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은 남자를 중독에 이르게 한다

오스트레일리아판 <맨즈헬스> 에디터 벤 호티는 젊은 시절 폭음이 우울증 초기 증세였음을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초기 우울증’ 증세와 치료에 관한 심층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것은 당신도 이미 우울증 환자일 수 있음을 경고하면서 그에 대한 대처 방안을 일러주고 있다.

아무런 비전도 없는 콜센터에서 일하고 있었으며, 실연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26살 시절. 당시 세상은 너무나 차갑고 삭막하게만 느껴졌다. 다만 금요일 밤만은 그렇지 않았다. 토요일의 아침해가 뜨기 전에 금요일 밤을 밝히는 환락의 불꽃에 온몸을 불살랐기 때문이다.

친구들을 만나 11차, 12차까지 술자리를 이어가며 인사불성이 될 때까지 퍼마셨고, 만취 상태가 되면 수줍음이나 어색함을 벗어버리고 여자들에게 달려들곤 했다. 횡단보도에서 우연히 부딪힌 여자에게는 마구잡이로 키스하던 중 정신을 차린 적도 있었다. 낯선 사람의 집 침대에서 현실 세계로 돌아온 적도 있었다. 잠들어 있는 동안 술집 밖으로 쫓겨나는 경우는 셀 수도 없다.

아주 미쳤던 어느 밤에는 누군가의 부엌에 들어가 접시를 박살내는 것도 모자라, 거실까지 밀고 들어가서는 팔걸이의자에 주저앉다가 그것마저 부수어버린 적도 있었다. 당시 낯선 누군가가 나가라고 소리쳤는데, 머릿속으로 ‘어디로 떠나라는 거지?’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디에 있는 건지 전혀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 시기에 잠깐 사귄 여자 친구에게 금요일 밤마다 벌이는 파티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이렇게 말했다. “뭐가 문제인거야, 벤?” 나는 그녀의 질문에 화가 나서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아무것도!” 너무나 재미있게 놀고 있는 나를 이상하게 보는 그녀가 오히려 이상했기 때문이다.

우울증은 남자를 중독에 이르게 한다-정신 단련, 정신 건강, 우울증, 건강

상담 1 남자들의 놀이가 위험하다

시드니에 있는 세인트 빈센트 병원의 정신과 의사이자 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의 정신과 교수인 케이 빌헬름 박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남자와 우울증에 관한 연구>의 저자이며, 남성의 정신을 괴롭히는 문제들에 관해 독보적인 지식을 갖춘 박사는 따끔하게 말했다.

“당신은 그녀에게 고마워해야 합니다. 그녀는 당신을 도우려고 했으니까요.”

뭐야, 내가 도움을 필요로 했었던가? 당시 나는 그저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매 주말마다 하는 일을 하고 있었을 뿐이지 않은가? 그렇다. 어쩌면 박사의 말처럼 ‘도움’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위험에 처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박사는 또 한 번 당시의 행동이 어떤 위급한 신호를 보내고 있었음을 지적한다.

“물론 그런 행동은 아주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누구나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조기 증세의 행동입니다.”

 

내가? 설마! 박사의 말은 당시 내가 우울증과 그에 수반하는 극심한 고통에 빠질 수도 있는 시기였다는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니 확실히 그런 것 같다. 나는 그토록 깊숙이 묻어두었던 실연의 괴로움과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좌절감을 기억해냈다.

금요일 밤의 황홀경은 일을 하며 보내는 한 주간의 따분함을 완화시켰으며, 상처받은 마음을 잊게 해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그런 행위로 인해 나의 자아는 또 한번 치명타를 받고 있었다. 나의 감정과 행동이 연결점을 찾지 못한 채 점점 공허함으로 내밀렸던 것이다.

