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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림의 숨결을 느껴보았는가?

울릉도에 처음 들어온 개척민들은 울릉도가 예언서 에서 말한 지상낙원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들어온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울릉도 트레일러닝대회를 통해 울릉도의 산과 숲을 걷다 보니 그럴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2 울릉도 트레일러닝대회 체험기

“3시간 안에 들어오지 마세요. 빨리 달리지 말고 천천히 구경하고 오세요. 나리분지에서 음식도 사드세요. 일찍 오면 피니시 라인 설치도 안 되어 있을 거예요.” 유지성 대표의 다소 엉뚱한 공지 사항과 함께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되었다. 지난밤 자정 무렵 포항 영일만항에서 출발한 울릉크루즈에 오른 100여 명이 모인 이곳은 울릉군 북면 현포리에 위치한 울릉천국 아트센터 공연장이다. 울릉천국은 음악가 이장희 씨가 만든 문화예술 공간으로 천국의 문을 열어둔 것처럼 아름다운 곳이다.
밤새 배를 타고 섬에 내려 한 시간을 버스로 이동한 뒤에 바로 출발하는 대회라 시작 전부터 지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하지만 청명한 날씨와 이국적인 풍경, 맑은 공기 덕에 기분은 더없이 상쾌했고 아드레날린은 마구 솟구쳤다. 크루즈를 타고 편하게 자고 와서 그런지 컨디션도 좋았다. 살면서 쉽게 오기 힘든 곳. 잘 알려지지 않은 울릉도의 속살을 확인하는데 두 발로 체험하는 것보다 좋은 게 또 있을까! 빨리 달려 나가 울릉도의 기운과 대자연을 마음껏 느끼고 싶었다. 그렇게 아이처럼 들뜬 마음으로 생애 첫 울릉도 15km 횡단을 시작했다.

울릉도 트레일러닝대회는 울릉천국에서 출발해 깃대봉, 나리분지를 지나 성인봉을 올랐다가 반대편 대아리조트로 내려오는 총 15km, 누적고도 1,165m의 비경쟁 대회이다. 6시간의 경기 시간은 걸어도 다 완주할 수 있는 시간이라 편한 마음으로 가볍게 출발했다. 하지만 초입부터 시작된 급경사 업힐과 정글 같은 원시림을 헤치며 가는 것만으로도 초반 1km부터 이미 체력 저하가 느껴졌다. “울릉도가 꽤 거칠어요.” 제주도 트레일 러닝의 대장 안병식 대표가 전화로 해준 말이 그제야 떠올랐다.
기나긴 업힐이 끝나니 깃대봉 전망대가 나왔다. 탁 트인 시야와 울릉도의 분지들, 끝없는 오션뷰를 보며 새로운 에너지가 솟았다. 힘들었던 오르막은 이미 잊은지 오래. 이어지는 내리막에서는 폭신한 흙과 바람을 느끼며 자유롭게 숲길을 달렸다. 음악을 듣지 않는데도 귓속에서 새소리와 바람소리가 춤을 추듯 리듬을 탄다. 머리 위 태양은 뜨거웠지만 원시림의 그늘 밑은 시원해 달리기에 좋았다. 나리분지에 도착해서는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너른 벌판에서 사진도 찍고 여기저기를 거닐었다. 기록보다 기억을 가져가고 싶은 마음은 다 같았는지 대부분의 러너들은 같은 장소에서 한참을 머물다가 출발하고 다시 멈추어서 사진을 찍었다.

울릉도 최고의 봉우리는 성인봉이다. 이곳을 밟으면 누구나 성인聖人이 된다고 하는데 성인이 되기가 쉬울 리는 없다. 성인봉에 오르기 전에 신령수라는 약수에서 목을 축이고 고개를 드니 끝없이 이어진 계단이 보인다. 1,800계단이라고 하는데 끝까지 세지는 못했다. 천국에 오르듯 마음을 비우고 천천히 성인봉에 올랐다. 오르는 길에 동백나무와 섬노루귀를 비롯해 몇백 년 되었을 법한 고목과 융단처럼 깔린 고사리, 너도밤나무 군락을 만났다. 신비한 식물사전 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울릉도의 숲은 경이로움 이상을 보여주었다. 마침내 성인봉 정상에 도착. 인증 사진을 찍고 내려가려는데 코스를 벗어나 조금만 더 가면 엄청난 뷰포인트가 나온다는 러너들의 말에 발길을 멈추었다. 정상석 아래쪽으로 조금 내려가니 환호성이 들려온다. 끝없이 파란 바다와 흰구름, 평온한 분지와 웅장한 봉우리들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한참을 멍하게 쳐다본 뒤에야 아쉬움 속에 자리를 떠났다.

