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아플 수도 있다

내 손가락 상처가 타인의 자상刺傷보다 더 아프다. 이 통증은 과연 정상적일까? 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우리가 느끼는 주관적인 통증에 대해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한다.

통증의학은 최근 30여 년 동안 빠르게 발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통증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치료는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의 현실이 이럴 정도니 환자들의 통증에 대한 이해와 대처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 17년 동안 통증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 그들에게도 통증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와 정보가 절실하다. 자신이 느끼는 통증에 대해 아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의 대처는 물론 의사의 치료에 적극적으로 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인과 증상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통증의 세계를 어떻게 쉽게 설명하고, 정확한 이해를 줄 수 있을까? 좋은 통증과 나쁜 통증이 그 대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통증, 나쁜 통증

실질적이거나 잠재적인 조직 손상 이후 발생하는 불유쾌한 감각적, 정서적인 경험. 통증의 사전적 의미는 명쾌하지만 통증의 실체는 생각만큼 명쾌하지 않다. 원인과 증상이 사람마다 천차만별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면 명료함과 그렇지 않은 것이 분리되어 통증에 대한 이해가 훨씬 명료해진다. 분명한 원인이 있어 우리 몸에 득이 되는 것은 ‘좋은 통증’이라 할 수 있다. 알 수 없이 시작되어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없고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것은 ‘나쁜 통증’이다.

우리 몸에 득이 되는 통증은 신체에 이상이 발생한 것을 알리고,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고, 우리 몸을 보호해주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이런 착한 통증을 ‘침해수용성 통증Nociceptive Pain’이라고 부른다. 자극이 발생하면 신호가 통증 전달 신경계를 타고 뇌에 전달된다.

그리고 뇌에서는 통증이 일어난 부위의 위치와 강도를 정확히 인지한다. 그 후 통증이 일어난 원인을 피하거나 제거하도록 지시한다. 이런 통증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발목 인대가 아물 때까지 발목을 일정기간 보호하게 되고, 복통의 원인이 맹장의 염증임을 진단받고 맹장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게 된다.

이런 통증은 원인이 해결되면 사라지게 되며, 통증이 없어진 것이 다시 몸이 정상으로 회복되었음을 알게 되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반면 해가 되는 통증은 대부분 원인이 모호하고 원인에 맞지 않게 과도한 고통을 준다. 이런 통증은 나쁜 통증으로, 주로 ‘신경병증성 통증Neuropathic Pain’에 해당한다.

신경병증성 통증은 ‘신경계의 병변이나 기능이상에서 오는 통증’이라고 정의된다. 인대 손상 이후 회복이 충분히 된 이후에도 통증이 지속되거나 모든 검사에서 이상이 없는데도 흉통이나 복통, 관절통, 근육통이 지속된다면? 이러한 통증은 그 원인을 제거하고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통증이다. 게다가 친구나 가족 또는 아파서 찾아간 의료진에게도 이해받지 못해 고립감을 느낄 수 있으며, 만성적으로 통증으로 번져 불면이나 우울과 같은 정서적인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상태까지 이르면 통증은 더이상 질병에 따라오는 증상이 아니라 우리 몸을 육체적, 정신적으로 망가뜨리는 악이 된다. 이런 통증은 그 자체가 신경계의 변성에서 기인하는 ‘질병’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좋은 통증, 자극하면 반응한다

일반적으로 통증은 신체의 내부나 외부 환경에서부터 강하게 누르는 압박 자극, 화학적 이상인 염증 자극 그리고 뜨거운 자극에 의해 나타난다. 이 자극들이 일정 수위를 넘어가면 통증 전달 신경계가 뇌까지 유해한 자극을 전달한다. 이러한 전달 과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경로는 척수 신경을 통해 뇌의 시상하부를 거쳐 ‘대뇌 피질’의 ‘몸감각 피질 영역Somatosensory Cortex’으로 통증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통증이 어느 위치에서 발생한 것인지, 통증의 강도나 기간은 어느 정도인지, 통증이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찌릿한지 또는 고춧가루를 뿌린 것처럼 쓰린지 그 양상을 감지한다.

이렇게 발생한 통증은 사람들마다 유사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두 번째 경로는 ‘대뇌’의 변연계와 전두엽 등에 통증 정보를 보내고, 더불어 뇌에서 통증을 억제할 수 있는 신경이 모여 있는 부위로 통증 자극을 전달하는 것이다. 대뇌의 변연계와 전두엽은 감정을 조절하고 생각과 기대, 각성, 기분, 기억 등 정서적인 것을 관장한다.

이곳으로 전달된 자극은 과거의 경험이나 기억, 사회적·문화적 학습과 상호작용하여 통증을 발생시킨다. 사람들마다 살아온 삶의 과정이 다르고, 그로 인한 경험이나 감정은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두 번째 경로를 따라 만들어진 통증은 사람들마다 정도나 양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같은 통증에도 다르게 반응하는 데는 또 다른 경로가 있다. 뇌의 특정 부위와 척수 같은 부위로 자극이 전달되었을 경우다.