어쩌면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러하지 않을까? 나는 술에서 위안을 찾았다. 당신은 어쩌면 일에만 매달리거나, 포커나 게임에 몰두하거나, 여러 여자와 성관계를 하거나 혹은 불법 약물을 복용하는 식으로 위안을 찾고 있을 수 있다. 아니, 하나가 아닌 이 모든 것들로 위안을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생각하겠지. 실연이나 실업과 같은 심적인 압박과 스트레스로 인한 고통보다는 마치 타이어에서 서서히 바람이 빠져나가는 것과 같은 위안이 낫다고.

하지만 위안을 추구하는 행위는 단지 해결되지 않은 실존적 딜레마 상태일 뿐이다. 또한 독에 중독되어 그만둘 수 없는 관계일 수 있으며, 당신의 영혼을 서서히 짓밟는 과정일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상태만 가지고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진단을 하자면 당신은 적어도 감정적인 억압의 초기 단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이 상태를 무시한다면, 정신적인 괴로움의 영향이 악화되어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대부분의 우울증의 경우가 그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최종으로, 그리고 유일하다고 믿고 선택하는 탈출구로 자살을 선택하는 것이다.

상담 2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취약하다

윈스턴 처칠이 ‘한 사람을 평생 괴롭히며 심신을 약화시키는 정신적 유령’이라 일컬었던 우울증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시대 모든 사람들의 문제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는 10년 안에 우울증이 인류에게 있어 두 번째로 큰 건강 문제가 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여섯 명중 한 명은 인생의 어느 시점에 우울증을 겪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통계나 보고가 경고하고 있는 대상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이러한 숫자와 그래프와 차트의 주변부로 밀려난 남자들은 우울증에 여자보다 훨씬 더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이미 세계 많은 나라 남자들이 길 위에서보다 자살로 죽는 경우가 더 많아지고 있다는 보고도 있었다.

우울증의 표출에 있어 성별의 차이는 단지 남성의 경우 그것이 보여지는 형태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남자는 울거나 과식하는 경우가 드물며, 우울증에 대해 말하거나 그로 인해 도움을 구하는 경우가 적다. 빌헬름 박사는 바로 이 점 때문에 남자들이 화를 내거나 좌절감을 느끼기가 더 쉬우며, 이로 인해 알코올과 암페타민(amphetamines, 일종의 각성제)을 남용하거나 위험한 행동에 쉽게 빠져든다고 지적한다.

박사가 한창 설명하고 있는 동안 나는 책상 위에 놓인 남성들의 감정적인 억압을 기록한 도표에 눈을 돌렸다. 지역 보건의들을 위해 박사가 <오스트레일리아의 가정의학>에 발표한 보고서에 인용했던 자료였다. 거기서 ‘도피’라 적힌 항목에 적혀 있는 ‘폭음’이라는 단어를 발견한 나는 이내 박사에게 눈을 돌렸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단어를 가리키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래서 무엇이 한 사람을 여기서 멈추게 하는 건가요?” 그리고 곧바로 도표의 중간 지점에 적힌 ‘선을 넘다’라고 적힌 항목으로 손가락을 옮기고 물었다. “그리고 또 여기서는 어떻게 멈출 수 있는 건가요?” 복잡하고 자세한 답변밖에 없는 질문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던졌던 것일까? 박사는 가볍게 숨을 들이마시고 이내 거의 숨도 쉬지 않고 말한다.

