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 of Ages
드웨인 존슨의 슈퍼히어로 영화 〈블랙 아담〉이 10월 19일 개봉했다. 드웨인은 이 영화를 무려 15년 동안 애정을 쏟은 프로젝트라고 소개했다. 사실 놀랍지 않다. DC 코믹스의 카툰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블랙 아담〉은 우리나라에서조차 이 역할을 드웨인 존슨이 맡을 것이라고 2009년부터 소문이 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드디어 우리나라에서 최초 개봉한 영화 〈블랙 아담〉은 개봉 전부터 41.2%의 예매율을 기록하며 흥행을 예고했고, 개봉과 동시에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일주일 만에 무려 50만 관객이라는 성과를 냈다. 사실 영화는 각종 영화제에 초대받고 수상작으로 노미네이트될 정도의 만듦새를 자랑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드웨인 존슨의 팬이라면 다음 세 가지 이유로 〈블랙 아담〉을 반드시 관람해야만 한다.

첫 번째로 2m에 가까운 키와 130kg에 육박한 신체 조건을 가진 드웨인은 우려와는 달리 슈퍼히어로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두 번째로 영화 〈블랙 아담〉의 주인공 드웨인 존슨은 영화 속에서 슈퍼히어로인 동시에 빌런이 되어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연기를 펼친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서 드웨인은 스스로 인생 최고의 몸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압도적인 보디를 자랑하며 심지어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끝내주는 액션까지 선보인다. 하지만 프로 레슬러 출신으로서 늘 피트니스 센터에 출근하는 드웨인 존슨에게도 영화를 위한 보디 트레이닝은 전에 없던 도전이었다고 그는 덧붙인다. “할 수 있을 때까지 밀어붙이며 인생 최고의 몸을 만드는 것이 이번 목표였어요”라고 드웨인은 말한다.
“슈퍼히어로 몸만들기라는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기까지의 과정은 사실 어렵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그 몸을 몇 달간 유지하는 것이었어요. 운동을 열심히 해본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최상의 몸이라는 것은 아주 짧은 순간을 위할 때가 많아요. 물론 올림픽 국가대표나 경기를 위해 체중을 감량하는 프로 선수, 무대에 오르는 보디빌더들은 짧게는 하루 이틀, 길게는 일주일 동안 만들었던 몸 상태를 유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촬영이 진행되는 수개월 동안 이 몸을 완벽하게 유지해야 했어요. 운동을 좋아하던 저에게조차 그야말로 고통스러운 날들의 연속이었지요.” 드웨인 존슨은 보디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보다 프로였기 때문에 슈퍼히어로 역할을 맡았던 다른 배우들과는 다르게 더 어려운 도전을 감행했다. 바로 슈퍼히어로라면 연상될 수밖에 없는 우월한 피지컬을 위해 특히 주인공이라면 반드시 착용하는 근육 슈트를 포기한 것이다. 오히려 드웨인 존슨은 그것에서 더 나아가 오로지 운동을 통해 믿어지지 않을 만큼 강인한 근육을 만들어냄으로써 DC 코믹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인 슈퍼맨에 대적할 정도의 강인한 파워를 탄생시켰다.
“저 역시 ‘그냥 다 포기하고 근육 슈트를 입자. 모든 배우가 다 그렇게 하잖아’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다른 동료 배우들을 비난하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에요. 그저 지향점이 다를 뿐이죠. 하지만 〈블랙 아담〉은 저에게 특별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힘이 들더라도 제대로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과감하게 근육 슈트를 포기하고 진짜 나의 근육을 보여줘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근육 패드가 채워지지 않은 일반 슈트의 경우 착용하게 되면 몸의 모든 디테일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요. 거의 맨몸처럼요. 그래서 몇 달 동안 후회 없을 정도로 운동에만 집중하며 몸만들기를 이어갔어요. 장담할 수 있어요. 되돌아가기 싫을 만큼 길고 험한 과정이었다고요.”
