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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건강, 리듬 속에 답이 있다

뇌 건강을 위한 최고의 운동은 악기 연주라는 것을 몸의 여러 증상들이 입증해주고 있다. 박자를 타볼 마음이 생기는가? 완벽한 연주가 아니어도 괜찮다.

두뇌를 강하게!

모르는 사람이 보면 풋 심벌즈의 페달을 밟고 북을 내려치는 나의 불안한 팔다리 모습이 마치 열병을 겪느라 꿈틀대는 문어같이 보일 것이다. 내게 드럼을 가르치느라 오랫동안 고생한 드럼 선생님에게 나는 전설의 드러머 스티브 갯Steve Gadd이 연주한 폴 사이먼Paul Simon의 ‘연인을 떠나는 50가지 방법50 Ways To Leave Your Lover’의 인트로 부분을 가르친 수많은 아마추어 중 하나일 것이다. 반면 음악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신경학자들에게 나는 완전히 또 다른 대상이다. 그들에게 나는 뇌의 회백질 건강을 위해 일종의 전신 운동을 하는 중년의 남성으로 보일 것이다. 과장이 아니다.

지난 20년간 의사와 과학자들은 음악이 뇌기능을 향상시킨다는 것을 주장하는, 심지어는 직접 보여줄 수 있는 증거를 모아왔다. 그리고 웬만한 일류 대학교에서 이에 대해 내놓은 연구 결과는 ‘뇌는 복잡하다’는 것만큼이나 일관된 결과를 보여주었다. 기타 음계를 연주하고, 트럼펫을 불고, 양손을 번갈아가며 악기를 치는 행위는 확실한 보상을 가져다준다. 악기를 연주하는 행위는 기억력과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고, 시끄러운 환경에서 보다 더 잘 듣고 이해할 수 있게 해주며, 알츠하이머, 파킨슨과 같은 질병을 가진 환자를 치료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연구자들은 노래를 부르는 것을 포함해 음악을 연주하는 행위가 뇌 변연계의 중추를 활성화하고 도파민과 같이 즐거움을 주는 신경화학 물질을 분비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음악 연주를 통해 얻는 이점은 음악을 연주하는 그 순간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도움이 된다. 게다가 연주를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이거나 어린 시절 쓰던 악기를 꺼내 오랜만에 연주하는 사람이라면 생리학적, 심리학적 이익도 더불어 얻을 수 있다. 어떤 식으로든 도전을 시작하기만 한다면 연주를 잘하지 못해도 충분히 이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의 신경생리학자이자 〈건강한 마음 : 우리의 뇌는 어떻게 의미 있는 소리의 세계를 만드는가〉의 저자인 니나 크라우스Nina Kraus는 음악 연주를 ‘잭팟을 터뜨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칭 여러 악기를 다룰 수 있다는 멀티 플레이어인 크라우스 교수는 전문적이지는 않더라도 그리고 비록 몇 분밖에 안될지라도 일단 매일 악기를 연주한다고 한다. 정신을 집중해서 신중하게 악기를 연주하면 인지, 감각, 운동 신경, 보상 체계 등 뇌의 많은 부분이 관여하게 되는데 악기 연주 말고 이러한 뇌 활동이 가능한 다른 운동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크라우스 교수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취미 부자이다. 10대 때 이런저런 레슨을 받았지만 지속할 끈기와 인내가 부족했다. 지금이야 수년간의 치료와 성찰을 통해 깨달으면서 극복했지만, 그전에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실수하거나 누군가가 나를 판단한다는 것을 감당할 수 있는 자존감이 부족했다. 그래서 포기했다. 대부분이 그렇듯, 악기는 잊고 이후 30년의 세월을 보냈다. 그러다가 여러 사건이 교차하면서 지금 다시 시작되었다. 팬데믹이 터졌고, 줌이 부상했고, 곧 반백 살을 맞이한다는 두려움에 시달렸다. 그러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 능력이 생겼다. 그래서 남자의 동굴로 들어가기 위해 저렴한 드럼을 하나 샀다.

오랜만에 선생님에게 연락해 레슨에 등록했고 일주일에 몇 시간씩 연습하며 하나의 목표를 정했다. 나의 가장 큰 목표는 폴 사이먼의 곡을 배우는 것이었다. 당김 음조의 재즈와 군악대의 행진곡이 걷잡을 수 없이 독창적이면서 절제되어 어우러진 음악으로, 이 곡은 드러머들의 통과 의례 같은 곡이다. 내가 이 곡을 연주하는 것을 누가 듣는다면 처음에는 도통 무슨 곡인지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드럼 앞에 앉은 내 모습은 매우 느리고 엉성하며 절망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나는 결코 절망스럽지 않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크라우스 교수님을 통해 깨달은 덕분이다. 이제 악기를 막 연주하기 시작한 사람들이 소리를 못 내는 것은 본인에게 잘못이 있어서가 아니다. 더 발전하는 과정의 첫 단계일 뿐이다. 그리고 세상 어려운 스티브 갯의 아름다운 드럼 파트 아홉 음계를 연주할 때 들이는 고도의 집중력과 연주하며 만들어내는 실수들 모두 나의 뇌에 엄청난 효과를 가져다주는 도구들이니 괜찮다.