“경계선의 어디에서 어떻게 멈출 수 있는가는 당신의 유전자 구조, 경험, 문화에 달려 있습니다. 당신이 약물을 복용하든, 앞서 말한 것과 같은 사건을 일으키든 상관없이 말이죠. 사람마다 서로 다른 한계점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내가 깊이 숨을 들이마신다. 남자들을 대표해 마침내 ‘핵심 질문’을 해야 할 시점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우울한 상태에서 완전한 암흑으로 추락하지 않는다는 것이 과연 가능하기는 한가요? 박사님이라면 감성 회복력과 정신 강화를 통해서 커다란 충격이 찾아왔을 때(우리가 말하는 인생이란 결국 이런 것이니까) 그것을 이겨낼 만한 더 나은 위치에 있을 수 있습니까?” 나의 질문에 박사가 웃으며 대답한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은 많아요. 당신 스스로가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를 안다면 말이지요.” 한숨이 나온다. 누구나 자신의 정신적 내면에 요새를 만들기 원하며, 또한 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손자가 말한 백전백승의 전법. 그러나 문제는 적이 우리의 모든 약점을 알고 있을 때이다. 적이 우리보다 먼저 우리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면 어쩌란 말인가?

상담 3 항우울제는 검증되지 않았다

여태 살아오면서 익히 알고 있듯, 우연한 사건과 실존적 위기와 엄청나게 충격적인 사고를 포함한 걱정거리들이 끊임없이 찾아오는 인생은 험난하기 그지없다. 이 모든 것은 스트레스가 되고, 매번 다른 모습으로 변장을 하며 찾아오는 스트레스는 만성이 되어 우리 마음에 금이 가도록 돌팔매질을 해댄다. 결국 어떤 사람들은 무릎을 꿇고 굴복하며, 또 어떤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아들임과 동시에 헤쳐나가게 된다.

안타깝게도 두 부류를 나누는 결정적인 요인에 대해서는 아직 완전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개의 경우 사전 징후들이 분명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분노와 좌절, 공격성 등의 심리 상태가 그것이다. 우울증협회장인 고든 파커 박사는 이러한 감정 상태에 분명한 이유와 원인이 있으며, 그 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 모든 감정은 몸에 보내는 일종의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생태학적 균형이 깨졌다고 알리고 있는 것이지요. 문제는 당신이 이러한 신호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있습니다.”

대부분 그러하듯, 당신은 그 신호들을 무시하거나 인식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즐겁지 않은 상태에 머물거나, 부정적인 상황이 곪아터지게 내버려둘 것이다. 그저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과정이나 단계라고 생각하면서.

결국 피고름 딱지를 덕지덕지 달고 빠져나오게 되었을 때, 당신의 자아는 한없이 약해지게 되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에 휘둘리기 쉬운 상태가 되어버린다. 만약 이 시점에서 또 한 번의 강타를 얻어맞게 된다면, 정리해고 같이 당신의 자부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을 당하면 어떻게 될까?

코르티솔의 양이 높아지면 뉴런 사이즈가 축소되어 세로토닌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흐름과 저장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고, 이러한 과정이 우울증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대부분의 항우울제는 이 과정을 원상복귀시키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들은 이런 과정과 약효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의학협회 저널>에 실린 연구 결과에서도 항우울제인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s)가 아주 심각한 우울증 환자들에게만 효과를 보일 뿐, 나머지의 경우에는 그저 ‘플라세보(가짜 약을 진짜로 믿은 환자들의 상태가 좋아지는 효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우울증의 정확한 경로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더욱 심화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가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면 당연히 항우울제를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 단계에 이르기 직전에 우울증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따라서 우울증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는 방법은 우리 스스로가 증상을 초기에 인식하는 법을 배우는 수밖에 없다. 만성 스트레스에 대한 자신의 행동 반응을 진단할 수 있다면 그에 따른 정신적 황폐화를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진단 1 불안감을 방치하지 말라

‘뇌와 정신 연구소’ 이안 히키 교수는 우울증의 가장 주요한 전조 중의 하나인 불안감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우울증이 한 남자의 정신세계를 위협하는 블랙독(우울증을 가리키는 은어적 표현)이라면, 불안감은 수줍음 많은 강아지라 할 수 있습니다.”

히키 교수에 따르면, 약 30%의 사람들이 쉽게 불안해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그들의 정신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신경증, 완벽주의, 낮은 자존감 같은 성향의 성격을 지닌 사람들이 천성적으로 낙천적이고 늘 자신만만한 사람들에 비해 만성 스트레스와 비극적인 사건들에 쉽게 무너지게 됩니다.”