드웨인은 언제 어디에서든 늘 열심히 하는 배우가 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변함없는 성실함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름이 부끄럽게 오르내리지 않도록 늘 조심한다. 그래서일까. 할리우드라는 조금은 유별난 세계에서 유난히 빛나는 그만의 직업윤리 덕분에 드웨인은 무려 20년간 흔한 스캔들 하나 없이 누구보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진 원톱 액션 배우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 드웨인 존슨이 올해로 50세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더 락이라고 불리던 그때처럼 여전히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으며 포기라는 단어 또한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50대야말로 두 배로 노력해야 할 시기라고 말한다. 드웨인은 편한 곳을 찾아 그저 안주하고 싶은 마음을 가장 경계한다고도 덧붙였다. 왜냐고 물으니 험하고 두려운 곳에 가야만 옳은 결과를 찾을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나라로 50세는 지천명이라고도 불린다. 하늘의 뜻을 비로소 알아챘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더 락, 드웨인 존슨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더 락’이라는 호칭으로 더 많이 불리는 드웨인 존슨이 〈맨즈헬스〉와의 촬영을 위해 촬영장으로 나타났다. 그가 입은 블랙 컬러의 피트되는 상의에는 락 머슬Rock Muscle이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고 산처럼 솟은 드웨인의 이두근 위에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폴리네시안 타투가 아름답게 새겨져 있었다. 강렬한 레드 컬러의 쇼트 팬츠 위로 드러난 단단한 허벅지와 건강해 보이는 스킨톤에도 선명하게 드러나는 갈라진 종아리 근육까지 두말할 것 없었다. 지금의 드웨인 존슨은 누가 보아도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는 완벽한 보디를 가지고 있었다.
〈맨즈헬스〉 촬영장에 오기 전 아침에 무엇을 했는지 말해줄 수 있을까요?
아침은 늘 저의 세 딸과 함께 침대에서 눈을 떠요. 제가 전날 밤에 몇 시에 자든 상관없이 아이들은 오전 6시면 일어납니다. 그리고 우리 부부의 침대로 올라와서 뛰어놀기 시작해요. 저는 보통 새벽 1시~1시 반 사이에 잠들지만 사랑스러운 딸들을 보면 피곤함은 전혀 느낄 수 없어요. 보통 오전에는 딸들과 여러 가지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집에 마련해 놓은 서재에 들어가 서류 업무를 보기도 합니다. 오늘은 〈맨즈헬스〉 촬영 때문에 일부러 아침 일찍 운동하러 갔는데 몇 가지 처리 안 한 것들이 있다는 걸 깨닫고 다시 집에 돌아와 일을 끝냈어요. 하지만 운동을 안 할 수는 없으니 인터뷰를 마친 후 피트니스 센터에 가서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운동할 예정이에요.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블랙 아담〉 이야기를 해볼게요. DC 코믹스 상에서 꽤 상징적인 캐릭터이고 또 오랜 시간 이 프로젝트에 전념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역할을 맡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영화는 물론 TV 드라마를 통해서 그 누구도 연기한 적이 없던 블랙 아담이라는 캐릭터를 제가 맡았다는 것이에요. 블랙 아담 역할은 오롯이 제가 처음이니까요. 그 누구도 해보지 않았던 무언가를 해볼 기회가 주어진다는 건 저에게 굉장히 흥분되는 일이에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슈퍼히어로라는 장르를 새롭게 변화시킬 기회가 저에게 주어졌다는 것이었어요. 왜냐하면 영화의 주인공인 블랙 아담은 관객들이 그를 어떻게 해석하냐에 따라 슈퍼히어로, 안티 슈퍼히어로 또는 완전한 빌런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다채로운 캐릭터이거든요. 모두가 알다시피 저는 이 프로젝트를 아주 오랫동안 준비했어요. 말 그대로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다고 할 수 있을 만큼요. 물론 홍보를 위해서 흔히 하는 말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제가 이 영화를 직접 제작한다고 처음 입을 뗀 후로 15년이 흘렀다면 조금 와닿을까요? 하하. 애정을 담은 이 영화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게 진심으로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블랙 아담〉은 사실 DC 코믹스 속 슈퍼맨이나 배트맨처럼 익숙한 캐릭터는 아닌데 낯선 슈퍼히어로를 연기하고 또 알리는 게 어렵지는 않았나요?
