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이 당신에게 말하려는 것

달릴 때 당신을 괴롭히는 통증은 몸에 무슨 일인가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것은 당신이 보통 생각하는 바와 다를 수 있다. 정상적이거나, 또는 비정상적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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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놈은 지난 3년 동안 대학 대표팀에서 활약한 선수였다. 때문에 장래성이라는 아름답지만 무서운 단어를 수도 없이 들으면서 자신의 마지막 크로스컨트리 시즌을 시작했다. 팀에 복귀한 MVP라는 목표를 등에 짊어지고 그는 여름 내내 그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훈련했다.

시즌 첫 시합은 화창하고 상쾌한 오후에 시작되었다. 나는 중간 지점에 서서 성적에 대한 기대감에 부푼 상태로 그가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쉽게 이겼던 선수들에게 뒤쳐져 있었고 얼굴은 심한 통증으로 우거지상이었다. 달리는 선수들 사이에 유독 눈에 띄었다. 무언가 잘못됐다. 그는 고통스러워했다.

내가 크로스컨트리에 경험이 없었다면 응원을 하거나 고함을 질러댔겠지만 그러는 대신에 그가 지나갈 때 몸을 기울여 차분하게 말했다. “무리하지 말고 속도 줄여.” 하지만 그는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문제는 3km를 더 가서 생겼다. 얼굴을 심하게 찌푸리더니 어금니를 악물었다. 눈가는 어느새 거무튀튀해지고 필사적인 눈빛이 되었다. 움직임은 뻣뻣해지고 부자연스러웠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무리하며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뛸 때마다 머리가 흔들리고 흐느적거렸다. 그는 2위 그룹에 섞여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비탈진 주로에 쓰러지며 옆으로 굴렀다. 얼굴은 창백하고 방향 감각을 잃었다. 심지어 구토를 했고 신음까지 했다. 나는 노란색 로프 밑으로 들어가 그의 옆에 쭈그려 앉았다. 회복하기까지 꽤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는 주로 밖으로 나와 옷의 흙먼지를 털어내고 땅바닥에 똑바로 앉았다. 나는 어깨동무를 하며 그에게 속삭였다. “너는 최선을 다했다. 네가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증명했어. 다시 그런 고통을 감내할 필요는 없다.” 선수가 아니라 부모의 입장에서 한 말이었다.

부모로서 나는 매순간 통증을 어떻게 방지할지 모색했다. 선수이기도 한 나는 통증이 끔찍하게 두렵고 어이없지만 필수적이며 분명하고 본질적일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내가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에 나와 통증의 관계는 간단명료했다.

통증이 싫었다. 그리고 통증이 일어나는 경우가 아주 드물다는 사실을 안다. 캔디처럼 단 건 좋지만 통증은 싫다. 세상 이치는 간단하다. 통증은 심오하거나 아이러니하지 않으며 인격 형성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통증은 모든 상황을 망칠 뿐이다. 당신이 무언가 하다가 부상을 당한다면 모든 상황은 악화된다.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부상자만 없다면 무엇이든 즐거운 게임이다.” 맞는 말이다. 반면에 이런 말도 있다. “고통 없는 삶은 충만한 삶이 아니다.” 하지만 이 말은 백번 곱씹어보면 진실이 아니다. 심지어 말도 안 되는 소리인 것 같다. 내가 달리기 선수들이 미치광이 같다는 증거로 제시한 많은 이유 중에 첫 번째는 이것이다.

그들은 의도적이며 정기적으로 통증을 찾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자초해 친밀한 상호관계를 맺는다는 것이다. 당신이 달리기 자체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성격장애의 잠재적 징후라는 결론을 내리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기까지는 분명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처음 시작하는 선수라면 무엇을 하든 통증을 느낀다. 자신에게 고의적으로 계속 상처를 내고 있는가? 그야말로 사람들이 완전히 미쳤다고 표현하는 상황인 것이다. 나는 달리기가 당신에게 좋다는 확실한 증거에 반대 주장을 하지 않았다.

내게 달리기를 권했던 사람에게 “무릎! 무릎 때문에!”라고 몸서리치며 고함지른 적을 제외하곤 말이다. 내 몸의 나머지 부분은 엉망이 되었지만 무릎에 부담주는 운동을 피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 무릎만큼은 건강하다는 데 자부심을 가졌다. 결국 나는 달리기를 시작했고 변덕스럽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농담 섞인 핑계를 댔다.

“사람이 정기적으로 망치로 머리를 맞는 건 1.6km를 뛰는 고통과 같은데 나는 달리기를 하지 않으면 일주일에 세 번씩 망치로 머리를 맞는 것과 같다.”

그래서 누가 봐도 당연한 결론을 내렸다는 핑계로 얼버무렸다. 처음 2년 동안 누구에게나 달리기가 싫다고 말했다. “나 달리기해. 하지만 걱정마. 좋아서 하는 건 아니거든.” 난 친구들에게 말하곤 했다.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의심스런 눈초리와 함께 돌아오는 반응이었다.