나는 평소 ‘잔이 반이나 차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옛날 드럼 선생님은 라이브 공연을 앞두고 대화를 나누면서 내게 ‘쓸데없이 불안해하는 녀석’이라 타박하기도 했다. 히키 교수는 불안해하는 성격이 반드시 우울증에 걸릴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우울증을 당뇨병에 걸릴 위험과 동일시했다.

“살이 찐 사람들 가운데 일정수의 사람만이 당뇨병에 걸립니다. 저의 부모님은 당뇨병이 있었습니다. 그 유전자를 물려받은 탓에 저는 조금만 과체중이 되어도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높지요.”

그는 환경적인 요소들이 우리에게 내재하는 유전적인 위험을 증가시키거나 완화시킬 수 있음을 강조했다. 개인이 유전 내력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을지라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이었다.

“가족력에서 불안감, 우울감 그리고 물질남용 등을 확인해보세요. 그 세 가지가 바로 우울증의 가장 큰 세 가지 요인이니까요. 만일 가족력이 있는 어떤 사람에게 심각한 스트레스 요인이 닥칠 경우, 심지어 그것이 이십대 초에 벌어진다면 상황은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모든 것에 대해 걱정하기를 좋아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불안감은 그 자체로 위험한 요소일 뿐만 아니라, 심각한 타격이 되어 사회적 기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를 막기 위해 많은 사람들은 알코올이나 암페타민이라는 오직 하나의 해결책만을 찾는다.

아마 당신 주변에도 나 같은 사람이 있거나, 혹은 당신이 그런 사람 중 하나일 수도 있을 것이다. 여자에게 말을 걸기 위해 술을 마셔야 하는 남자, 업무 발표 전에 반드시 담배를 피워야 하는 동료, 클럽에서 대담하고 화끈하게 놀기 위해 엑스터시를 찾는 친구처럼. 히키 교수는 내게 이런 말을 던졌다. “당신도 우울증에 걸리기 전 많이 불안했을 것입니다. 당연히 물질남용의 단계에도 이르렀겠지요.”

진단 2 손쉬운 대응책이 더 위험하다

나는 십대 이후로 ‘사교상의 윤활유’로서 알코올을 이용해왔다. 학급에서 부끄러움이 많고 내성적이었던 5살 때 파티에서 처음으로 럼주를 마시고는 고삐 풀린 야수가 되어 친구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던 게 시작이었다.

히키 박사는 어떤 일이 자신의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 보통 이런 식으로 ‘대응책’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불안감, 우울감, 물질남용의 세 가지가 모두 결합된 타격의 경우에는 남성에게 있어서 장기적 정신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경고했다.

“남자들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사고와 비상 사태가 기다리는 곳에 몸을 던지거나, 혹은 물질남용에 빠져듭니다. 그 결과는 부상이나 심각한 경우 죽음으로까지 이어지며, 물질남용의 경우에는 당장은 아닐지라도 40~50대에 가서 심장병, 위궤양, 간질환 등 성인병에 이르게 됩니다.”

만성 스트레스를 처리하려고 고군분투하는 남성들이 주로 보이는 다른 행동들에는 과로, 도박, 난잡한 성행위, 그리고 주로 알코올과 약물의 영향으로 인해 위험을 무릅쓰는 행위들이 있다. 술, 물담뱃대(마리화나나 마약 흡입용), 금발머리 여자, 그리고 바카라나 포커 같이 남자들이 흔하게 빠져드는 놀이도 모두 여기에 속한다.

