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호의 시대, 캡틴 코리아라 불리는 이유

“어렸을 때 자주 쓰던 닉네임 중 하나는 피터팬이었어요! 하하.” 어떤 사람으로 나이들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그는 한참을 고민했다. 블랙 베스트만 걸치고 ‘Open Mind’를 섹시하게 부르던 모습부터 SNS에 올릴 때마다 화제가 되는 성난 근육 사진, 생얼로 시리얼과 과자를 까먹으며 넋 놓던 차박 유튜브 영상이나 필라테스를 배우며 개구쟁이 미소로 온몸의 고통을 호소하던 생애 첫 필라테스 유튜브 영상 장면까지. 그의 다양한 이미지들을 관통하고 있는 것은 소년이 간직하고 있을 법한 순수함과 열정이다.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을 정도로 운동에 매진한 결과 ‘캡틴 코리아’라는 별명을 얻었고 무대에 오르면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 아티스트가 되었으며 약 30만 명의 구독자와 약 180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인플루언서가 되었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몸과 마음이 낡아지는 것은 싫어요. 낡아지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피터팬이 될 수 있겠죠?”

팬들 사이에서 ‘근육토깽’과 ‘캡틴 코리아’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맨즈헬스> 커버에 대한 반응이 매우 뜨거운데 이번 3월호이자 15주년 창간 기념호를 장식한 소감을 먼저 듣고 싶다.

기분이 좋지만, 한편으로는 부담된다. <맨즈헬스> 표지 모델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지 않나. 사실 섭외가 들어왔을 때 고민을 많이 했다. 지금 표지를 찍으면 1년 뒤 운동을 더 열심히 했을 때 다시 보면 창피할 것 같더라. 그래도 기회가 왔을 때 한번 찍어보자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데뷔 전과 지금의 사진을 비교하면 딴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체형이 변했다. 어떤 계기로 운동을 시작하게 된 건가?

어릴 때부터 몸이 안 좋았는데 특히 손목과 발목이 가늘어 부상이 잦았다. 이런 부분들을 케어하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하다 보니 욕심이 나고 여기까지 왔다.

모든 운동인이라면 궁금해하는 질문이기도 한데, 원호의 ‘3대 몇?’

이 질문을 많이 받는데 대답할 때마다 창피하고 부끄럽다. 솔직히 지금까지 운동하면서 제대로 재어본 적은 없다. 평소 벤치 프레스는 100kg 정도 들고 스쿼트는 열심히 안 하지만 한창 할 때는 120kg까지 들었다. 데드리프트는 180kg 정도? 워낙 오랫동안 많이 하고 즐겨 하는 운동이라 다른 종목에 비해 무게를 많이 들 수 있는 것 같다.

일주일 운동 루틴에 대해 소개한다면?

팬데믹 전에는 헬스장을 일주일에 14번 갔다. 하루에 두 번씩 매일 갔으니까. 2분할로 운동하는데 예를 들어 아침에는 가슴 운동, 저녁에는 등 운동을 한다면 다음날 아침에는 어깨 운동을 하고 저녁은 팔과 하체 운동으로 마무리했다. 요즘에는 집에서 주로 덤벨이나 케틀벨을 이용해 운동하는 편이다. 2분할로 운동하는 것은 똑같다.

스케줄이 있는 날에도 헬스장을 하루 두 번씩 갔나?

물론이다. 스케줄이 있는 날에는 시작하기 전에 아침에 가서 하고, 스케줄이 끝나면 가서 바로 운동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운동하면 나만의 노하우가 있을 것 같다.

이어폰을 꽂고 운동하는 것. 별다른 음악이 없어도 이어폰을 꽂고 운동하면 집중이 잘된다. 온전히 나만의 세계에 집중하면서 운동하고자 하는 부위에 자극을 줄 수 있다. 그리고 휴식 시간 없이 유산소 운동하듯 운동한다는 점이다. 세트 사이의 시간을 10초 내외로 정해두고 운동을 40분 목표로 끝내려고 한다.

그럼 운동은 보통 1시간 정도 하는 건가?

집이든 헬스장이든 1시간 조금 더 걸린다. 운동하기 전에 준비하는 데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 스트레칭하면서 몸도 풀고, 부스터도 마시고. 마치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기 싫은 것처럼. 하지만 막상 시작하면 집중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폭풍이 휘몰아치듯 운동한다.

체지방률 한 자릿수를 유지한다고 들었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한 자릿수를 유지하는 비결이 있을까?

사실 체지방률 한 자릿수를 유지하기 위해 크게 노력한 것은 없다. 스케줄과 공연이 많아 쉴 틈 없이 움직이다 보니 살이 찔 시간이 별로 없었다. 여기에 운동까지 매일 병행했으니까. 요즘같이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는 집 앞에 나가 러닝을 한다. 왕복 10km 정도, 컨디션이 안 좋다 싶으면 6km 정도 뛰는데 이것도 체지방 한 자리가 목적이 아니다. 그저 운동하고 싶어서 뛰는 것이다.

식단 관리는 매일 하나?