“흠,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라면.” 싫다는 말이 수반되면 어떤 일이든 거의 무사히 넘어갈 수 있는 법이다. 내가 정말 싫어했던 건 달리기가 아니라 사실 통증이었다. 달리기를 막 시작했을 때는 맥주와 프라이드치킨이 놓여 있는 테이블 앞에 앉아 있는 상황처럼 모든 게 즐겁다.

하지만 그다음 숨이 차고 정강이가 쑤시며 옆구리는 콕콕 결린다. 가슴에 비오듯 흐르는 땀은 옷과 마찰하며 꺼끌꺼끌한 느낌을 주고 마치 온몸의 세포 하나까지도 활동하기를 거부하는 것 같다. 당신이 달리기를 즐긴다면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부상의 판도라 상자를 열지는 않을 것이다.

내 경우는 달리기 기피자에서 달리기 주자로의 전환이라기보다는 ‘통증 기피자’에서 ‘통증 수용자’로 전환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그래야 ‘통증 애호가’인 것처럼 얼빠진 소리로 들리지 않을 테니 말이다. 달리기를 꾸준히 하면 분명히 많은 혜택을 받지만 나는 달리기로 인한 통증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는지 측정하면서 조금씩 운동량을 늘려 그런 변화를 성취할 수 있었다.

조심스럽게 운동량을 늘린 덕분에 부작용을 방지했다. 내가 처음부터 수차례 과도하게 운동을 했더라면 대다수 사람들처럼 포기했을 것이고, 달리기는 완전히 물건너갔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서서히 달리기에 익숙해지더라도 이로 인한 통증은 그 혜택만큼이나 불가피하다.

달리기하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통증과 복잡한 교섭 관계를 맺어왔다. 통증인지 아닌지, 통증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아닌지 등에 대해 말이다. 에스키모인들이 눈에 관한 어휘가 다양하다면 또한 달리기 선수들에겐 통증에 관한 어휘가 다양하다. 통증을 자주 느낄수록 상황은 복잡해진다.

아무도 통증이 부상의 신호이길 바라지 않지만 나의 절친 중 한 명은 달리기로 인한 통증에 귀 기울이며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신호로 생각한다. 이 친구는 통증을 향상의 징조로 해석한다. 그는 통증이 자신과 자신의 성취에 대해 무언가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는 관점을 갖고 있다.

또한 편안함을 파티에 빈손으로 와서 치토스를 몽땅 먹어치우는 것과 같은 정지 상태로 여긴다. 편안함은 타력 주행이며 타력 주행은 조용하다. 내 친구는 조용한 것을 원치 않는다. 아들놈이 크로스컨트리 선수로서 출전한 마지막 시합 중 하나는 무덥고 후덥지근한 오후에 극도로 힘든 코스에서 벌어졌다.

그는 경주 내내 2위 그룹의 선두를 유지했다. 하지만 마지막 800m 정도를 남겨놓고 급격하게 속도가 떨어졌다. 그룹의 중간으로 밀려난 채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쓰러졌고 심한 통증 때문에 옆으로 굴렀다.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명분을 위해 기꺼이 통증을 참은 것이다.

나는 그에게 달려가 어깨에 손을 올렸다. 고통으로 뒹굴던 그는 나를 올려다보며 말을 더듬었다. “저 어땠어요?” 그가 물었다. “대단했다. 굉장했어. 뭐 좀 마셔라.” 내가 대답했다. 그가 기침을 하며 몸을 옆으로 돌렸을 때 그의 트레이너들이 카트를 타고 다가왔다. 그들은 나와 아내에게 아들과 함께 대기 중인 구급차에 타라고 권했다.

구급대원들은 신속하게 진단을 한 후 아들은 괜찮을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가 나아질 때까지 또는 다른 부상자가 발생해 들것을 사용해야 할 때까지 마음 편히 있어도 좋다고 덧붙였다. 들것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들은 미소를 띤 채 주변을 둘러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의 스파이크는 진흙으로 덮여 있었다. 진흙이 튀어 두 다리와 반바지 안쪽까지 묻어 있었다. 탱크톱은 땀과 풀, 침 등으로 뒤범벅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그의 얼굴색이 돌아오고 있었다. 상태가 호전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테니스 선수들도 여기에 많이 오죠?” 나는 의료 장비를 치우기 시작한 구급대원들에게 물었다. 그들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농구 선수나 축구 선수가 말 그대로 올바른 판단을 못할 만큼 너무 무리해서 구급차에 실리는 걸 본 적 있으세요? 그들이 정상적인 경기 도중에 통증으로 쓰러지던가요? 달리기 선수들만 그래요.”

여성 구급대원 한 명이 아들의 몸에서 모니터와 연결된 선을 떼어내 자기 주머니 속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오직 달리기 선수들만 그런 것이다. 부상이 아닌 통증 자체를 받아들이는 자세. 어쩌면 러너들은 인생을 사는 방법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달리기를 즐기는 남자 중에 철학자가 많은 것도 그와 같은 이유 때문인지도 모른다. 인생은 어차피 ‘고행苦行’이라며 자족할 줄 아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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