이것에 대해 멜버른 대학교의 정신과 교수인 닉 알렌 박사는 그것이 도파민(신경전달물질)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문제임을 지적한 적이 있다. “그러한 행위는 모두 정신을 흐트러뜨려 도파민을 과다하게 분비시키는 것이 문제를 일으킵니다. 더 심각한 것은 그러한 상태에서 문제 처리를 시도할 경우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알코올이나 마약이 일으킬 수 있는 문제는 사회적인 문제 이전에 자신에게 일차적인 위험이 있다. 만약 이러한 물질에 중독된 활동을 반복한다면 스스로를 연소시키는 꼴이 되고 만다. 추락을 향한 미끄럼틀에 올라타고 마는 형국인 것이다.

진단 3 과격함이 약이 될 수도 있다

뻔하지만 궁금한 질문. 왜 남자들은 그렇게 위험한 행동들을 반복하는 것일까? 왜 우리 남자들은 행동과 머릿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사이에 연관성을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연계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일까?

하나의 이유로 진화론적 조상들의 대뇌 변연계 피질에 대한 의존을 탓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남자는 선천적으로 사색이나 숙고보다는 행동이 앞서는 본능을 지녔다는 말이다. 앞서 남자들의 과격한 행동 표출이 우울증의 신호라고 설명했던 고든 파커 박사의 말은 다음과 같다.

“옛날 수렵채집 시대에 남자는 나무에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만 보고도 재빨리 투쟁 또는 도주 모드로의 전환이 필요했습니다. 오늘날 당신이 편히 앉아서 연필을 빨며 사색하는 곳에 그늘이 드리워진다면, 그것을 사색하기 좋은 나무 그늘로 인식할까요? 아니면 표범의 그림자로 인식하게 될까요?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자들은 두 가지 모두를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아직도 절반은 원시시대의 본능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파커 박사의 말대로라면 스트레스로 지친 현대의 전사들, 다시 말해 변호사부터 배관공에 이르기까지 모든 남자들은 일이 뜻대로 되어가지 않을 때 그들의 공격성을 억누르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성들이 어떤 문제에 대해 걱정하고 분석하여, 일반화시킨 다음 내면화할 때, 남성들은 감정을 순식간에 외면화하는 과정에서 쉽게 좌절에 빠지거나 울화통을 터뜨리게 되는 것도 같은 이유인 것이다.

아이러니하지만, 파커 박사는 이러한 성향이 반드시 나쁜 전략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몇 년 전 박사는 한 연구를 수행했는데, 참가한 정신과 의사들은 도움 구하기, 터놓고 이야기하기, 불만 터뜨리기와 같이 다양한 대응전략에 순위를 매겼다. 그중에서 혹평하기, 고양이를 발로 차기, 누군가를 때려눕히기 같은 것은 가장 덜 유용한 방법으로 순위를 매겼다.

그런데 정작 연구 결과는 반대였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일정 기간 따라다녀보니, 덜 유용한 방법을 애용하는 과격한 성격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빠르게 우울증에서 벗어나더군요. 부수적인 피해가 많기는 하지만요.” 어쩌면 고양이보다는 샌드백을 갖고 싶어 하는 남자들이 더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일까?

처방 1 성격에 따라 식사와 운동을 조절하라

내 평생의 정신 건강에서 20대 중반은 분수령이 된 시기이다. 지원한 일자리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고, 헤어진 전 애인은 좀처럼 생각에서 떠나지 않는 상태로 몇 달이 흐르자, 결국 시드니에서의 생활을 접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부활절에 부모님을 만나러 멜버른으로 돌아왔을 때는 다시는 시드니로 돌아가지 않으려고 했다. 콜센터에서 민원을 처리하는 것도, 옛 여자 친구와 함께 했던 추억을 떠올리는 것도, 금요일 밤의 휘청거림에 또다시 빠져드는 것도, 그리고 좋지 못한 결과들이 기다리는 또 다른 토요일을 마주하는 것도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리하기 위해 다시 돌아왔을 때 먹구름은 걷히기 시작했다. 몇 주 전에 보냈던 지원서가 통과되어 인터뷰를 했고, 새로운 일자리를 얻게 되었던 것이다. 거의 하룻밤 사이에 회색빛 콘크리트가 짓눌렀던 인생은 사라지고, 총천연색의 팔레트가 내 인생으로 들어왔다. 시드니는 더 이상 형편없지 않았고, 옛 애인은 스쳐 지난 추억이 되고 말았다. 한마디로 내리막 인생이 멈춘 것이다.