블랙 아담이 익숙하기는커녕 오히려 생소하다는 건 시작부터 잘 알고 있어요. DC 코믹스에서 제작한 영화에 큰 흥미가 없다면 슈퍼맨과 배트맨을 포함해 조커, 수어사이드 스쿼드 정도가 가장 친숙할 거예요. 하지만 제가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하는 것은 블랙 아담이라는 캐릭터는 힘으로만 볼 때 슈퍼맨과 거의 동급이라는 점이에요. 두 캐릭터의 차이는 도덕성인데 슈퍼맨은 스스로 준수하는 윤리적 규범이 있고 블랙 아담은 없다는 것이에요. 슈퍼맨은 결코 누구를 죽이지 않아요. 그리고 그것이 그가 언제나 최고의 슈퍼히어로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반면에 블랙 아담은 누군가가 그 또는 그의 가족에게 해를 끼치려 한다면 단번에 즉결 심판을 내려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목숨을 해쳐버리는 전무후무한 캐릭터라고 말할 수 있어요.
들어보니 블랙 아담은 안티 히어로에 가까워 보이는데 대중이 원하는 슈퍼히어로의 이미지와 반대되는 역할을 연기하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사람들은 프로 레슬러 더 락이라는 이름을 통해 제가 차가운 심장을 가진 냉혈한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어요. 그리고 예전에는 그런 이미지를 꽤 즐겼던 것도 맞아요. 하지만 〈블랙 아담〉을 본 관객들이라면 그의 행동과 철학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인간적인 측면에서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감정선을 충분히 납득시킬 수 있는 주인공이고 그런 캐릭터에 제가 생명을 불어넣을 기회를 갖게 되어 영광스러울 뿐이에요.

드웨인 존슨이 생각하는 블랙 아담은 어떤 인물인가요?
블랙 아담이라는 역할에 매력을 느꼈던 이유 중 하나는 어느 영역에 속하는지 불분명한, 흔히 말하는 그레이 존Gray Zone에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이었어요. 그의 모든 행동이 철저한 흑백 논리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흥미로웠고요. 만약 누군가 사랑하는 나의 가족 또는 나의 나라, 국민을 해치려 한다면 저 또한 블랙 아담처럼 참지 않을 게 분명해요. 대화나 토론 없이 바로 싸움으로 시작하는 것도요. 이런 행동은 완전하게 정의롭다고 할 수 없습니다. 비난을 받을 만한 행위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가 어떤 마음으로 심판을 내렸는지 이해할 수는 있을 거예요. 안티 슈퍼히어로라고 불릴지언정 블랙 아담은 자기만의 신념을 가진 인물이에요. 그리고 그 점이 저 그리고 많은 사람이 블랙 아담에게 끌리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듣고 보니 영화 속 캐릭터이지만 실제 드웨인 존슨의 삶과 닮아 보이기도 하는데요.
맞아요. 사실 20년 전 프로 선수를 그만두고 할리우드에서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저 또한 많은 어려움에 직면했어요. 더이상 더 락으로 보여서는 안 된다는 점, 프로 레슬링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는 압박감, 지나치게 커다란 덩치를 줄이려면 운동법은 물론 식단도 바꾸어야 한다는 것 등 주변의 조언과 충고가 쏟아졌습니다. 일반적으로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처럼 이름난 배우가 되고 싶다면 이렇게 해야 해’와 같은 말들이었어요. 한때 그들의 말을 따르기도 했어요. 하지만 결국 ‘다 집어치워! 난 그들처럼 될 수 없어. 나는 그들과 다른 사람이고 절대 그들처럼 할 수 없어. 그냥 내 모습을 찾자. 나는 나일 뿐이고 누구도 나에게 어떤 사람이 되라고 할 수 없어. 나는 드웨인 존슨이야’라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블랙 아담도 마찬가지예요. 블랙 아담만의 슈퍼히어로 캐릭터를 구축하는 것. 그게 저와 블랙 아담이 하나로 이어질 수 있던 이유였습니다.
