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Mobile Menu

(주)메커니즘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 44길 25 지성빌딩 3층 (우)04382   사업자등록번호 450-87-00813   대표 백승관
Tel. 02-794-5007   Fax. 02-794-5006   vips@makernism.co.kr

Operated by Makernism Co. Ltd. by Permission of Hearst Communications, Inc., New York, New York, United States of America

Close Mobile Menu
Go to top

식단에 얽힌 오래된 오해와 진실

인간의 신체 능력을 강화하고 건강을 증진하는 식단은 과연 무엇일까. 육식일까, 아니면 채식일까. 남성들은 영양학적으로 부적절한 음식을 섭취하는 걸 자랑스레 여기고, 반대로 다이어트 식품이나 영양식은 여성들이 먹는 음식인 듯 치부했다. 성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비거니즘이 확산되는 시대에 오랜 시간 논쟁의 중심이었던 주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UFC 선수가 직접 나섰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에서 생활하는 제임스 윌크스James Wilkes는 ‘진짜 사나이’라면 당연히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갖고 성장해왔다. 격투기 전문가인 윌크스는 얼마 전 보디빌딩을 하는 오랜 친구를 만났다. 그는 키가 190cm에 210kg이 넘는 거구였다.

둘은 점심을 먹고자 한 식당에 들어섰고 이내 메뉴판에 적힌 치킨의 스펠링이 특이한 점을 눈치챘다. ‘Chick’n’이라고 쓰인 이 메뉴는 다름 아닌 실제 닭고기가 아니라 식물로 만든 대체 고기였던 것이다. 종업원에게 고기 메뉴는 어떤 게 있는지 물었으나 “고기 메뉴는 없다”라는 대답이 돌아올 뿐이었다. 두 사람은 뒤늦게 눈치챘다. 자신들이 들어온 식당이 하필 ‘비건 레스토랑’이었다는 사실을.

둘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이내 일어서 식당을 나와야 했다. 윌크스는 “어떤 음식이든 고기가 들어 있지 않은 음식은 상상해본 적도 없다. 운동선수가 아니더라도 남자라면 당연히 끼니마다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고 믿었으니까”라고 말했다. 최근 윌크스는 부상 때문에 격투기를 그만두었다. 하지만 그는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과 공동 프로듀싱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더 게임 체인저The Game Changer>에서 진짜 사나이는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뒤집는다.

윌크스가 식물성 식단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1년, 무릎 인대가 찢어져 더이상 훈련할 수 없게 되었을 때부터다. 영양학에 대한 정보를 읽던 중 로마의 검투사들이 채식주의자였다는 사실에 큰 감명을 받았다. 이후 더 많은 정보를 알아갈수록 스스로가 식품 산업에 의해 잘못된 세뇌를 당해왔다고 확신했다.

“나는 단백질이 당연히 동물한테서만 나오는 줄 알았다. 동물이 식물에서 생기는 단백질을 운반하는 중간 역할을 한다고는 꿈에도 몰랐다.”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에서 윌크스는 콩 부리토를 먹은 남성과 고기 부리토를 먹은 남성의 발기 능력에 대해 비교하기까지 했다. 그는 자신이 한때 ‘사나이 음식’쯤으로 생각했던 몇몇 음식이 실제로는 건강에 매우 해롭다는 점도 발견했다.

건강을 해치며 언젠가 심장 질환까지 유발하기 전에 자신의 잘못된 편견을 내려놓자.

당신 몸은 당신이 먹는 음식으로 이루어진다

음식과 성별의 관계는 이미 사회적 문화에도 꽤 깊게 배어 있다. 남자가 된다는 것은 과연 무슨 의미일까? 적어도 ‘데드리프트를 얼마나 할 수 있는지’보다는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이처럼 음식도 단순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 왜 그런 음식을 먹느냐고 물으면, 가족과 문화계층을 넘어 정체성까지 운운하는 대답이 돌아올 테니까. 남성은 왜 그렇게 먹을까?

영국에서 ‘사나이 음식’이라고 하면 파이, 스테이크, 버거, 패스트푸드와 같이 고칼로리 식사를 싼값에 파는 음식점이 떠오른다. 건강한 식단은 결코 아니다. 이를 흔히 ‘여성 음식’이라고 여기는 샐러드나 요구르트, 다이어트 콜라 등과 비교해보자.

더욱 일반적인 연상 관계도 있다. 단백질은 남성, 설탕은 여성. 먹고 싶은 음식을 고민 없이 먹는 건 남성, 사진을 찍기 위해 음식을 먹는 건 여성. 바비큐 굽는 것은 남성, 아이들을 위해 파스타를 조리하는 것은 여성. 관상동맥 질환은 남성, 거식증은 여성. 정말 허무맹랑한 편견이 아닐 수 없다. 여성들도 심장병에 걸리며 남성들도 식이장애로 고생한다.