‘수도관주위회백질Periaqueductal Gray’, ‘시상하부Hypothalamus’, ‘변연계Limbic System’가 대표적이다. ‘하행성 통증 신경계’로 통칭해서 불리는 부위들로, 여기에는 통증을 조율하는 신경세포가 있어 말초에서 감지되는 통증 자극을 억제하거나 증강시킨다.

즉 하행성 통증 억제 신경계의 활동성이 감소하면 통증을 일으키지 않을 정도의 자극에서도 통증을 느끼고, 통증에 대한 역치가 떨어진 경우에는 같은 정도의 자극에서도 증가된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통증은 아픈 자극에 의해 느끼는 강한 감각임과 동시에 대뇌의 여러 부위와 연동되어 개인의 과거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통증에 대한 두려움, 회피, 각성, 기대, 우울 등 정서적인 면이 혼합된 개개인의 복잡한 경험이다.

또한 하행성 통증 억제 신경계의 조율에 따라 인간의 뇌에서 느끼는 통증은 다양하게 변한다. 따라서 같은 통증 자극에 대해서도 각각의 환자가 느끼는 통증의 정도는 다를 수 있고, 통증으로 인해 느끼는 환자의 고통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이유 없이  아플 수도 있다-통증, 근육, 건강 상식, 건강

나쁜 통증, 과도하게 민감하다

정상 상태에서 아픈 부위를 쓰다듬으면 통증이 가라앉는다. 하지만 우리 몸이 자극에 비정상적일 때는 상처 부위를 주무르고 문질러도 통증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심해진다. 최악의 경우에는 통증을 일으킬 만한 아무런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도 일어나기도 한다.

이는 주무르고 문지르는 자극에 반응하는 굵은 신경섬유가 자극되었을 때 통증을 억제하지 못하고 오히려 통증을 유발하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왜 굵은 신경섬유가 정상적인 기능을 못하게 된 것일까? 통증 전달 신경계에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것이 신경병증성 통증이다.

신경병증성 통증은 통증 전달 신경계의 전달 과정에서어느 부위에서든 문제가 생겼을 때 발생할 수 있다. 말초에서의 통증 자극이 없어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일어난다면 말초신경의 민감성을 초래한다. 또한 통증을 조율하는 억제 신경계의 기능이 저하되어 있다면 자극이 없어도 통증을 느끼게 될 수 있다.

뇌에서 통증을 인지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우리의 신경세포는 통증을 인지하기 쉽게 바뀌어 미세한 자극이 와도 통증으로 해석해버리는 중추신경감작 현상이 일어난다. 원인이 없는데도 아프다든지, 원인과 맞지 않게 과도하게 아파하는 통증의 주요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다행히 최근 연구에서 MRI 검사(뇌신경의 활성도와 뇌혈류의 변화를 측정하여 어느 부위의 뇌가 기능을 많이 하고 적게 하는지 측정하는 검사)를 통해 온몸이 아프고 피곤함, 우울함, 불면 등이 동반되는 ‘섬유근육통증’과 가벼운 손상이나 수술 이후에도 팔다리 전체가 만성적인 통증 상태로 변하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과 같은 질환이 뇌신경에 문제가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 의학으로 아직까지 통증 신경계의 변화들을 전부 알아내기 힘든 실정이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가?

동물들이 생존을 위해 통각을 느끼고 아픈 자극과 환경을 피하는 것과는 다르게 인간은 통각을 자신의 모든 감정과 경험으로 해석하고 고통 받는다. 뇌의 여러 부위에 존재하는 통증 억제 신경세포가 일상에서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물론 어릴 때의 정신적 상처를 모두 기억하고, 성인이 되었을 어느 시점에서 통증 억제 신경의 기능 저하로 발현되어 만성적인 형태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만성적인 통증을 일으키는 신경병증성 통증은 이미 그 자체가 질병이 되었다. 그럼에도 통증이 주관적이라는 점과 통증 질환이 너무나 다양한 양상을 띠고 있어 객관화시킬 수 없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하는 것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몸에 통증이 생기면 정확히 진단되어야 한다. 분명한 원인이 있는 것인지, 분명한 원인 없이 통증 신경계의 이상에 의한 것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원인이 분명하면 그것을 치료하여 자연히 통증도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분명한 원인이 없는 경우에는 통증 자체를 질병으로 보고 치료해야 한다.

통증 전달 신경계의 과민성(의학적으로는 신경인성 염증이라고 한다)을 치료해주고 통증 억제 신경계의 활성도를 높여주어야 한다. 통증 억제 신경계의 활성도를 높이기 위한 것 중에는 뇌신경을 자극할 수 있는 육체적인 운동 요법이 중요하다.

아프면 얼마나 아프다고?

통증은 주관적이다. 하지만 급성 통증과 만성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수많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통증의 주관적인 수치를 측정한 결과 아래와 같이 그 강도를 비교해볼 수 있다. 자료 출처 <좋은 통증 나쁜 통증>(메디마크)

이유 없이  아플 수도 있다-통증, 근육, 건강 상식, 건강

통증,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체내 곳곳을 관통하는 신경계는 빠른 속도로 작용한다. 만일 속도가 조금이라도 느려진다면, 그래서 통증이 늦게 느껴진다면 가스레인지에서 음식 대신 손을 요리할 수도 있다.

