌이라 과식하지 않는 선에서 계속 유지할 생각이에요.

특별히 더 좋아하는 훈련을 말해줄 수 있나요?
아쉽게도 없어요. 사실 운동은 전부 힘들어요. 집중하는 동작은 있는데 ‘리시브’와 ‘디그’ 동작이에요. 제 포지션이 레프트인 만큼 그 동작을 적재적소에 수행하는 게 정말 중요하거든요. 그래도 가끔 훈련이 할 만하다 싶을 때는 있어요. 바로 잘될 때. 그 순간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라도 훈련은 꼭 필요한 것 같아요.

길게 떨어지는 공을 몸을 날려 살리는 게 디그 동작이죠. 움직임이 큰 기술이라 부상도 클 것 같은데.
괜찮아요. 워낙 어렸을 때부터 했기 때문에 안 아프게 넘어지는 법도 알고 몸으로 공을 받는 게 직업이라 아픈 게 무뎌지기도 했어요. 크게 멍이 들어도 그냥 멍일 뿐 중요한 건 공이에요. 코트 위의 공을 살리는 게 선수가 해야 할 일이니까요.

프로 선수다운 대답 같아요. 그렇다면 이번 시즌 목표는 정했나요?
한국전력 빅스톰의 우승, 이것뿐이에요. 사실 저는 개인 기록에도 크게 관심 두지 않고 오히려 경계하려고 해요. 배구는 완전한 팀 경기이기 때문에 개인 기록에 욕심을 내면 이기적인 플레이로 이어질 수 있거든요. 저는 빅스톰이 이길 수 있는 플레이를 할 거예요. 레프트라는 포지션에서 코트 위의 모든 선수에게 도움이 닿도록 희생하며 최대 기량을 쏟아부을 계획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최고의 윙 스파이커’. 레프트 포지션에서 ‘최고의 윙 스파이커’ 하면 바로 제 이름이 떠오르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임성진이 배구를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말해줄 수 있을까요?
그냥 다 좋았어요. 저는 코트 위에서 경기를 하는 그 모든 순간이 좋아요. 선수로서 코트 위에 섰고 우리 팀을 응원해주시는 팬분들과 함께 한마음이 되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정말 큰 행복이거든요. 그래서 승패를 떠나 경기장의 모두가 최선을 다했고 또 즐거웠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그래도 선수로서 최선을 다해야겠죠. 매 순간을 후회 없도록 더 열심히 할 예정이에요. 저와 우리 팀의 행복, 팬분들의 행복으로 퍼지도록 더 높게 뛰어 날아오르는 임성진이 되겠습니다.


Mini Interview

이름 임성진
생년월일 1999년 1월 11일
신체 195cm, 83kg
소속팀 한국전력 빅스톰
포지션 레프트(아웃사이드 히터), 9번
가장 듣기 좋은 애칭 ‘임성진’ 세 글자
즐기는 취미생활 친구들과의 글램핑
좋아하는 음식 쇠고기
싫어하는 음식 생강, 고수
가고 싶은 여행지 미국, 보라카이
최근 빠진 음악 김승민의 ‘내 기쁨은 너가 벤틀리를 끄는 거야’
인생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
10년 후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대한민국 최고의 원 톱 레프트
촬영 후 계획 친한 형과 저녁식사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 얼른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