드웨인 존슨은 과거 프로 레슬링 선수에서 이제는 할리우드를 넘어 세계적인 대스타가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고난도 많았을 것 같아요.
처음 WWE(World Wrestling Entertainment) 선수가 되었을 때만 해도 저는 베이비 페이스Baby Face였어요. 레슬링 세계에서의 이 단어는 어려 보인다는 말이 아닌 정의로운 역할을 하는 착한 프로 레슬러라는 뜻이에요. 옛날이야기를 하면 저는 대학 시절 미식축구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고 제가 속한 마이애미 대학교는 미식축구팀 중에서도 가장 전통적인 방식을 가진 팀이었어요. 굉장히 거칠고 공격적이었기 때문에 특히 홈구장에서는 무려 10년 동안 무패를 기록했습니다. 우리 팀은 거의 모든 경기를 이기며 챔피언 타이틀도 얻었지만 가장 축복이었던 건 선수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경기 자체를 즐긴다는 것이었어요. 비록 거친 입담을 가진 거대한 몸뚱이들이었지만요. 그래서 저는 프로 레슬링 세계에 와서 베이비 페이스라고 불렸을 때 저를 잘못 봤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일상 속에서의 저는 잘 웃고 모두에게 친절한 사람이었지만 풋볼팀의 선수 그리고 링 위에 올랐을 때만큼은 무섭게 싸우고 싶었으니까요. 하지만 미국 프로 레슬링에서 입김이 강했던 인물인 빈스 맥마흔Vince McMahon이 저에게 이런 조언을 했어요. “링 위에 서 있는 걸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링 위에서만큼은 잘 웃으며 즐거운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라고요. 저는 그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고 어쩔 수 없이 그냥 웃기로 했어요. 링 위에 오른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면서요. 저를 좋아하던 몇몇 팬들은 베이비 페이스를 연기 중인 제 모습을 바로 꿰뚫어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몇 달 후에는 제 프로 레슬링 경기를 본 수많은 사람이 소리치기 시작했어요. “마이애미 대학교 시절 경기하는 모습을 봤는데 그때와 너무 달라!”라고 말이에요. 그 후 저는 경기가 열리는 매일 밤 쏟아지는 야유를 모두 감당해야 했습니다.
캐릭터 퍼포먼스에 대한 비난이라고 해도 견디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그건 괜찮았어요. 프로 레슬링 팬들은 항상 야유를 퍼부으니까요. 힘들었던 건 제가 착한 베이비 페이스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WWE에서 밀어주는 대로 만들어진 스타가 되는 것이었죠. 제가 링 위에 올라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온 로키 마이비아Rocky Maivia”라고 제 이름을 외치면 관객석에서는 “우~~” 하는 야유가 쏟아져요. 그럼 저는 웃으면서 “네. 감사합니다”라고 신사적으로 대답해야 합니다. 여기서 팬들은 원래의 저처럼 행동하지 않는다며 화를 내고 독설을 퍼부어요. “꺼져! 꺼져버려!”라고요. 솔직한 마음 같아서는 “꺼지라고? 당장 링 위로 올라와. 그리고 내 앞에 서서 당신이 나보다 강함을 증명해봐!”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저는 베이비 페이스이니까요. 역할을 묵묵히 해낸 저는 결국 WWE의 챔피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전혀 기쁘지 않았어요. 심지어 관객석에서 야유가 폭발하기 시작했고 관객이 올라와 거칠게 제 벨트를 벗겨버렸어요. 그때 큰 부상을 당했어요. 후방 십자인대가 파열되었고 당분간 링은 꿈도 꿀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제 나이 25살, 1997년 여름이었어요.