나는 모든 식사를 집에서 요리하지만, 아내는 이를 완강히 거부한다. 물론 이러한 편견들은 떨쳐내기 쉽지 않다. 하이네켄 광고를 떠올려보자. 칵테일과 맥주를 시킨 테이블에 종업원은 묻지도 않고 맥주는 남성에게, 칵테일은 여성에게 내어준다. 둘은 눈빛을 교환하며 음료를 바꾸고 짧은 문구가 뜬다. “남자도 칵테일을 마실 수 있죠.” 짧지만 메시지가 분명한 광고이다.

영국의 영양학자 롭 홉슨Rob Hobson은 말했다. “체중 감량에 관해서는 아직도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이 강조됩니다. 그런 사고방식은 남성과 여성이 먹어야 한다고 느끼는 음식의 종류에 영향을 끼치지요. 호밀 크래커는 여성을 타깃으로 광고합니다. 저지방 요구르트 광고에는 항상 여성이 등장하듯이 말입니다.”

마케팅뿐만 아니라 넓게는 사회적 문화 역시 한몫한다. 비거니즘은 오랫동안 여성스러운 것으로 여겨져 왔다. 영국 TV 진행자 피어스 모건Piers Morgan은 영국 식품 브랜드 그렉스Greggs가 내놓은 비건 소시지 롤에 구역질이 난다는 행동을 보였다.

그렉스의 비건 소시지 롤은 아주 성공적인 제품으로 이미 판명이 났다. 1982년 미국 시나리오 작가 브루스 페어스타인Bruce Feirstein은<진짜 남자는 키시를 먹지 않는다Real Men Don’t Eat Quiche>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키시’가 여성스러운 음식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으나, 그 책은 무려 100만 부가 넘게 팔렸다.

요약 남자들이 먹는 방식은 가족과 정체성 문제와 엮여 있다.

문제의 뿌리

우리는 어릴 때부터 이런 견해와 사고방식에 자연스레 노출되어 있었다. 어린 시절 TV 앞에 앉아 뚫어지게 보던 영화 <고인돌 가족>을 예로 들어보자. 1994년 개봉한 이 영화는 구석기시대보다는 1960년대 캘리포니아를 더 많이 반영한다. 남자는 고기를 먹으며 사냥을 하고, 여성은 풀이나 채소 따위를 채집한다는 이미지가 깊게 뿌리박혀 있다. 한 가정에서 남성이 고기를 공급하는 행위는 즉, 더 높은 지위를 부여받기 위함이었다는 간접적 근거에 대해 인류학자들은 반론을 내세웠다.

그들은 콩고와 필리핀의 수렵 채집민 공동체에 대한 계보에 따라 남성과 여성은 비슷한 수준의 식량을 사냥하거나 채집했으며, 동등한 지위를 누렸다는 점을 발견했다. 남성 역시 육아에 적극적이었으며, 일부일처제가 표준이었다. 성 불평등은 농업이 등장하면서부터 대부분의 남성이 사냥을 그만둔 시기에 나타났다. 홉슨은 남성과 고기의 연관을 생물학적 근원과는 별개라고 주장한다. 남성이 주로 육식 위주의 식단에 끌리는 이유는 그들의 몸이 원해서가 아니라 문화적 요소 때문이라고 밝혔다.

남성과 여성은 서로 다른 영양분을 필요로 한다. 가령 여성일 경우 매달 월경을 하기 때문에 남성보다 철분이 두 배는 더 필요하다. 반대로 남성에게는 아연이 훨씬 더 필요한 영양소로 이는 재생산 기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철분은 간, 고기, 콩, 암녹색 채소에 가장 많이 들어 있다. 아연은 갑각류에 가장 많고, 다음으로 고기, 유제품, 빵 등이 있다.

문화적 변혁

이러한 연상 관계가 남성의 웰빙을 해치지 않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가장 최근의 세계보건기구 자료에 따르면 남성의 수명이 여성에 비해 평균 4.4년이 더 짧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흡연이나 자동차 사고 등을 비롯해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남성의 심혈관 질환 발병 및 알코올 섭취율이 높고, 병원 방문 횟수는 적다는 점이 가장 위험한 요인이 된다.

영국을 기준으로 비만율을 따지면 남성이 여성보다 2% 정도 더 높다. 2012년 남녀 식습관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건강한 식품을 위주로 섭취한다. 그와 동시에 케이크와 초콜릿같이 당도가 높은 음식도 많이 먹는다. 그럼에도 남성이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지만, 이는 음주와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홉슨은 이렇게 말했다. “남성이 다른 남성들 앞에서 건강식을 먹는 행동을 부끄럽게 여기던 시대가 있었다. 그게 남성들이 비건이 될 확률이 더 낮은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하고 있다.”