인생에 찾아온 놀라운 르네상스. 그러나 여기에도 유일한 문제점은 있었다. 환경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대부분의 나날은 그 상태로 충분하기는 했다. 그러나 가끔은 만약 다시 예전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내가 어떤 방식으로 대처해야 할지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나는 근본적인 고민에 빠져들고 말았다. 만일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면? 내가 그토록 상처받기 쉽고, 연약한 상태에 있는 동안 훨씬 더 나쁜 일이 일어난다면? 매번 닥치는 인생의 화살이 남긴 상처를 참는 것만이 아니라 아예 물리쳐버리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일까?

신체 화학반응 전문가인 매트 처치를 만난 것도 이러한 고민 때문이었다. 그는 정신 건강의 안내서인 <하이라이프High Life 24/7>의 저자로, 이 책에서 그는 신체의 다섯 가지 주요 화학 반응과 신경전달물질(세로토닌, 코르티솔, 인슐린, 멜라토닌, 아드레날린)을 추적하고, 관찰하고, 조종하여 심신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단언한 바 있다.

“심신을 강화하십시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음식, 숙면, 운동을 계획하여 자신을 돌봐야 합니다. 그런 기본적인 것에 유의하면 우울증에 덜 취약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당신이 어떤 타입인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치가 규정하는 유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전통적인 스타일로 경쟁적이고 정력적이고, 시간관념이 철저하고, 공격적인 ‘아드레날린 중독자’이며, 다른 하나는 여유롭고, 느긋하고, 조용한 ‘세로토닌 추구자’이다. 물론 처치 자신도 이러한 구분이 엄격하게 정형화된 관념이 아니라고 말한다.

“인생이 어디 그렇게 간단하겠습니까? 누구나가 다 때로는 아드레날린 중독자이며, 또 때로는 세로토닌 추구자일 수 있습니다. 유형을 구분하는 것은 단지 지금 현재 당신의 마음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한 스냅사진 식의 구분일 뿐입니다.”

두 가지 유형으로의 구분은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데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다. 우선 아드레날린 중독자의 경우를 보자. 이런 타입은 스트레스에 쉽게 노출된다. 성실히 압박감을 견디면서 오랜 시간 일을 하고, 그 결과 코르티솔 수준이 급등하는 것이다. 처치는 이런 사람들에게 끝없이 이어지는 스트레스의 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식습관을 먼저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아드레날린 중독자들은 네 시간마다 먹어야만 합니다. 먹는 것이 부신의 반응을 차단시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아침밥을 꼭 챙겨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단순한 행동이 하루 동안의 아드레날린 과다 분비를 막을 수 있으니까요.”

이와 함께 처치는 운동 습관에 대해서도 충고했다. “아드레날린 중독자는 하루 일이 끝날 무렵이 신경이 가장 날카로운 시간입니다. 이때 체육관에 가면 효과적입니다. 해가 진 후 약 20분 동안, 맥박을 분당 140번 정도로 올려주는 운동을 하면 코르티솔이 연소되니까요.”

실제로 처치는 일과 후 아내에게 종종 언성을 높이는 사람에게 복싱이나 계단 뛰기를 처방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 추락하는 미끄럼틀에서 자신을 분리시키려는 반응을 보이는 세로토닌 추구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러한 유형은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 대처 능력이 아드레날린 중독자들보다 훨씬 취약할 수밖에 없다.따라서 구조화된 하루 일과를 플랫폼화하여 스트레스에 대한 면역력을 길러주어야 한다는 것이 처치의 충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밥 먹기 전에 아침 운동을 하라는 것이다. “아침 운동은 일종의 ‘시동 장치’입니다. 스트레스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인 셈입니다.”