물론이다. 하지만 활동을 앞두고 있거나 중요한 무대나 촬영이 있기 전이 아니면 단백질과 탄수화물, 채소 등을 정량대로 측정해 끼니를 정확히 지키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 탄수화물을 많이 먹으면 다음날 운동을 더 열심히 하고 식사를 조절한다.

이것만큼은 정말 포기 못하는 좋아하는 음식이 있을 듯하다. ‘최애’ 음식은 무엇인가?

음식은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는 편인데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라면이다. 컴백 준비를 위해 연습실에 가면 가끔 댄스팀 친구들이 컵라면을 먹고 있을 때가 있다. 정말 참기 힘들다.

그래서 결국 어떻게 하나? 참는가?

물론이다. 먹고 싶은 음식을 참는 것은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내가 열심히 운동과 식단을 병행해 만든 멋진 몸매를 팬들이 보고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 혹은 그렇게 만든 내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 그래서 참을 수 있다.

촬영 중에 라면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다. 오늘 촬영 후에는 라면을 먹을 예정인가? 화보 촬영을 위해 제대로 못 먹은 것 같은데.

먹을 거다. 그런데 오늘은 친구가 촬영을 끝낸 기념으로 수고했다고 한우 세트를 선물로 보내왔다. 아마 한우와 라면을 같이 먹지 않을까? 물론 내일은 그만큼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지만.

<맨즈헬스> 3월호 테마는 ‘클린 라이프Clean Life’이다. 현대인은 너무 많은 독소와 유해 환경에 노출되어 살아가지 않나.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 원호만의 습관이나 팁이 있을까?

열심히 운동하고 최대한 깨끗하게 식단을 꾸려 섭취하는 것이다. 특히 먹는 것이 제일 중요한데 나 같은 경우는 모든 음식을 먹고 나서 후회하는 음식과 먹고 나서 뿌듯한 음식으로 분류한다. 이런 음식을 기준으로 식단을 짜는 편이다. 이건 나만의 기준인데 예를 들면 색깔별로 음식을 나누는 것이다. 초록색과 하얀색은 좋은 음식, 노란색과 빨간색은 후회하는 음식으로.

‘헬스를 할 때 이것만은 꼭 해라’ 하는 운동 5가지를 말한다면?

헬스를 하면서 느낀 건데 뭐든 기본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머신을 이용하기보다는 덤벨이나 바벨을 이용한 프리 웨이트가 중요하다. 요즘처럼 피트니스 센터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운동할 때 덤벨을 활용해 운동할 수 있으니 참 유용하더라. 운동 5가지를 추천하자면 데드리프트와 풀다운, 로우, 그리고 숄더 프레스와 하체 운동의 꽃인 스쿼트이다.

하기 싫은데 꼭 해야만 하는 숙제 같은 운동이 있다면?

가슴 운동. 어느 정도냐면 가슴 운동하기 전에는 걱정되어서 잠을 못 잔다. 부위에 집중하기 힘들고, 자극 주기도 어렵다. 나에게 제일 하기 싫은 운동이자 약점 같은 운동이다.

운동광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이지만 운동하기 싫은 날이 있을 듯하다. 그럴 때 어떻게 하는가?

일단 바로 부스터를 마신다. 할까 말까 고민을 오래하는데 일단 부스터를 마시면 섭취한 카페인이 아까워서라도 운동을 시작한다.

그렇다면 결국 정말 운동하기 싫은 날에도 운동을 하겠다.

안 하는 날은 없다. 처음 운동할 때는 그냥 쉬었다. 그랬더니 그날 밤에 자책감도 들고 숙제를 안 한 것처럼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 하루에 주어진 운동 퀘스트를 클리어하지 못했으니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안 해서 후회한 적은 많은데, 해서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무조건 한다.

운동은 혼자 하는가? 따로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지는 않았나?

혼자 한다. 물론 처음에는 꽤 오랫동안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았다. 그러다 해외 투어도 많아지고 스케줄도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혼자 하게 되었다.

해외 호텔에 가면 헬스장부터 찾아보겠다.

당연하다. 호텔에 헬스장이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어떤 기구가 있는지, 몇 시에 오픈해 몇 시에 문을 닫는지를 알아본다. 헬스장이 없다면 호텔 근처 괜찮은 피트니스 센터가 어디 있는지부터 체크한다. 정 없으면 방에서 덤벨이나 맨몸 운동을 한다.

알고 있겠지만 최근 유명 헬스 유튜버가 최고의 아이돌 몸매로 원호를 선정했다. 자기 자신이 봤을 때 내 몸 중에서 이 부분만큼은 남들보다 자신 있는 부분이 있나?

남들보다 특별히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 부위는 없지만, 공을 많이 들인 부위는 하체이다. 어릴 적부터 발목이 가늘어 부상이 잦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하체 운동을 열심히 했고 예전보다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다치는 일이 현저히 줄어들었으니까. 그리고 등.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등 운동을 좋아해서 열심히, 그리고 자주 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등이 좀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원호가 꼽는 최고의 아이돌 또는 남자의 몸매는 누구인지도 궁금하다.

