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농사꾼의 여름

손수 퇴비를 만들고, 휴무에는 논밭에서 일을 하고. 새벽에 모종에 물을 주러 봉소골에 가는 일들은 농부에게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도시 농사꾼의 여름-피트니스, 채식, 식단, 다이어트, 느리게, 농사, 건강 상식, 건강

“농사 짓는다고요? 진짜요? 대단하다!” 농사를 짓는다고 이야기하면 신기하다는 반응,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대단하다는 반응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논밭의 규모가 큰 것도 아니고, 초보 중의 왕초보라 모르는 게 아직은 더 많다.

삽질이나 호미를 쥐는 법도 서툴다. 특히 논일은 난생처음이라 논에만 가면 바보가 된다. 방법은 없다. 일단 해봐야 한다. 부지런히 돌보면서 경험으로 배우는 수밖에.

두 해째 농사를 짓고 있다. 물론 직장 생활을 병행하면서 힘겹게 말이다. 고백하건대 나는 직장을 오래 다녀본 적이 없다. 5년간 7번의 퇴사, 3번의 직업 전환. 다시 말해 대학 졸업 후 내 20대는 매 순간 도망칠 이유를 대던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 당시에는 현실에서 도망칠 궁리만 했다. 부끄럽게도 언론사 시험을 함께 준비했던 사람들 이름을 보는 게 싫어서 몇 년 동안은 뉴스와 신문을 보지도 읽지도 않는 지질한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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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다른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트코인, 승진, 결혼식장의 등급과 같은 이야기를 잔뜩 듣고 온 여름날 밤이었다. 가고 싶은 회사에 또다시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지원서를 냈던 그 밤이었다.

앞으로 나는 뭘 할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일단 나온 답은 ‘식食, 먹을거리’였다. 사람은 먹지 않고서는 살 수 없으니까. 그리고 나는 천성이 ‘먹보’였다. 마크로비오틱, 사찰음식 등 요리 수업을 꾸준히 찾아 듣곤 했다.

먹고 싶은 게 있으면 한 시간이 걸려도 가고야 마는 쓸데없는 의지가 있었다. 요가 덕분에 해온 채식 생활도 영향을 주었다. 특히 사라져 가는 토종 씨앗을 보존하는 일과 유기농법으로 기른 농산물에 대해 전부터 관심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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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사 먹자. 내가 먹을 건 내가 직접 생산해 보는 건 어떨까?” 자급자족의 삶을 살자고 다짐하고부터 ‘귀농, 귀촌, 농부, 청년 농부’ 등을 검색했다. 귀농의 행복부터 후회로 눈물짓는 사연들까지 다양했다. 결코 영화 <리틀 포레스트>나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일 수 없을 거라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는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귀농 운동’을 하는 곳을 발견했다. 2030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눈에 띄었다. ‘청년’이란 단어가 끔찍할 정도로 싫었지만 내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려는 나에게 블루베리나 아로니아, 수경재배나 스마트팜은 어울리지 않았다.

한 달간 총 네 군데의 농촌 마을을 다니며 여러 명의 귀농인들을 만났다. 언제든 그만두어도 괜찮으니 한 번 농사를 지어 보자는 결심이 절로 굳어졌다. 규모가 소소해도 괜찮고 망해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작년 여름의 모내기를 시작으로 지금도 봉소골에서 부지런히 몸을 쓰며 땅을 누비는 본격 ‘삽질’ 중이다. 현재 논 약 496㎡(150평)와 밭 약 230㎡(70평) 정도를 나를 포함한 세 명이 가꾸고 있다.

밭에는 토종 씨앗을 심고 논에도 토종 벼 4종을 심었다. 가을이 되어봐야 올해 농사가 풍년인지 아닌지 알 수 있겠지만 크게 욕심내지 않는 한에서 때를 맞추는 일만 집중하고 있다. 농사를 시작하고 나서 많은 것들이 변했다.

매 계절이 새롭게 다가온다. 주변의 작은 것에도 좀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비가 오는 걸 싫어하던 내가 비가 오면 하늘에 감사하다고 말하게 되었다. 작은 것에도 웃고 울고 살아오면서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많은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내 삶은 확실히 이전보다 더 풍부하고 즐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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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지어보고 싶다면?

무턱대고 시작하기에 걱정이 앞선다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봐도 괜찮다. ‘농사’라는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을 소개한다.

1 파릇한절믄이

서울시 마포구의 옥상텃밭 파릇한절믄이. 마포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건물 5층 옥상에 올라가면 텃밭이 펼쳐진다. 회원제이며 분기별로 가입 신청을 받는다. 월 1회의 정기 모임 외에도 자율 모임도 빈번하게 열린다. 문의 pajeori@naver.com

2 (사)전국귀농운동본부

1996년부터 생태 가치와 자립하는 소농을 기른다는 목표로 활동 중인 사단법인이다. 경기도 군포에 위치하며 논과 밭을 교육장으로 활용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25세부터 35세까지를 위한 ‘청년학교’나 여성이 모이는 ‘여성귀농학교’도 있다. 문의 031-408-4080, refarm.org

3 (사)텃밭보급소

텃밭 강사를 양성하기도 하고 생태 도시텃밭에서 실습 위주의 교육을 실시한다. 또한 토종 씨앗이나 상자텃밭을 보급하는 일도 하고 있으므로 상담을 받아 거주지 근처의 도시 텃밭을 안내 받는 것도 좋겠다. 최근에는 ‘서울토종학교’ 1기생을 모집하기도 했다. 문의 02-324-8180, dosinong.or.kr

4 퍼머컬처학교

퍼머컬처Permaculture란 자연에서 발견되는 패턴과 관계를 모방해서 지역에서 필요한 주거, 음식, 섬유, 에너지, 문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삶을 디자인하고 실천하는 철학이자 원리이다. 퍼머컬처의 원리에 따라 나만의 밭을 디자인해보고 싶다면 도전해보자. 문의 http://cafe.daum.net/Permaculture/DBVd/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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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우

한남동 서점 ‘스틸북스’에서 일하고 있는 전직 <맨즈헬스> 에디터. 장래 희망은 <인생 후르츠>의 츠바타 히데코 할머니이고 요가와 논밭 농사, 읽고 쓰고 공부한다. 서투르지만 부지런히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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