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ter and Stronger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여운이 서서히 녹아내리는 꽃피는 4월,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 차민규를 만났다. 곱슬거리는 머리를 나풀거리며 조용히 스튜디오에 들어온 그는 이내 챙겨온 자신의 스케이트와 유니폼 그리고 메달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매끈해보이기까지 하는 잔근육에 하얀 피부, 훤칠한 외모 때문인지 짐짓 운동선수 같지 않은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그의 주위는 엷고 은은하게 빛나는 분명한 빛, 메달리스트라는 아우라가 존재했다.

<맨즈헬스>코리아와 첫 만남이다. 자신을 소개한다면?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 차민규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이후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귀국 후 짧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10월 즈음 국가대표 선발전이 시작되기 때문에 5월부터 시합을 위한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간다. 이렇게 푹 쉬는 것도 이번 달이 마지막이다.
휴식이라지만 SNS 계정을 보니 여러 가지 다른 운동을 많이 배우고 있던데. 집에만 있다 보니 하루 신체 사이클이 엉망이 되면서 몸이 망가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훈련에 들어가기 전 일부러 여러 가지 운동을 배워보고 있다. 테니스랑 골프도 이번 기회에 처음으로 해보고 좋아하는 등산도 다니면서 몸이 굳지 않을 만큼 움직이는 중이다.
5월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간다고 했는데 어떤 훈련을 하나? 스케이팅 훈련 전 지상 훈련을 한다. 지상 훈련은 일반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인데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이다. 나는 보통 한두 가지에서 최대 세 가지 정도의 동작을 집중 훈련한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지 않은 날은 러닝과 사이클 등의 유산소 운동으로 가볍게 몸을 풀고 스케이팅 훈련에 들어간다.
최대 세 가지라니 효율성을 위해 집중 훈련을 하는 것일까? 그렇다. 박스 점프, 코너 벨트 그리고 스케이팅 타는 자세로 몸을 숙인 채 한 다리로 서서 반복적으로 점프하는 스케이팅 점프를 필수로 하고 있다. 그리고 개인의 신체 발달과 당일 컨디션에 따라 훈련 내용이 조금씩 바뀐다.
각각의 트레이닝에서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나? 박스 점프는 폭발적인 힘을 키워 스피드를 향상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박스의 높이를 조절하면 유산소 효과 및 지구력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코너 벨트 훈련은 코어의 힘을 강화함으로써 스피드 스케이트 트랙 중 코너 구간에서 원심력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마지막으로 스케이팅 점프는 허벅지 강화에 독보적인 운동이다.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들의 허벅지가 굵고 단단한 것도 모두 이 훈련 때문이다.
스피드 스케이팅 하면 바로 허벅지가 떠오른다. 유난히 허벅지가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단 한 번의 레이스에서 나온 기록, 심지어 매우 미세한 시간차로 승부가 결정나기 때문에 파워풀한 순간 속도가 경쟁력이 될 수밖에 없다. 그 원천이 바로 허벅지이다. 순간적인 폭발력을 키우려면 허벅지 근력을 올리는 훈련에 가장 집중해야 한다.
스스로도 허벅지에 자부심이 있는 편인지? 허벅지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끄럽고 왼발의 힘이 유독 강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스피드 스케이팅은 한 방향으로만 도는데 왼발이 축이 된다. 내가 가진 왼발의 강한 지지력을 바탕으로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며 스피드를 떨어뜨리지 않고 경기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것이 강점인 듯하다.
왼발의 힘 외에 올림픽에서 연속 메달을 딸 수 있었던 또 다른 원동력은 무엇인가? 코너링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메달을 딴 500m 종목의 경우 초반 속도를 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극한의 힘을 쏟아 속도를 붙이면 앞에 닥친 코너 구간이 두려워질 수밖에 없다. 심리적 불안감이 커지면 실수가 생겨나고 자칫 삐끗해 넘어지면 기록은 사라지기 때문에 이 구간을 매끄럽게 넘어가는 것이 관건이다. 코너 벨트 훈련을 열심히 한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이상하게 두렵지 않고 자신 있다.
승부욕은 강한 편인가? 경쟁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나 자신에게는 냉정한 편이고 채찍질하는 스타일이다. 조금 지독하다고 할 정도로 스스로에게 엄격하다.