마지막 5km는 빠른 걸음으로 내려왔는데 산속 찻집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차가운 매실차로 더위를 식히며 유유자적했다. 골인 지점에 도착해 GPS 시계를 멈추니 19km가 찍힌다. 코스를 이탈해 온 산을 누비고 다녔음이 데이터로 확인된다. 잘 달리는 러너들도 천천히 들어오는 것을 보니 모두 같은 마음으로 대회를 즐긴 것 같다. 대회가 끝나고 바다가 보이는 리조트에서 오후 휴식을 취했다.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를 향해 다이빙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어느새 잠에 빠져들었다.
대회 다음날, 울릉도를 떠나기 전 새벽 일찍 출발해 부지런히 독도에 다녀왔다. 첫 도전에 독도 땅을 밟는 것은 삼대의 덕이고 조상의 은공이라고 한다.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대한민국 동쪽 땅 끝에서 태극기를 흔들었다. 여기 오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거짓은 아닌 것 같다. 앞만 보고 달리기에 울릉도는 너무 아름답고 신비로운 섬이다. 천천히 즐기고 오라는 유지성 대표의 말은 괜한 농담이 아니었다. 잠시 다른 세상에 다녀온 것 같은 몽롱한 기분은 여느 대회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색다른 감흥이었다. 이번 여정 중 울릉도로 향하는 배에서 웅장한 바다 일출을 보았고 포항으로 돌아오는 배에서는 낭만적인 일몰을 보았다. 빨간 해 두 개를 가슴에 품고 돌아가는 벅찬 마음을 무엇에 비교할 수 있을까. 겨울에는 눈이 아주 많이 온다는데. 눈 쌓인 울릉도는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대회 참가자 리뷰

박지혜@j.anagram(아나운서)
“천혜의 울릉도를 훼손시키지 않았으면”울릉도를 달린다는 것! 그 자체로 이번 도전은 충분했다. 작년에는 비오는 울릉도만 보았는데 올해는 날씨가 너무 좋아서 햇빛과 어우러진 울릉도를 보았다. 날씨마다 다른 모습을 보이는 울릉도가 신기했다. 그만큼 울릉도의 현재 모습을 지키고 싶다. 대회 참가자들이 쓰레기를 버리면서 울릉도의 순수한 자연을 훼손시키는 일이 없도록 이런 부분을 미리 말해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울릉도 나리분지에서 본 경관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이가람@b.lack_i(회사원)
“눈을 뗄 수 없는 풍경”이번 대회의 최고는 날씨였다. 날씨 덕분에 울릉도를 횡단하는 내내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고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또한 컷오프 시간의 압박이 없고 100명 한정으로 진행되어 대회보다는 축제 분위기였다. 사진 촬영 명당을 알려주면서 코스를 벗어나지만 꼭 보고 오라고 권유하는 것도 여기서만 가능한 일이다. 작년에는 강릉에서 배를 타고 갔는데 올해는 크루즈를 타고 가니 수학여행 느낌도 나고 크루즈에서 본 일출과 일몰은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트레일 기어 리뷰

서재하@seo_jaeha(뮤지션)

“데일리 스포츠 선글라스로 추천”대한민국을 방방곡곡 안 다녀 본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지역을 가봤는데 한반도에서 볼 수 없는 자연이 정말 경이로웠다. 대회는 참가자가 적어서 좋았고 급경사와 내리막이 많아 예상보다 힘들었다. 이곳을 안 뛰어본 사람은 어디 가서 트레일 러닝 했다고 말하면 안 된다. 초행길에 독도 땅을 밟았고 배에서 황홀한 일출을 보는 등 처음 경험해본 것들이 많아 기억에 깊이 남을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 스미스의 ‘핀포인트’ 스포츠 선글라스를 쓰고 다녔는데 디자인 자체가 고글형이 아닌 선글라스형이라 깔끔해서 일상에서 착용해도 좋을 것 같다. 노란색이 감도는 크로마팝 편광 브론즈 미러는 빛 번짐이나 눈부심이 전혀 없었고 시야가 밝아 녹색의 자연과 푸른 하늘이 깨끗하게 보였다. 프레임이 유광이 아닌 매트라 얼룩지지 않아 더 좋았다.

정영준@juni.fit(회사원)

“태양 아래서 훌륭했던 미러렌즈”울릉도는 킹콩이 나올 법한 울창한 원시림과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웅장하지만 위협적이지 않고 사람을 품어주는 따뜻함이 느껴졌다. 대회를 포함해 2박 3일 일정 내내 스미스의 새로운 ‘바브캣’ 고글을 체험했다. 맨눈으로는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는 강렬한 태양빛에서도 바브캣을 쓰면 눈이 편안했다. 미러렌즈들은 투과성이 떨어져 착용 시 어두운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충분히 밝고 시야가 시원했다. 실측 무게는 25.9g 초경량으로 장시간 착용에도 부담감이 없었고 소프트한 코받침과 탄탄한 다리, 그리고 전체적인 밸런스가 훌륭해서 쓰고 있는 내내 마치 얼굴과 하나가 된 느낌이 들었다. 특히 엄청나게 땀을 흘리며 산길을 뛰어다녔지만 흔들리거나 흘러내리지 않았다. 고정력과 안정성은 그동안 써왔던 수많은 고글 중 단연 최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