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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하나’의 도전, 피트니스 모델 김나윤

평범한 사람들의 도전은 언제나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이 세상에 위대한 사람은 없다. 단지 평범한 사람들이 일어나 맞서는 위대한 도전이 있을 뿐이다”라는 미국의 명장 윌리엄 프레데릭 홀시William Frederick Halsey, Jr의 말처럼. 코리아가 창간 16주년을 맞아 준비한 키워드는 ‘도전’이다. 장애를 딛고 일어선 여성, 건축가에서 패션 모델로 제2의 인생을 사는 시니어 모델, 한국 스노보드 역사상 최초의 메달리스트, 동양인 최초로 머슬마니아 세계 챔피언의 꿈을 이룬 사나이 등 저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위해 굳은 신념으로 도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금 이 순간, 무언가를 갈망하지만 도전 앞에서 망설이고 있다면 창간 16주년 특집 인터뷰가 삶의 나침반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한 팔로 피트니스 대회 4관왕에 오른 김나윤의 인생은 이제부터이다. 희망과 굳건한 마음으로 매 순간 도전하고 있는 그녀의 시선은 끊임없이 다음 목적지를 향한다.

김나윤이 슬리브리스로 갈아입었다. 자신의 절단 부위를 카메라에 담는 것에 개의치 않는다는 듯 당당한 태도로 카메라 앞에 섰다. 그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어느 다큐멘터리 방송이었다. 한 팔로 식단을 준비하고 115층의 계단을 오르며 케틀벨을 가방끈에 연결해 목에 걸고 스쿼트하는 모습이 몹시 인상적이었다. 장애인 최초로 피트니스 대회에 참가해 4개의 트로피를 거머쥐며 당시 무대를 지켜본 모든 이들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인터뷰 말미에 그녀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저한테는 물 마시는 것, 걷는 것도 모두 도전이었어요. 하고 나니까 아무것도 아니었죠.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실천하세요.”

거울에 비친 모습, 믿을 수 없던 현실
거울을 통해 한쪽 팔이 없는 상실감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비현실적이어서 믿기지 않았습니다. 처음 걸을 때가 아직도 기억나는데요. 똑바로 걸어야 하는데 없어진 팔 무게 때문에 자꾸 오른쪽으로 몸이 기우는 거예요. 엉덩이와 허벅지 힘이 없어서 변기에도 제대로 못 앉았어요. 아이가 갓 세상에 나온 것처럼 모든 것이 처음 겪는 일이었죠. 모든 일을 연습해야 가능했습니다. 세상을 좀 삐뚤게 해석하기도 했어요.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하는 마음이 많이 들었고요. 재활병원에 가니까 척추를 다쳐 팔이 있어도 사용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있었어요. 지금은 팔 하나라도 사용할 수 있어서 감사하지만 그때는 ‘그래도 저 사람들은 팔이 있으니까 재활이 가능하잖아, 양손이 있으니까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잖아’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나가다가 누군가 쳐다보면 괜히 나를 이상하게 보는 것 같아 우울하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정말 예민했어요.

그래도 살아난 것에 감사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장애를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사고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거든요. 오토바이를 타고 코너를 돌다가 사고를 당했기 때문에 잘못한 사람도 없고 목격자와 가해자도 없어요. 게다가 사고 영상을 보려고 해도 당시 주변에 차가 없어서 블랙박스 확인도 불가능했고 국도라 CCTV도 없었어요. 조금만 더 심했다면 즉사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되더라고요. 죽는 것보다는 그래도 사는 것이 훨씬 낫잖아요. 다행히 저는 오른손잡이라 ‘왼팔이 절단되어서 그나마 다행이구나’, ‘살아난 것에 대해 감사해야겠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해석해보았던 것 같아요.
물론 완벽하게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어요. 기분이 좀 우울한 날에는 누군가가 제 모습을 볼 때도 분명 팔 때문이 아닌데 괜히 내 모습이 이상해서 보는 건가 오해할 때도 있습니다. 죽을 때까지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사고 후의 인생도 나름 괜찮아요. 어린아이로 다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모든 것이 저에게는 새롭고 재미있는 도전이에요.

당당한 인생을 위해 출전을 결심!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척추 측만이 심해졌더라고요. 계속 오른팔로만 생활하니까 점점 더 휘어져 측만이 심해질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용로 박사님과 함께 재활 운동을 많이 했죠. 어느 날 박사님이 피트니스 대회를 나가보라고 권유하셔서 저도 좋다고 했어요. 제 장애를 받아들이기 위해, 그리고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해서요. 공공기관이나 회사에서 교육적인 목표로 장애 인식 개선을 노력하지만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만약 가족이나 친구 중에 장애인이 있다면 장애에 대해 훨씬 잘 알고 많이 공감할 거예요. 장애인들이 사회에 나오면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인식과 처우 개선에 도움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장애인들이 자신의 장애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사회에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죠. 그리고 대중 앞에 당당한 제 모습을 보여주면 제 자존감과 자신감도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대회 준비 운동은 집에서 했습니다. 최대한 몸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운동했어요. 하체 운동의 경우 중량 조끼를 입고 스쿼트 등을 운동했어요. 운동할 때 많이 힘들었는데 박사님을 보니까 동기부여가 되더라고요. 이용로 박사님은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시는 척추 손상 장애인입니다. 사고 전에 헬스 트레이너였고 피트니스 대회도 출전했던 분이었어요. 택시 사고로 장애인이 되었는데 운동을 얼마나 하고 싶으시겠어요. 저도 길 가다가 여자들이 양손으로 머리 묶는 모습만 봐도 부럽거든요.

우리 모두 도전할 수 있어요!
서울에는 오래된 건물이 많아요. 휠체어 진입이 힘든 구간이 굉장히 많고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도 많죠. 장애인 주차 구역은 휠체어가 내리는 공간까지 고려해서 넓게 만들어야 하는데 좁게 만들어서 쓸모가 없는 곳도 더러 있어요. 비장애인이었을 때에는 몰랐어요. 장애인이 되어보니까 그런 점들이 눈에 보여요.
법적으로 제도가 필요할 것 같기는 해요. 새로 지은 신도시는 바닥도 깔끔하고 공간도 넓지만 서울은 심각한 편이에요. 그리고 우리의 생각과 우리를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인식이 바뀌어야겠죠. 장애는 단지 불편한 것이에요. 장애인 분들에게 잘 살아가고 있으니까 힘내라고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김나윤이어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싶습니다.

도전은 하고 싶은 것을 실천하는 거예요
무엇을 하든 오늘 재미있게 살고,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면서 살자고 생각해요. 사고와 죽음이라는 것은 언제 어떻게 올지 몰라요. 지나고 나서 후회하면 이미 늦잖아요. 사람들이 ‘도전’이라 하면 크고 거창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어요. 제 생각에 도전은 실천이에요. 여행을 가는 것도, 먹고 싶었던 음식을 먹는 것도, 보디 프로필이나 대회를 나가는 것도 모두 도전입니다.
하고 싶은 것은 너무 많아요. 장애 인식 개선에 대해서 노력을 많이 할 생각이에요. 그렇다고 강의 활동을 한다거나 하는 거창한 활동은 아니에요. SNS와 유튜브 채널 ‘윤너스’ 방송을 통해 제 일상을 보여주면서 장애 인식 개선에 노력도 할 것이고요. 개인적으로는 유럽으로 여행가고 싶어요. 코로나가 끝나면 배낭 하나 둘러메고 훌쩍 떠나볼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