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찾던 드라마?

드라마 과잉 시대

지상파 드라마 본방 사수를 위해 TV에 모여들었던 시절이 기억나는가? 10년 전만 해도 〈제빵왕 김탁구〉 49.3%, 〈시크릿 가든〉 35.2%, 〈해를 품은 달〉42.2% 등 무수히 많은 드라마가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방송사는 활짝 미소 지었고, 사람들은 지인들과의 대화를 위해서라도 TV 드라마를 챙겨보았다. 넷플릭스, 웨이브, 디즈니+ 등 지금은 익숙한 OTT 플랫폼이 생소했던 그 시절에는 말이다.

이제 지상파 드라마는 예전의 명성을 잃은 지 오래다. 사람들은 언제든 다시 볼 수 있는 OTT 플랫폼 서비스의 편리함과 참신한 이야기에 매료되었고 방송사에서 방영한 시리즈들은 이제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디즈니+, 애플TV,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 많은 스트리밍 플랫폼에 숟가락을 얹어 옛 명성을 나누어 가져야 함에 이르렀다. 하지만 폭넓은 선택권과 다양성을 부여받은 시청자는 오히려 혼란스러워졌다. 과거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진 드라마의 공급 때문에 도대체 어떤 것을 봐야 할지 선택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과거에 비해 길어진 러닝타임도 어려움을 더한다. 미국의 경우 한때 표준으로 여겨졌던 22분짜리 인기 애니메이션 〈심슨네 가족들〉의 에피소드 러닝타임을 49분으로 늘리더니,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던 중세 판타지 드라마〈왕좌의 게임〉은 한 편에 무려 57분으로 미니 영화 수준이 되고 말았다.

바쁜 현대 사회인들이 1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소비하기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예전에는 일주일에 드라마 한두 편의 에피소드만 보면 사람들과 발을 맞춰 이야기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몇 개의 드라마를 정주행해도 트렌드에 뒤처져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9월 방영 예정인 OTT 플랫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오리지널 시리즈인 〈반지의 제왕 : 힘의 반지〉에서 절정을 이룬다. 이 드라마의 총 추정 제작비는 1조 3천억원으로 역사상 가장 큰 비용이 든 드라마가 될 것이다. 더불어 이 드라마의 첫 한두 편 에피소드는 영화 한 편과 맞먹는 90분의 러닝타임이라는 무시무시한 소문이 돌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미국의 미디어 분석 회사 컴스코어의 한 마케팅 담당자는 “OTT 스트리밍 서비스는 방송국처럼 배정된 시간에 따를 필요가 없기 때문에 러닝타임 편성이 더 자유롭다. 또한 더 긴 러닝타임은 드라마에 빠져든 시청자들을 더 오랜 시간 붙잡을 수 있다는 이유로 회당 에피소드를 늘리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OTT 플랫폼들의 입장에서는 설득력이 있는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바쁜 현대사회에서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이 드라마를 볼까, 저 드라마를 볼까 고민하는 것은 불필요한 스트레스이다.

드라마 과잉 시대에서 자유로워지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최신 드라마들을 챙겨봐야 한다는 부담부터 내려놓자. 새로운 드라마들이 매주 쏟아지는 가운데 그 일은 어차피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아무리 넷플릭스 스트리밍을 통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라고 권해도 보고 싶지 않거나 취향이 아니라면 과감히 로그아웃해버리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