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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밖으로 나온 배우 이수경

단편 영화 〈여름방학〉으로 데뷔해 2015년, 첫 상업 영화인 〈차이나타운〉에서 분홍 머리 소녀 ‘쏭’으로 얼굴을 각인시킨 배우 이수경. 스크린이라는 베일에서 벗어나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정제됨과 자유로움 사이를 경계 없이 넘나드는 27살 이수경의 현재를 담았다.

Between Calm and Passion

어떻게 지냈냐는 물음에 이수경은 ‘영화 찍고 있어요’라고 반듯하게 대답한다. 그도 그럴 것이 2015년 영화 〈차이나타운〉을 시작으로 2016년 〈굿바이 싱글〉, 2017년 〈침묵〉, 〈용순〉, 〈특별시민〉, 2019년 〈기묘한 가족〉 그리고 지난해 개봉한 영화 〈기적〉까지 그녀는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견고한 탑처럼 촘촘하게 쌓아가는 중이다. 쉴 틈도 없이 어쩌면 거의 매년 작품 활동을 해 온 이수경이지만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벗어난 그녀만의 개인적이고 사적인 모습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정제되고 이성적인 배우의 모습을 하다가도 금세 천진난만하게 웃어버리는 평소의 이수경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는지 그녀가 펼치는 연기 그리고 휴식,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가 공존하는 공간 안으로 들어갔다.

영화 촬영 중이라고 앞서 대답했는데 어떤 작품인지 설명해줄 수 있을까? 제목은 〈데드맨〉이다. 유일한 가족이었던 아버지를 잃고 복수를 다짐하는 ‘공희주’ 역할을 맡았다. 영화 〈기적〉 개봉 후 홍보 프로모션이 끝나고 바로 준비해서 촬영을 시작했다. 2월이면 끝난다. 그리고 이어서 드라마 촬영을 한다.
끊임없이 작품을 하는 느낌이다. 충분하게 온전히 쉰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3년 전인가, 1년 정도 푹 쉰 적이 있다. 조금 외롭고 우울하기도 했는데 어른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
어른? 어떤 면에서 그렇게 느꼈을까? 혼자 이것저것 많이 했는데 함께가 아닌 혼자의 나, 그냥 사회 구성원 속 나를 체감할 수 있었다. 그때 나를 싸고 있던 겹겹의 껍질을 조금 벗겨낸 것 같다. 남들이 보면 대단하지 않을 수 있지만 내 기준 조금은 성장한 느낌이다. 얼마 전 눈썰매장에 갔는데 밥, 간식, 군것질까지 정말 많은 음식을 사 먹으면서 친구들끼리 “우리 어른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큰일을 겪지 않아도 별것 아닌 경험에서도 어른임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1년의 공백 기간 중 불안감은 없었는지? 하나도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깨버리기 위해 외출도 자주 하고 친구들도 많이 만났다. 처음으로 피트니스 센터에 등록도 했다. 마음이 복잡할 때 아무것도 안 하면 오히려 독이 되는 것 같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편인 듯하다. 맞다. 특히 웨이트 운동은 처음 시작한 후 2년 동안 지속할 정도로 재미를 붙였다. 부상이 무서워서 중량을 많이 올리지는 못했지만 정신 건강을 맑게 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사실 나는 항상 귀찮음과 싸우고 있는데 운동을 하면서 부지런해지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이제 다음주부터 필라테스를 시작하려고 한다. 정말 기대된다.
화보 촬영을 보면서 조용하고 수줍다고 생각했는데 누구보다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것 같다. MBTI도 궁금해진다. 여러 가지 면이 있을 텐데 소극적으로 보인다면 그건 분명 내 귀찮음이 원인이다. 집에서 항상 누워만 있고 친구들이랑 있을 때도 말하기보다는 듣는 편이다. MBTI는 항상 INFP(열정적인 중재자 타입)였는데 최근에 ISFP(호기심 많은 예술가 타입)가 나오더라. 왠지 그게 더 나 같아서 마음에 든다.