어린 나이였는데 몸을 직업으로 쓰는 사람으로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맞아요. 제 미래가 걸린 만큼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미국에서 UFC는 큰 인기가 없었어요. 하지만 당시 일본에서 열리는 종합격투기 경기인 프라이드Pride는 인지도가 굉장했습니다. 저는 그 경기에 오르는 몇몇 파이터를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일본에 가서 선수 생활을 할까? 그럼 돈도 더 많이 벌고 더이상 연기도 하지 않으면서 살 수 있을 텐데’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빈스에게 걸려온 전화를 한 통 받았어요.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들어봐. 3개월 후인 8월에 WWE 무대로 다시 돌아와. 그리고 네이션 오브 도미네이션Nation of Domination이라는 팀으로 활동해주면 좋겠어. 미국 밀리터리 콘셉트의 코스튬을 입은 악당 레슬러야. 그중에서도 자네는 우두머리 힐Heel을 맡을 예정이고.” 힐은 WWE에서 완전한 악역을 뜻하는 용어예요. 저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빈스에게 말했습니다. “좋아요. 단 요청이 하나 있어요. 다시 링 위에 올라갔을 때 모두에게 제가 다시 돌아온 이유를 말할 시간 단 2분만 주세요”라고 아주 정확하게요.
그다음은 말 안 해도 알 것 같습니다. 그때 했던 말을 다시 해줄 수 있을까요?
“나는 흑인의 피도 사모아인의 피도 섞였지만 나의 출생이 자랑스럽습니다. 나의 팀인 네이션 오브 도미네이션이 행하는 모든 행동과 말은 백인들의 전유물이 아니고 흑인들의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 모두를 존중할 뿐입니다.” 맞아요. 바로 더 락의 탄생이었어요.
정말 센세이션했던 순간이었어요. 그렇다면 힐이 된 이후 한결 마음이 편해졌나요?
맞아요. 비로소 저 자신을 되찾은 느낌이었습니다. 링 위에서 저는 제가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고 또 발산할 수 있었으니까요. 결과는 모두가 아시는 것처럼 단 한 달 만에 WWE에서 가장 주목받는 힐이 되었습니다. 언젠가 제 몰입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관객석에서 이런 소리를 들었어요. “더 락은 가짜가 아닌 진짜야! 그리고 내 거야!” 그럼 더 락은 그쪽으로 다가가 “시끄럽고 저리 꺼져버려”라고 소리질러요. 그러면 “더 좋아!”라는 대답이 마치 짠 것처럼 돌아오는 거죠. 모든 게 환상적이었어요. 생각해보니 정말 긴 이야기를 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제 대답은 하나예요. 이렇게 지나온 제 인생이 블랙 아담과 같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경험했어요. 거짓 없이 감정에 솔직할 때 비로소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요.

그렇다면 이제 가장 궁금했던 드웨인의 운동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이미 멋진 보디를 가지고 있었지만 영화 〈블랙 아담〉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해요.
목표는 제 인생 최고의 몸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어요. 제가 말한 인생에는 미식축구. 프로 레슬링, 그리고 배우로서의 기간이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는 지금 저의 트레이너인 데이브 리엔지Dave Rienzi와 10년 넘게 운동해왔기 때문에 어려운 목표에도 어려움 없이 호흡을 맞출 수 있었어요. 가장 어려웠던 건 나트륨과 탄수화물 섭취량 등 철저한 식단, 근력과 유산소 운동의 균형을 맞추는 것 그리고 운동 후 영화 세트장으로 출근해서 거의 12시간 동안 촬영을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모든 게 다 힘들었어요. 빽빽한 스케줄에 휴식은 물론이고 에너지 회복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했으니까요.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건 단연 이 몸을 수개월간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목표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세심한 주의를 바탕으로 컨디션을 조절해야 했어요. 사람의 몸은 강행하면 할수록 버틸 수 없게 되고 결국에는 망가져 버립니다. 그리고 저는 이제 50대에 들어서기도 했으니까요. 그래서 저만의 감이 아닌 전문가의 도움이 꼭 필요했고 과학적인 접근과 분석도 병행했습니다. 저의 트레이너 데이브는 제 모든 스케줄에 동행하며 날카롭고 프로페셔널하게 제 몸을 체크해주었어요. 큰 도움이 되었고 저 혼자였다면 결코 해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드웨인이 50세라니 믿어지지가 않아요. 달라진 마음가짐이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인생은 알 수 없는 표식을 계속 지나쳐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30대가 되었을 때 스스로 멋있다고 생각하면서 자만하고 있었어요. 