상처 부위

신경세포 안에서는 나트륨, 칼륨, 칼슘이 미묘한 비율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다 맨손으로 뜨거운 프라이팬 손잡이를 잡으면 이 균형이 깨져버린다. 나트륨이 세포막을 뚫고 들어가 세포에 투입되고, 영양 불균형 상태가 된 신경들은 초인종을 누를 때 흐르는 전류 강도의 약 1,000분의 1에 해당하는 아주 작은 전하를 방출하게 된다.

외곽 도로

신경섬유 종류에 따라 통증 유형도 기계적 통증, 화학적 통증, 열 통증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화상을 입은 손에서 발생한 전기신호는 해당 신경섬유를 찾아 편승한다. 그리고 뇌로 이어진 척수를 향해 돌진한다. 척수가 고속도로라면 신경섬유는 외곽 도로인 셈이다.

신경 센터

통증 신호는 최종적으로 척수에 도달하게 된다. 손에서 통증이 시작되었다면 목 아랫부분 중간으로 통증 신호가 투입되는데, 5번째와 7번째 척추골 사이가 바로 그 지점이다. 정확한 통증신호 투입 지점은 신체 어느 부위를 다쳤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엄지손가락에서 통증이 시작되었다면 신호가 5번째 척추골로 투입된다.

처리 구역

신호가 척수를 완전히 통과하고 나면 뇌의 수신 센터, 즉 시상부에 닿게 된다. 열에 의한 부상인 경우 이 전체 과정은 0.01초 만에 끝나버린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 느린 속도에 해당한다. 화학신경섬유와 기계신경섬유의 작용은 이 속도보다 10배나 빠르다. 시상부는 통증 강도를 적당히 조절하여 위험도를 반영한다. 그 후 시상부는 통증을 해석하기 위해 통증을 대뇌피질로 회송한다.

통증 반응

  • 움찔 물러난다 우연히 달궈진 프라이팬에 손이 닿았을 때 보이는 가장 원초적인 반응이다. “우리 몸은 본능적으로 생명을 보호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손을 반사적으로 뒤쪽으로 홱 빼는 것입니다.” <맨즈헬스> 미국판 자문단 테드 에펄리Ted Epperly 의학 박사의 설명이다.
  • 욕을 하거나 비명을 지른다 욕을 내뱉거나 머리를 흔들면서 고음의 비명을 지르는 것은 실제로 긍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위험을 미리 알려줄 수도 있습니다.” 에펄리 박사의 말이다. 어쩌면 “남자가 요리를 하고 있으니 조심하세요!”라는 뜻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기절한다 장렬하다고 표현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이 반응은 견딜 수 없는 심한 통증에서 해방시켜준다. 하지만 극히 드물게 나타나는 반응이라고 에펄리 박사는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몸은 언제나 경계 상태에 있기를 원하기 때문에 위험을 피해 충분히 잘 물러설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렇게 기절해버린다면 굽고 있던 고기가 새카맣게 타버리고 말 것이다.

세상 모든 두통

고통을 완화해줄 열쇠는 무엇일까? 당신만의 근사한 노하우를 생각해보라.

긴장성 두통

바이스로 머리를 꽉 죄는 듯한 느낌이 든다. 스트레스는 뇌의 화학물질을 죽여버리고 통증의 통로를 활성화한다고 조지타운 대학교 두통 전문의 제시카 아일라니Jessica Ailani 의학 박사는 말한다.
해법 걸어라. 10분이면 신경전달물질이 건강한 상태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한다.

편두통

철도에서 일어나는 것과 같은 스파이크가 머리 한쪽에서 일어나는 느낌이 든다. 긴장성 두통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편두통은 뇌 화학물질이 줄어들어서 유발되는 경향이 있다. 아일라니 박사는 빛과 소음이 통증 강도를 높인다고 말한다.
해법 쭉 들이켠다. 타이레놀 2알을 게토레이와 커피와 함께 먹어라. 수화水化 작용과 카페인 성분이 안정감을 높여줄 것이다.

부비강 통증

뺨과 눈썹에 강한 압박을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부비강이 부풀어오르면서 안쪽 점액이 빠져나가지 못해 생긴 통증이다. 텍사스 대학교 마틴 시타디Martin Citardi 의학 박사의 설명이다.
해법 뿌려라. 신시내티 대학교 연구원들에 따르면 캡사이신 비강 스프레이를 뿌려주면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고 한다.

군발성 두통

극심한 고통을 수반하는 최악의 두통이다. 그래서 ‘살인적인 두통Suicide Headache’이라고도 불린다. 눈 발작과 눈꺼풀 처짐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아일라니 박사에 따르면 이 모든 것들이 뇌에 문제가 일어났기에 발생하는 증상이라고 한다.
해법 산소를 공급하라. 군발성 두통이 20분 넘게 지속되면 응급실로 가라. 산소 공급을 받으면 통증을 멈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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