카드(KARD)의 비엠, 뉴이스트의 백호. 그리고 아직 드러나지 않았는데 세븐틴의 멤버 우지가 운동광이다. 몸이 진짜 좋은 친구다.

유튜브에 업로드한 ‘필라테스’ 영상의 반응이 뜨거웠다. 헬스 외에 해보고 싶다거나 도전해보고 싶은 종목이 있나?

플라잉 요가와 복싱. 특히 복싱은 친한 지인이 복싱을 좋아해서 배워보는 게 어떠냐고 물어본다. 기회가 되면 제대로 배워볼 생각이다.

운동 전과 운동 후의 삶이 많이 달라졌을 듯하다. 운동이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주었나?

부상 횟수가 확연히 줄었다. 매번 운동하기 전에 스트레칭을 하니까 관절이나 허리 등을 다치는 일도 없어졌고 꾸준히 운동하면서 몸이 단련되고 근육을 어떻게 사용하면 되는지 알게 되니 격한 안무를 춰도 부상 가능성이 적어졌다. 그리고 하루를 계획적으로 사는 노하우가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 운동하고 틈나는 시간에 영어 공부를 하는 등 시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운동하지 않았으면 스마트폰을 보면서 시간을 때웠을 텐데 말이다.

원호에게 운동이란?

취미이자 습관. 술 마시는 걸 좋아하는 편도 그렇다고 게임을 즐기는 편도 아니다. 운동은 나에게 일종의 놀이다.

집돌이로 유명한데 스케줄 없는 날 주로 뭘 하는지 궁금하다.

남들이랑 다를 게 별로 없다. 운동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끝내고 영어나 일본어 공부를 한다. 그리고 여가에는 넷플릭스를 보거나 쉰다.

최근 유튜브 채널에 올린 차박 영상이 화제다. 재미있게 봤는데 <맨즈헬스>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차박 장소가 있다면?

사실 차박이나 캠핑은 집 근처나 답답할 때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강원도 홍천 정도 가는 편이다.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다면 강원도 평창에 있는 육백마지기이다. 한적하고 밤하늘에서 쏟아질 듯한 별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하더라. 주변에서 너무 좋다고 하는데 기회가 없어서 아직 가보지 못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의 화두 중 하나는 ‘자존감’이다. 자존감이 낮은 이들을 위해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을 본인의 경험에 빗대어 조언한다면?

사실 나도 자존감이 낮은 편이었다. 직업 때문도 있겠지만 타인의 시선을 끊임없이 의식하며 살아왔고 부족한 부분은 옷이나 액세서리 등 물질적인 것을 사는 걸로 채웠다. 그렇게 살다 보니 하나둘씩 내려놓는 것이 나를 위해 편하더라. 그리고 조금씩 남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법을 알게 되었다. 남들이 어떻게 보건 말건 열심히 운동하고 주어진 시간을 충실히 살다 보니 나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교과서적인 방법인데 이것이 정답인 듯하다.

직접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도맡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곡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받나?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많이 쓰는 편이다. 그 외에 영감은 주로 넷플릭스 영화나 드라마 등을 보면서 받는다. 예를 들면 영화 <어바웃 타임>을 보고 시간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하는 것이다. 가사들이 떠오르면 메모장에 바로 생각날 때마다 끄적거리고 나중에 멜로디에 덧붙여 완성하는 방식이다.

독학으로 곡 만드는 법을 배운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배웠는지도 궁금하다.

책이나 유튜브를 통해 배웠고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주변의 아티스트 형들을 찾아가서 물어보았다. 처음 곡을 만들 때는 너무 어렵고 시간도 많이 소요되었지만 하다 보니 재미있었고 속도도 붙었다. 무엇보다 내가 쓴 곡을 내가 부르고, 팬들이 듣고 불러준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서 계속 혼자 열심히 했다.

컴백 계획에 대해 듣고 싶다. 다음 앨범을 고대하는 팬들이 많다. 이번에도 모두 작사와 작곡을 도맡아 했나?

작년 9월에 발매했던 <Love Synonym #1 : Right for Me>와 연결되는 파트 2 성격의 앨범이다. 전 앨범이 파워풀하고 에너제틱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앨범은 어두우면서도 슬픈 모습 등 기존과 다른 면을 보여주려고 한다. 이번 앨범도 작사, 작곡했다. 기대 많이 해달라.

원호의 2021년 목표를 듣고 싶다.

가장 큰 목표는 팬들과 대면하는 것이다. COVID-19로 인해 팬들과 직접 만날 수 없어 무척 안타깝다. 지난 공연 때도 온라인으로 했는데 너무 아쉬웠다. 하루빨리 COVID-19가 진정되어서 팬들과 직접 만나 함께 호흡하고 노래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제 주변 사람들이 안 힘들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어떤 사람으로 나이들고 싶은가?

어렸을 때부터 내 닉네임은 줄곧 피터팬이었다. 소년 같은 사람. 나이가 늙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마음만은 순수하고 열정적인 소년이었으면 좋겠다.

낡지 않는 사람?

맞다. 늙는 것과 낡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세상을 순수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매사에 열정적이고 도전적이었으면 좋겠다. 몸과 마음이 낡지 않으면 영원히 젊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