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 마비를 극복하고 몸을 만든 남자

하반신이 완전히 마비되어 영구 장애 판정을 받았던 한 남자, 그가 오늘 우리 앞에 섰다. <맨즈헬스>와도 인연이 깊은 모델 최호진이다.

하반신 마비를 극복하고 몸을 만든 남자-피트니스, 최호진, 모델
베이지색 재킷과 팬츠 모두 브룩스브라더스. 컬러 포인트의 화이트 스니커즈 폴스미스.

얼마 전 <맨즈헬스>에 뜻밖의 메일이 도착했다. 2007년 제2회 쿨가이 선발대회 ‘인기상’을 받았던 모델 최호진이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가 누군지 전혀 모르는 사람도, 어딘지 익숙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활발히 활동하다 3년 전 갑자기 소식이 끊겼기 때문이다.

최호진은 2006년에 데뷔한 모델이다. 우연히 패션 매거진의 피트니스 어드바이저가 되어 몇 차례 운동 동작들을 소개했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 담당 에디터가 그의 얼굴이 크게 나온 사진 한 컷을 메인으로 실었고 이 사진을 본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는 그에게 연락을 취했다.

이후 이른바 잘나가는 광고 모델이 되었다. 홍콩, 태국, 싱가포르, 미국,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촬영한 광고만 거의 200여 개에 달한다. 일반적인 모델의 길과는 조금 달랐고 스스로도 운이 좋은 특이한 케이스라고 말한다. 특전사 출신의 직업 군인이었으며 제대 후에는 교육청의 공무원으로도 일했던 최호진은 가족, 친구 그리고 스스로에게 항상 자랑스러운 사람이었다. 바쁜 모델 생활 중 대학원까지 마쳤다.

마음먹은 일은 못해내는 것이 없었고 시작하면 끝을 봤다. 남부러울 것 없고 하는 일마다 잘되었던 그때, 갑자기 사고가 닥쳐왔다. 2014년 5월 17일, 큰 교통사고가 일어났다. 눈을 떠 보니 하반신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다리가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하반신 마비를 극복하고 몸을 만든 남자-피트니스, 최호진, 모델
1 ‘조니워커ʼ 태국 광고 컷. 2 항공사 ‘방콕에어웨이’ 광고 컷. 3 직접 소개 메일을 보내서 촬영한 <맨즈헬스> 말레이시아판의 표지. 4 ‘두카티ʼ 태국 광고 컷. 5 ‘리바이스 501ʼ 광고 컷.

 

두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안 좋은 생각을 많이 했죠.” 담담하게 웃으며 말하는 최호진이지만 어떤 마음일지 누구도 짐작할 수 없을 것이다. 촬영 당일 그가 가져온 한 장의 진단서에는 짤막한 문장들이 담겨 있었다.

‘흉추 척수 8-9번에서 완전 마비 소견’, ‘하반신 전신 마비 및 배뇨 배변 장애로 영구적인 장애가 잔존’, ‘두 다리를 영구히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 A4 종이 한 장이 이토록 무거울 수 있다니. 병원에 누워 있었던 때의 기억은 거의 없다고 한다. ‘듀로제식디트랜스패취’, ‘아이알코돈’, ‘타진서방정’ 등 마약성 진통제를 시간마다 붙이고 복용했다.

하반신 마비를 극복하고 몸을 만든 남자-피트니스, 최호진, 모델
1 하반신 마비 후 약 부작용으로 체중이 급격히 증가한 모습. 2 사고 후 병원 재활 센터에서 휠체어에 앉아 있는 최호진.

통증에 몸부림치다가 약에 취해 멍하고 졸린 게 반복되었다. 하반신에 감각이 없어 4시간에 한 번 의식적으로 소변을 비워야 했다. 요의를 느끼지 못해 신장이 망가진다고 했다. 병원에서도 재활 운동을 했지만 희망은 보이지 않았다.

나아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고 사는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편하게라도 있으려고 집으로 돌아왔다. 가족들이 그나마 살아갈 수 있는 이유였다. 대부분의 시간 영화를 봤지만 자신이 어떤 영화를 보고 있는지조차도 모를 때가 많았다고 한다.

아무것도 할 수 없던 그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죽기 전에 한 번 해보고 안 되면 그때 뛰어내려야겠다.’ 사고가 난 지 2년째 되던 해였다.