레스토랑 운영자 닐 랜킨Niel Rankin은 자신의 식당에서 남녀간의 차이는 거의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에 양과 염소를 통째로 6m짜리 화구에 구워 파는 템퍼Temper라는 레스토랑을 열었고, 작년에는 제로 웨이스트 비건 패스트푸드점인 심플리시티 버거Simplicity Burger를 열었다. 전혀 다른 메뉴의 두 식당을 운영하는 걸 모순이라 여기지도 않았다.

“토요일 저녁 두 가게에 들르면, 남녀 모두 골고루 구성된 건강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템퍼에는 꼭 덩치 큰 남자들만 오지도 않아요. 심플리시티 버거를 찾는 손님은 여성 중심일 거라 생각한 것도 착각이었죠. 대부분 자신의 건강을 챙기고자 하는 플렉시테리언 남성과 여성이 찾는 레스토랑이었어요.”

그에 따르면 최근에 발생한 독특한 현상 중 하나로 확연히 구분되는 두 식당 풍경이 중점을 찾은 것이다. 치킨윙과 같이 식물성 버전으로 나온 튀김 음식들이 나오면서 비거니즘은 혼란이 왔다. 반면에 동물성 식품은 그 출처와 동물복지, 농장에서 식탁으로 오기까지의 과정 등에 초점을 맞추며 더욱 깨끗해졌다.

“패스트푸드 산업은 이 시장에 빠르게 적응했습니다. 그렉스의 비건 소시지 롤은 그야말로 성공적이었고, 딜리버루Deliveroo에는 테이크아웃 샐러드가 꽉 차 있습니다. 하지만 동네 술집이나 값싼 식당들은 더 느려졌죠. 생맥주는 아직도 바뀐 게 없습니다.”

슈퍼마켓의 포장을 디자인하는 콜리 포터 벨Coley Porter Bell 소속의 존 클라크John Clark는 상품들을 마케팅하는 방식도 변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저희는 더이상 이분법적으로 남성 또는 여성을 향한 시장 상품에 대한 설명을 받지 않습니다. 훨씬 더 복잡하지요”라고 입을 열었다.

“1950년대를 돌아보면 가정주부와 가장이라는 전통적인 역할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198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는 야망에 찬 라이프스타일을 향한 마케팅이 통용되었으니까요. ‘이 제품을 사용하면 저처럼 될 수 있습니다’와 같은 거였죠. 지금은 관심사 등에 따른 더 작은 그룹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성별은 중요하지 않고, 에너지와 회복력을 담은 식품을 만들며 이에 ‘남성적’ 또는 ‘여성적’이라는 말로 설명하지도 않습니다.”

나쁜 습관을 없애라.

지방 곱씹기

<더 게임 체인저>에서 윌크스는 고기가 남성 음식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남성 음식을 만들고자 한다. 하지만 스테이크를 식단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건 옳지 않은 태도이다. 다큐멘터리는 근거가 부족한 추론을 하고 유리한 증거만 제시한다는 비판마저 받았다.

이를 확인해본 결과, 소에서 나온 우유가 남성들의 에스트로겐 수치를 증가시키고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감소시킨다는 윌크스의 주장은 임신한 소에서 나온 우유가 일곱 명의 남성들에게 일시적으로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을 낮추었다는 연구에 기반했다. 검투사들이 대부분 식물만을 먹었을지는 모르지만, 그들은 노예였고 가장 싼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남성 생식력 스타트 기업 엑스시트ExSeed의 식품공학자 마이클 파블루Michael Pavlou의 말에 따르면,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음식의 질이라고 한다.

“붉은 고기는 영양가가 매우 높습니다. 더불어 단백질 함량이 높고, 비타민B의 훌륭한 원천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당신이 먹는 고기는 어떤 고기인가요? 풀을 먹고 자란 소인지, 산업적 농장에서 큰 소인지 알고 먹는 건가요? 인간은 모두 유전적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음식은 나에게 좋을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해로울 수 있지요.”

나는<진짜 남자는 키시를 먹지 않는다>의 저자에게 이전의 입장을 철회할 생각이 없는지 이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돌아온 답변에 감탄하고 말았다.

“그 당시에 ‘키시’는 특정 라이프스타일을 의미했습니다. 그건 마치 자신의 음식을 통해서 가치관을 내보이는 행위였습니다. 오늘날은 완전히 다른 세계입니다. 훌륭한 남성 요리사와 셰프들이 전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칩니다. 어느 면으로 보나 ‘진짜 사나이’인 폴 매카트니는 비건입니다. 세상에는 훌륭한 음식이 가득하고 스테이크나 알코올, 가공식품 등이 가득한 식탁은 지구는 물론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도 최선의 선택이 아님을 잘 알고 있지요. 그래서 오늘날에는 자신이 무엇을 먹는지, 혹은 먹지 않는지 그 자체가 남성성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인정하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도 케일과 퀴노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