아무런 근거가 없었는데도 말이죠.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런 생각을 떨쳐버렸어야 했어요. 인생이란 목표를 이룰 때까지 착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40대가 되었을 때는 가정을 꾸리고 큰 부족함 없이 살면서 처음으로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물론 크고 작은 어려움은 있었지만 편안하고 또 행복했습니다. 50대도 40대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다만 몸과 건강이 나빠지지 않길 바라고 있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이곳저곳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40대 초반까지 이어왔던 프로 레슬링을 그만두었을 때 제 몸은 괜찮은 곳을 찾는 게 어려울 만큼 만성 부상에 시달리던 상태였어요. 2013년 마지막 경기에서 골반 내전근이 찢어졌는데 탈장 수술을 급하게 받아야 했습니다. 심지어 파열된 일부 조직을 본 담당 의사는 “조직이 다시 붙으려면 1년은 걸릴 거예요. 흉터로 만들지 않고 잘 회복하려면 독하게 운동해야 합니다”라고 진단했어요. 그래서 그의 말대로 운동을 했습니다. 그래서 40대가 되었을 때 결심했어요. 앞으로 10년 동안은 할 수 있는 한 가장 똑똑한 방법으로 운동을 시도하겠다고요. 동시에 가정 그리고 일의 균형까지 최대한 맞추겠다고도 마음먹었어요. 그 다짐을 바탕으로 매일 무언가 배울 수 있었고 배운 것을 적용할 수 있었어요.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는 믿음도 생겼고 운동할 때 중량에 대한 부담도 내려놓았습니다. 그렇게 50살이 될 때쯤 건강한 관절을 되찾을 수 있었어요. 심지어 더 탄탄한 몸을 완성했다는 건 말 안해도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제 몸의 컨디션이 매우 좋다는 이야기를 또 아주 길게 답했네요. 하하. 중요한 것은 조금이라도 나아가는 것이에요. 어떤 것에도 개의치 않고 또 착각하지 않으면서 나아가세요. 그리고 저 드웨인 존슨처럼 나다움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숫자와 관계없이 가장 빛날 수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슈퍼히어로 보디를 완성하라
슈퍼히어로에 맞서는 슈퍼히어로 역할을 맡았다면 운동 또한 특별해야 한다. 드웨인 존슨과 오랫동안 파트너로 운동했던 트레이너 데이브 리엔지가 그를 어떻게 더 완벽한 보디로 만들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유지시켰는지 모두 공개한다.

“저와 드웨인은 〈블랙 아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원작 카툰 속의 블랙 아담이 살아 돌아온 것처럼 보여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했습니다. 이 말은 즉 드웨인 존슨이 인생 최고의 몸에 도달할 수 있도록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체격을 업그레이드함으로써 궁극적이고 전형적인 슈퍼히어로 몸매 만들기로 목표를 세운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촬영을 시작하기 전까지 18개월이라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첫 12개월은 드웨인 존슨의 현재 체지방률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근육량을 올리는 것에 중점을 두었고 마지막 6개월은 근육의 디테일과 모양, 둥근 정도를 최대화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목표로 한 블랙 아담의 보디를 완성하고 난 이후에는 이어지는 5개월의 촬영 기간 동안 현재의 몸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습니다. 하루 12시간 촬영이라는 극한 스케줄은 물론 고난이도 액션 장면으로 인한 체력 소모까지 생각하면 드웨인에게는 정말 엄청난 인내와 노력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세밀한 식단 조절은 물론 소소한 신체 증상조차 긴밀하게 소통하며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쏟아냈습니다. 만들어 놓은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운동 강도와 식단의 균형도 지속했어야 했는데 드웨인은 슈퍼히어로 영화의 주인공이라면 보증되어야 하는 외모와 액션까지 갖춰야 했기 때문에 남들보다 몇 배로 힘든 고통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스크린 속에서 그가 일구어야 할 성과를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작품에 필요한 몸과 에너지를 갖추기 위해 단 하루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블랙 아담〉은 드웨인 존슨의 가장 완벽한 몸은 물론 그가 보여주었던 액션 연기 중 단연 최고의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