모두 데상트.
스트레스나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하는지 궁금하다. 훈련이나 연습이 잘 안 되는 것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분명히 있다. 또 훈련할 때 조금 예민한 편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 안 되면 내일, 내일 안 되면 모레, 이렇게 계속 연습을 쌓아간다. 낮은 목표를 두고 매일 도전하는 것처럼. 운동을 제외한 모든 것에는 무딘 편이다. 맛있고 좋은 것을 먹고 친구들과 이야기도 나누면서 일상 속 다른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
경기를 중계했던 배성재 아나운서는 차민규 선수의 성격을 연구 대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가? 사실 낯을 많이 가리는데 그러면서 할 말은 또 다 하는 편이다. 거짓말을 못 하고 솔직한 편이라 그런 말을 듣는 것 같다. 카메라 앞이라고 해도 요즘은 워낙 말을 잘하는 선수들이 많아 말주변이 없는 나 같은 성격이 더 도드라지는 게 아닐까 싶다.
선수촌에서 인기가 많을 것 같은데 어떤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하하.
좋아하는 이성상은 있을까?구체적인 건 없고 처음 봤을 때 느낌이 좋은 사람.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말도 잘 통하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1993년생, 올해 딱 서른 살이 되었다. 기분이 어떤가? 운동선수는 생명이 짧은 탓에 선수촌에서 함께 훈련했던 또래 친구들은 이제 거의 은퇴를 했다. 하지만 스피드 스케이팅은 서른 중반이 전성기라고 하더라. 그래서 기대되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 그 이론이 정설인지 내가 증명해보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2026 밀라노 동계올림픽을 두고 하는 말일까? 욕심이 난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처음 나의 이름을 알렸고,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내 존재와 실력을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다가올 밀라노 동계올림픽에서 과연 내가 어떤 성취를 해낼지 확인해보고 싶다. 정말 전성기일 수도 있는 나의 34살을.

계속 도전하고 싶은 원동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모든 사람이 보내주는 나를 향한 지지이다. 사실 원대한 야망을 가지고 스케이트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어렸을 때는 몸이 약해서, 학창 시절에는 진학을 위해, 그 후에는 실업팀 또는 대표팀 발탁을 목적으로 노력했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국제대회 그리고 올림픽 메달까지 욕심내볼 수 있게 만들었다. 그때그때 후회 없을 만큼 쏟았던 노력이 양분이 되어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스피드 스케이팅 유망주를 지나 국가대표가 되고 올림픽까지 나가 받았던 국민의 응원은 나에게 햇빛이다. 나를 더 반짝이게 만들어주니까. 도저히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까지 스케이트 타는 게 즐거운가? 즐겁다. 특히 스피드 스케이팅은 누구를 탓할 것 없이 스스로 한계를 뛰어넘는 종목이기 때문에 나를 분석하고 연구해가는 과정도 재미있다. 그리고 그 노력이 결과로 나타나면 그것만큼 행복한 게 없다. 바람이 있다면 당장이 아니어도 내 아래의 후배들이 지금보다 조금 더 편히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는 것이다. 전용 링크장도 생기고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먼 미래, 차민규의 바람이 있을까? 멋있게 늙고 싶다. 그리고 오래오래 기억되고 싶다. 스피드 스케이팅 하면 ‘차민규’ 이렇게 바로 이름이 나올 수 있을 만큼.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내 자리에서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더 많은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또 누가 봐도 잘하는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두려움 없이 뒤돌아보지 않고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차민규가 될 것이다.

차민규
•1993년 3월 16일 출생
•179cm, 74kg
•2022 전국 동계체육대회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m 은메달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m 은메달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m 은메달
MBTI? ISTP(만능 재주꾼) or ISFP(호기심 많은 예술가)
2022 베이징 올림픽 때 많이 들었던 음악? 게일Gayle의 ‘abcdefu’
가장 자신 있는 것? 스피드
추천하는 웨이트 트레이닝은? 스쿼트, 데드리프트, 파워 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