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선수를 찾습니다

전직 편집장이었던 저는 콘텐츠만 반평생 만들어왔습니다. 철들고서는 줄곧 그랬다고 봐야 합니다. 인테리어 여성지 기자로 시작하여, 음식문화 매거진 편집장을 거쳐 알다시피 <맨즈헬스> 한국판을 창간했지요.

중간에 일간지 기자와 소프트웨어 회사를 잠깐 다닌 것 외에는 콘텐츠 만드는 일이 저의 업業이 되었습니다. 잡지를 하나의 겨루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창작자의 고뇌에 버금할 정도로 고생스럽게 기사를 만들어내기에 저희는 한때 ‘선수’로 불렸습니다. 잡지 기사를 만들어내는 선수말입니다.

어떤 콘텐츠를 기획해내고, 대상자를 찾아 취재하고, 필요한 이미지를 위해 현장을 주도하면서 콘텐츠의 모양새를 만들어가는 게 선수처럼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저 또한 한창 필드에서 뛸 때는 ‘백선수’로 불렸습니다. 등번호도 없고, 유니폼도 없는데 말입니다. 잡지 기사 역시 방송이나 신문의 콘텐츠처럼 영향력을 만들어냈고, 어느 정도 전문성까지 인정받기도 한 것입니다.

전문기자라는 호칭이나 영역이 생겨난 것도 제가 선수로 활동하던 시기였습니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항상 호시절입니다. ‘잡지업’도 호황기가 있었습니다. 제가 여러 번 앓는 소리를 했지만, 빅뱅에 버금갈 정도로 ‘매체’가 많아져서 지금은 그 파급력이 반감되었습니다.

숱한 1인 미디어가 모두 매체라고 주장하고 있지요. 한때 저의 보스도 ‘1인 미디어나 하지 그래?’ 그랬었는데, 정말 그럴 걸 그랬습니다. 물론 전통 매체의 ‘밸류’는 분명 존재합니다.

사실 제가 이런 이야기까지 해야 할 정도로 작금의 잡지 사업은 녹록지 않습니다. 두어 달 전 한 남성지의 폐간 소식이 충격이었던 까닭입니다. 얼마 전에서야 그 사실을 알았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가치있는 산업이 되리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서 우리네 인생을 풍성하게 만드는 이 일을 저는 사랑합니다. 그렇기에 이 업은 어느 정도 사명감이 있어야 합니다. 마치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달리는 운동선수의 마음이 되어야 합니다.

자신이 만드는 콘텐츠로 독자의 인생에 도움이 된다는 자긍심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이 일의 보람입니다. 무엇보다 각오가 남달라야 합니다. 밥벌이로서의 일이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휴가를 ‘위해’ 일한다는 것에는 쉽게 공감하지 않습니다. 저는 말하자면,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쪽입니다. 그래서 지금 유행하고 있는 워라밸이니 욜로니 하는 겉멋든 라이프스타일을 혐오합니다. 꼰대라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업’을 책임감있게 하겠다는 마음가짐 때문입니다. 이른바 직업이라는 게 사라지고, 여러 개의 ‘프리랜서’로 연명하는 추세도 나타나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게 카페 알바라 해도 그 안에 자신의 인생을 던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 시간의 가치를 어떻게든 회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살아갈 인생에서 지금의 일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일터의 비전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야 합니다. 요즘 회사 가기 싫다고 퇴사나 하자는 유행이 정말이지 못마땅합니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업무 생산성이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라고 합니다.

그 생산성이 선진국의 절반이라고 하네요. 한 사람이 할 일을 두 사람이 하는 셈입니다. 같은 업무시간의 밀도나 집중도가 낮다는 뜻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직장생활을 다룬 방송 등에서 점심시간에 샌드위치를 입에 물고 일하는 풍경은 익숙합니다.

세계적인 기업 구글은 업무 중 10%는 딴짓할 기회를 준다는군요. 그런데 업무의 강도는 150%라고 앓는 소리를 한다고 합니다. 매체사를 창업하면서 저는 피트니스 콘텐츠로 승부를 보기로 했습니다. 이전에는 몰랐던 운동의 가치를 절감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개인적인 꿈은 노년의 나이가 되어서도 크로스핏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 열망이 있기에 사업 또한 이에 결을 맞췄고요. <맨즈헬스>에 <필라테스S>를 론칭한 까닭입니다. 그다음 어떤 피트니스 콘텐츠를 기획할지는 모르겠으나, 러닝 잡지는 꼭 할 생각입니다. 피트니스와 레저스포츠로 독자를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는 매체라면 고민해볼 것입니다.

좀처럼 ‘읽지 않는’ 시절이라고 하지만, 읽고 쓰지 않는 세대에게 사고력과 창의성에서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됩니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읽고 쓰는’ 문화운동에는 기여하고 싶습니다. ‘읽는 콘텐츠’를 담는 잡지는 우리 사회와 문화를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다양한 콘텐츠의 그릇을 달리하는 전략은 시대적 소명이겠습니다. 영상 콘텐츠를 비롯하여 이벤트나 교육 콘텐츠까지 기획 운영하는 것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습니다.

종국에는 ‘피트니스 제품’까지 나아가고 싶습니다. 이런 콘텐츠 사업에 있어서 함께 고민하면서 피트니스 문화를 함께 만들어갈 그런 선수 어디 없습니까?

<맨즈헬스>발행인
백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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