하반신 마비를 극복하고 몸을 만든 남자-피트니스, 최호진, 모델
1 사고 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14년의 사진이다. 2 지금도 등에 박혀 있는 핀이다. 3 당시에 복용하던 약물들. 4 걷기 시작한 후 ‘쿨가이 선발 대회’ 때 촬영한 사진 앞에 서 있는 최호진.

 

이번이 마지막이다

“하루에 10시간씩 지하 주차장에서 매일 보조 기구에 의지해 걷는 연습만 했습니다. 거의 6개월 동안요.” 처음 보조 기구를 잡고 일어설 때는 많이 넘어졌다. 다리에 힘이 없으니 어찌할 도리도 없이 쓰러져 갈비뼈가 부러졌다. 회복되면 다시 연습했다.

어느 순간 중심을 잡을 수 있었고 그러다보니 설 수 있었다. ‘이러다 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계단을 하나 오르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제가 노력하긴 했지만 운이 좋았어요. 그렇게밖에 말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일어 선 것도, 걷게 된 것도 기적인데 그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약을 끊어야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느 정도 걸을 수 있게 되자 약을 집에 놓고 단식원에 들어갔다.

통증에 잠을 못 이루었고 며칠 동안 계속 눈물이 났다. 그럼에도 물만 마시면서 버텼다. 그동안 약 부작용으로 인해 100kg을 넘어섰던 체중도 80kg대로 돌아왔다. 약도 완전히 끊었다. 31일 만에 해낸 것이다.

이 남자는 여기서도 만족하지 않았다. 이제는 옛날처럼 다시 멋진 몸을 만들고 싶어졌다. 단식원에서 나와 6개월간 두부만 먹었다. 등에 10개의 핀이 박혀 있고 수술부위도 워낙 커 이전에 운동하던 때와는 기능 부위가 달라져 너무나 힘들었다.

한창 운동할 때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았고 가동범위도 나오지 않았다. 현재의 몸 상태에 맞춰 방법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유산소 위주의 운동, 덤벨보다는 고정되어 있는 기구로 옛날에 만든 근육들을 자극하는 정도, 체지방을 유지하는 정도로 운동했지만 결국 몸을 만들어냈다.

“포기하지 않는 법이요? 저의 경우에는 목표를 정해서 무조건 해내는 것밖에 없습니다. 목표를 이루면 그다음 목표를 정하죠.”

의지는 운명을 거스른다

“제가 좀 괜찮아지니까 친구들은 비뇨기적인 걸 물어봐요, 하하. 그런 차원이 아니라 가슴 밑으로는 전혀 감각이 없거든요.”

혹시 하반신 마비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최호진은 이렇게 말한다. “같은 처지에 있는 분들에게 해드릴 수 있는 이야기가 없어요. 걸을 수 있는 케이스가 많지 않아서, 그리고 그 처지에 있어 보았기 때문에 희망이 되는 이야기를 하기 힘들어요. 저와 함께 병원에 있던 분들이 아직 그곳에 있을 텐데, 섣부르게 그런 말을 꺼낼 수가 없어요.”

잘난 척할 때가 있었다. 큰돈을 받으면서 일할 때도 고마운 줄 몰랐다. 분에 맞지 않는 차를 사기도 했다. 그러다 주변에 있던 좋은 사람들이 많이 떠났다.

예전에는 ‘저 사람이 왜 나를 만나려고 할까, 내가 저 사람을 만나서 내게 어떤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면 지금은 ‘만나줘서 고맙고 좋은 말을 해주어서 고맙고 도움이 되면 좋지만 안 돼도 나를 찾아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말한다.

어떤 일이든 일단 시작하면 해내고야 마는 최호진은 재활을 마음먹은 후 정말로 해냈다. “포기하지 않는 법이요? 저의 경우에는 목표를 정해서 무조건 해내는 것밖에 없습니다. 목표를 이루면 그다음 목표를 정하죠.” 운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보통의 노력이 아니고서는 그런 운은 찾아오지 않는다.

직접 보고도 믿기 힘들 정도로 그는 지금 건강하다. 고통과 통증은 여전히 그의 곁을 맴돌고 있지만 강력한 의지로 인생 2장을 멋지게 그려낸 최호진, 그에게 진심어린 박수를 보낸다.

Credits

Editor
Photograph김태훈
Hair & Makeup이윤선
Styling이윤정
Issue

Tags

메커니즘샵 핏가이 핏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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