어쩌면 뻔하게 들리는 처치의 충고가 모든 사람들에게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 생각지는 않는다. 하지만 식습관이나 운동 습관을 바꿔보는 시도는 해볼 만하지 않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이안 히키도 동의한 적이 있다.

“인간의 육체는 24시간을 순환하는 시계입니다. 이 생물학적 주기 시계가 잘 돌아가게 하려면 잘 먹고, 잘 자고, 개운하게 깨어나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운동은 이 모든 것의 보조제 역할을 합니다.”

처방 2 동료들을 통해 자부심을 키워라

지난 몇 년에 걸쳐 여러 번, 나는 직장을 잃는 꿈을 꾸었다. 매번 깨어날 때마다 여전히 급료를 받는 직장인이라는 상태에 대해 엄청난 안도감에 몸서리를 치고 몸을 뒤척이곤 했던 것이다. 8년 전 실직을 당할 뻔했던 일과 장래성 없는 일을 했던 경험으로 인해 나는 직업이 남성의 자아와 정체성에 얼마나 깊게 결부되어 있는지 직접적으로 알게 되었다.

어쩌면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신 건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또한 건강하지 못한 것이기도 하다.

사실 모든 자부심을 일이나 관계에서 찾으려고 하는 남성의 성향은 매우 위험하다. 겉으로 표현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많은 남성들이 실제로는 외부의 타격에 대해 쉽게 상처를 입기 때문이다.

우울증협회장인 고든 파커 박사는 그 예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 상태에서 부상으로 은퇴하게 된 운동선수들이나 혹은 성형 수술의 결과가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사람들을 언급했다.

“당신이 자부심을 어디에 쏟아붓든, 그것이 위협을 받거나 위협 당한다면 우울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따라서 최고의 행복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경우에서도 좌절하지 않을 수 있는 직업 또는 천직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천직을 단번에 찾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니 정신 건강도 재정적 포트폴리오와 마찬가지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가능한 한 자신의 자부심을 넓게 퍼뜨려 자신이 들인 시간과 노력의 투자를 다양화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당신에게는 다방면에서의 활동이 필요하다.

동료들에게 존경 받을 만큼 일을 하는 것 외에, 뛰어나게 잘하는 스포츠나 취미가 있거나, 자원 소방대나 봉사 활동을 통해 공동체에서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 바로 그런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유형의 활동을 추구하는 것은 사회적인 고립이나 우울증 같은 잠재적 취약성을 예방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사실 우리는 지인, 친구, 가족과 같이 주변 사람들의 작은 도움만으로도 그럭저럭 살아나갈 수 있다. 아니 실제로는 그 이상이다. 우울증의 초기 증상 발견에 중요성을 언급했던 이안 히키 교수는 그들이야말로 우리의 정신 건강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이며, 사회적인 지지자이며, 세상 어느 곳에서도 얻을 수 없는, 심지어 자신 스스로도 해주지 못하는 뼈아픈 충고를 해주는 고마운 관찰자라고 강조한다.

“우리가 인생에서 위험한 시기를 겪고 있을 때, 이 사람들은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훌륭한 삶의 기구이자 조력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전혀 다른 세계가 아닌 당신의 일상 가까이에서 먼저 찾아야 할 것입니다.”

최근 남성들의 문제는 학교를 떠난 후부터 사회와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길이 막힌다는 데 있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과거처럼 스포츠 동호회, 교회 또는 로터리나 라이온스 클럽 등과 같은 그룹의 일원이 될 확률이 낮다는 뜻이다. 이유는 당연히 일이 우리의 삶 전반을 지배한다는 데에 있다.