친구들이 보는 이수경은 어떤가? 이 대답은 확신할 수 있다. ‘무리를 결속시키는 친구’라고 친구들이 늘 말해준다. 단톡방이 여러 개 있는데 소중한 친구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단톡방에 늘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한다. 모임도 가장 먼저 주도하고. 물론 만나면 말을 안 한다는 게 문제이지만. 하하.
친구들과 어디에서 무얼 하고 노는지 궁금하다. 그냥 평범한 27살의 모습일까? 모여서 TV 보고, 먹고, 수다떨고 그게 전부다. 작년인가 친구들과 거제도에 갔는데 아직도 그때 이야기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누워 있고 고양이랑 놀고. 푹 쉬었던 시간이었다. 아, 내가 좋아하는 TV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라고 강요하기도 한다.
최근에 본 영화가 있을까? 추천하는 다른 작품도 궁금하다. 마블 시리즈 팬이라서 최근에 〈스파이더맨〉을 봤다.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영국 드라마 〈플리백〉과 넷플릭스의 〈모던 패밀리〉, 〈결혼 이야기〉이다. 〈퀸스 갬빗〉도 푹 빠져서 봤다.
〈퀸스 갬빗〉 주인공 같은 역할은 어떤가? 배우로서 욕심날 것 같은데. 너무 하고 싶다. 나는 작품을 선택할 때 연기하면 재미있을 것 같은 캐릭터를 고른다. 요즘은 내가 안 해보았던, 이전과는 다른 역할에 대한 욕심이 많이 생긴다. 지금까지는 조금 강하고 위태로운 느낌의 역할이 많았는데 가볍고 즐거운 캐릭터도 맡아보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모던 패밀리〉 같은 시트콤도 욕심난다.
나와 닮았다고 느낀 역할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엄태구 오빠와 찍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라는 단편 영화 속 은하라는 인물이다. 우리끼리 놀듯이 만든 영화라서 가감 없이 내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계산하지 않고 느끼는 그대로 즉각적인 반응을 하는 사람인데 그걸 오롯이 드러낼 수 있어서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다른 작품 속에서도 연기가 아닌, 실제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느낌이다. 댓글에서도 이수경은 연기를 하고 있지만, 하고 있지 않아 보인다는 의견도 많다. 그게 내가 바로 가장 공들여 연구하는 부분이다. 연기이지만 연기처럼 보이지 않도록 표현하는 것. 현장에서도 관련된 의견을 많이 낸다. ‘감독님, 여기서 이렇게 행동하지 않을 것 같아요’ 하면서 말이다. 늘 생각한다. 나, 내 친구, 주변인 그리고 내가 관찰했던 모든 사람을 떠올리면서 가장 자연스럽게 연기를 표현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첫 슛이 들어갈 때 어떤 기분인가? 짧지 않은 필모그래피를 갖고 있지만 아직 떨리고 설레는지. 데뷔 초에는 긴장과 떨림뿐이었는데 지금의 주된 감정은 의심이다. 첫 컷의 연기는 영화 전체의 톤을 아우르기 마련이다. 지금 내가 하려는 것이 맞을까? 내가 생각하고 연구한 캐릭터를 그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자문하며 계속 의심하고 또 의심한다.

어떤 수식을 가진 연기자가 되고 싶은지 궁금하다. 정확히 말은 못하겠지만 버튼을 누르면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 내가 머릿속에 정답이라고 그린 연기를 스크린 그리고 브라운관 밖으로 완벽하게 구현하고 표현할 수 있는 배우.
연기자로서 목표가 있을까? 있었는데 없애버렸다. 목표를 만드니 스트레스가 생겨서 다 지워버렸다. 스트레스를 받는 것만큼 싫은 것이 없다. 연기는 물론 잘하고 싶지만, 내 삶을 너무 어렵고 깊지 않게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살고 싶다.
마치 아무것도 안 하고 침대에 누워 있듯 편안하게? 하하, 맞다. 음악도 없이 누워 있다가 배고프면 컵라면 끓여 먹는 그런 일상이 좋다. 그래도 연기 잘한다는 칭찬을 더 많이 듣고 싶다.
이수경에서 27이라는 나이는 어떤 숫자일까? 기대하는 것이 있을까? 사실 아무 감흥이 없다. 오히려 한 살, 두 살 더 먹는 것도 나름 괜찮은 기분이다. 바람이 있다면 조금 바빠졌으면 좋겠다. 곧 촬영을 시작하는 드라마를 통해서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이수경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목표가 없다고 했지만 오래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렇게 되도록, 칭찬만 받을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자고 내 자신에게 기대를 걸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