재능은 필요 없다. 인내심만 있으면 된다

높은 하늘에서 마을을 내려다봤을 때 각 마을들이 점처럼 작게 모여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그 점처럼 모여 있는 마을은 각각 청각 피질, 전두엽, 전운동 피질, 뇌량 그리고 뇌의 다른 부분들이다. 각 마을에서는 소리를 처리하고, 신체의 움직임을 조절하며, 실수를 바로잡고, 도파민을 분비하는 등의 일을 한다. 그리고 각 마을 주위에는 마을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은 엽에서 엽으로, 피질에서 피질로, 반구에서 반구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아주 작은 세포, 뉴런이다. 하지만 각 마을은 떨어져 있기 때문에 철로나 도로 없이, 즉 뉴런 경로의 네트워크 없이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신호를 보낼 수 없다. 이것은 스티브 갯의 연주를 배우려고 노력하는 내 뇌의 모습을 그려본 것이다. 나는 잔뜩 긴장해 메트로놈 소리에 실수를 한다. 모든 신경 신호가 마을에 갇혀 있다.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 대학교의 조교수이자 음악 신경과학 연구소를 운영하는 신경과학자 제시카 그랜Jessica Grahn은 악기 연주 행위에 대한 뇌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신경 촬영법과 전극을 활용하여 어떻게 뉴런 경로가 만들어지는지를 연구했다. 제시카의 연구에 따르면 뉴런이 마을에 갇혀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재능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고 한다. 만일 ‘내가 연주를 잘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내가 못해서가 아니라, 내 뇌가 올바른 인풋을 아직 주입하지 못해서’ 그렇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인풋’이란 뉴런이 공들여 만든 경로의 네트워크를 따라 신호를 보내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 이제 제시카 그랜 교수의 설명대로 마을 A에서 마을 B로, 마을 C로 가는 오솔길을 막고 있는 잡초를 쳐내며 길을 트는 모습을 생각해보라. 그것이 바로 25분 동안 열심히 집중한 내 뇌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나는 요즘 52BPM으로 스티브 갯의 곡을 연주하고 있다. 빵 자르는 칼로 미약하게 길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원곡의 대략 반 정도 템포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꾸준한 연습을 거치면 나는 얼마 뒤에 92BPM으로 편안하게 연주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언젠가는 102BPM으로 온전한 곡을 연주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코 갯의 기교를 따라 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해낼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경고하자면, 계속해서 가지를 쳐내지 않으면 오솔길에는 계속 잡초가 자라나 길이 막힐 것이고, 잡초가 무성해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신체 운동에서 쓰는 격언 ‘사용하지 않으면 잃는다Use it or lose it’는 뇌 건강에서도 마찬가지이다.고 말한다.

악기를 연주하면 뇌가 쪼그라들지 않는다.

그러면 속담처럼 뇌를 쓰지 않으면 정확히 무엇을 잃게 될까?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조교수이자 샌프란시스코 뉴로스케이프 연구소의 테드 잔토Ted Zanto는 40세 이후 일어나는 뇌 수축에 대해 포도와 건포도를 생각해보면 된다고 가볍게 농담했다. 글쎄, 정확하지 않지만 대충은 이해할 것이다. 그는 컬 운동을 통해 단단하고 튼튼한 팔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악기 연주가 뇌 크기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지금 악기 연주를 시작한다면, 과학자들이 ‘인지적 비축분’이라고 부르는 것을 쌓을 수 있다. 이는 나이가 들었을 때 끌어다 쓸 수 있는 뇌의 근육량 같은 것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성인들에게 이 말을 퍼뜨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게다가 음악을 통해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면 도파민이 분비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성인 남성들에게 악기를 손에 쥐고 레슨을 받고 다른 사람과 함께 연주하라고 적극 권장한다.

스티브 갯의 연주를 배우다가 갑자기 갯에게 전화해 어떻게 이렇게 독특하고 기억하기 쉬운 패턴을 만들어냈는지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는 1975년이었다. 폴 사이먼과 프로듀서 필 라몬이 다른 방에서 곡 작업으로 바쁜 사이에 갯은 드럼 부스에서 지루함을 달래고 있었다. 그는 필요할 때 언제든 준비를 마친 상태이고 싶었다. 그래서 다양한 손발 패턴으로 이것저것 연주해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신경학적으로 말하면 갯은 신경 네트워크를 만들어 내거나 최소한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필과 폴이 내가 연습하고 있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필이 그 그루브나 아니면 비슷한 느낌이 좋은 접근이 될 것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입니다”라고 76세가 되었지만 여전히 규칙적으로 달리기를 하고, 투어 연주를 하며 예리함을 유지하는 갯이 말했다.

갯은 드러머로 살아온 삶 덕분에 기억력이나 명민함 또는 전반적인 건강을 얻을 수 있었다고 딱히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그는 과학을 잘 모른다. 그에게 신경학적 이점은 더 큰 무언가의 기분 좋은 부산물일 뿐이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루브, 음악, 느껴지는 감정, 사람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나누는 것입니다. 그 정도의 소통 수준, 음악성에 도달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이 가치 있을 것입니다.” 갯의 대답이다.

나는 내가 음악적 위대함을 절대로 이룰 수 없을 것이라는 걸 안다. 그래도 괜찮다. 내 연주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들리는지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법, 혹은 덜 신경 쓰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나는 갯의 연주 목록의 모든 곡을 배우고 싶다. 밴드를 결성해 바비큐 파티에서 친구들과 1970년대의 명곡을 연주할 수 있을 만큼의 자신감을 갖고 싶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여전히 나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일주일에 며칠 몇 분 동안 드럼을 치는 것만으로도 연주는 뉴런을 자극해 경로를 따라 신호를 보내고, 휴면기의 세포들을 움직이고, 도파민을 분비하고, 기분을 전환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내가 연주를 그만둔다면 아마 그건 제정신이 아닐 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