히키 교수는 해결책으로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직장이 제공하는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라고 권한다. 특히 여성과 교우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라면 더욱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스트레스 받는다고 괜히 상전벽해 같은 변화나 한적하고 고요한 황금빛 바닷가로 낙향하는 꿈을 꾸지는 마십시오. 고즈넉한 해안가나 휴양지에는 항우울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도시보다 훨씬 많으니까요. 은퇴는 죽음입니다. 끔찍한 생각이에요.”

내가 마지막으로 좋지 않은 일을 겪은 지 8년 후, 알게 모르게 정신적 방어물에 기대어 여기까지 왔음을 느낀다. 모든 이들이 함께 해나가는 일터에서 내가 즐기는 일을 하고 있고, 사랑하는 애인과 믿을 수 있는 친구들과 함께 하고 있으며, 최소한 ‘만족할 만한’ 실력의 농구와 드럼 같은 취미를 얻었다.

또한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자주 운동을 하여 숙면을 취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심지어 오메가3 캡슐을 복용하면서 마음의 회복력을 키우고 있다. 쉽게 말해 나는 지금 정신 건강을 위해 미국 대통령조차 숨막히다고 여길 만한 보안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할까? 인생에 또 한 번 박격포가 쏟아질 때, 나의 자부심을 넓게 퍼뜨려놓은 상태로 숱한 미사일을 느긋하게 맞이할 수 있을까? 그리고 사회적 네트워크는 내 정신이 포위되지 않을 만큼 풍부한 상태일까? 내 상태에 대한 답을 상담자인 빌헬름 박사에게 넘긴다.

“당신은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반드시 배워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폭음을 다시 시작하지 않는 겁니다.”

여전히 나는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제는 내 삶에서 지속되고 있는, 내가 얻은 모든 것들을 위해 어디쯤에서 멈출지를 알고 있다. 아니 솔직히 나는 알코올을 약점으로 취급하며 대항해 싸우려고 애쓰기보다는, 정신적 방어물의 최후의 보호장치로서 두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고통의 시기에 술병에 손을 뻗친다 하더라도 이내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이 코앞에 있다는 경고를.


마음의 회복력을 기르는 5가지 방법

  1. 결혼을 하라 뉴질랜드 오타고 대학교 연구자들이 세계 15개국, 3만4천493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결혼이 우울증과 불안감의 발생 위험을 줄여준다고 한다. 더불어 별거나 이혼, 동거자의 죽음이 정신 건강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2. 등푸른 생선을 먹어라 <정신치료와 심신의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체중 감량을 위해 오메가3 지방산이 적은 음식을 많이 섭취할수록 관상동맥의 심장질환은 물론 우울증의 위험이 높아졌다. 노르웨이 트롬쇠 대학교의 연구자들은 그 해결책으로 고등어나 연어 같이 등푸른 생선을 통해 오메가3를 섭취할 것을 권하고 있다. 생선이 보충제보다 혈액으로 더 잘 흡수되기 때문이다.
  3. 땀을 흘려라 미국 듀크 대학교 메디컬 센터의 연구자들은 주 3일 30분 걷기, 자전거 타기 또는 크로스핏 등이 항우울제인 ‘졸로프트’를 사용하는 것보다 우울증 치료에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4. 비난하지 말고 설명하라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긍정 심리학 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낙관적인 사람들은 문제에 봉착했을 때 다른 이들을 탓하는 대신 문제가 있는 곳에서 책임을 찾으며, 그 문제가 일시적인 것으로 곧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한다. 반면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은 나쁜 사건을 설명하기보다는 비난할 대상을 찾는 경향이 있으며, 해결되지 않는 반영구적인 문제로 보고 있다고 한다.
  5. 인격을 도야하라 <개인적 대응: 이론 연구와 적용>이라는 학술지에 실린 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위기를 도전으로 재정립하고, 그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행동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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