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통증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통증.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피하고 무력화시키려 애쓰면서, 그리고 그런 모든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면 견뎌내려고 애쓰면서 평생을 보내왔을 것이다. 물론 일부러 통증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부득이하게 마주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싸워서 승리를 쟁취해야 한다.

통증, 적과의 동침

통증은 어제 농구 시합 중에 시작되었다. 리바운드를 하려고 뛰어올랐다가 한쪽 발끝으로 착륙했고, 곧바로 뼈가 으스러진 것 같은 메스꺼운 고통이 따라왔던 것이다. “발걸음을 하나씩 떼어봐.” 팀 동료가 말했다. 잠시 망설였지만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맙소사! 다리 근육들이 찌그러짐을 느끼면서 그만 바닥에 풀쩍 주저앉아 버렸다. 조각조각 찢겨진 발목은 어느새 물풍선처럼 크게 부풀어올라 있었다. 해질녘이 되자 발목은 훨씬 더 크게 부어올랐다. 발끝을 간신히 디디면서 걸을 수 있을 정도였다. 마치 코끼리 다리 같이 부어오르는 상피병에 걸린 발레리나 신세라고 해야 할까?

새벽 4시, 결국 나는 남동생에게 응급실까지 데려다주든지, 아니면 차라리 죽여달라고 요청했다.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응급실 의사가 말했다. 고통스러울 거라고? 이미 내 입은 고통으로 일그러진 미소로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의사는 엑스레이로 찍은 사진을 면밀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부상이 왜 치명적인 통증으로 번질 수 있는지 설명해주었다. 그는 찢어진 힘줄과 인대를 보면서 깁스를 해야 하고, 그전에 우선 정강이뼈와 발이 90˚를 이루도록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예전에 읽었던 삼류 소설에는 고통이 심하면 사람이 의식을 잃기 때문에 고통을 제대로 느낄 겨를이 없다고 쓰여 있었다. 이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인가를 깨닫는 시간이 찾아왔다.

의사는 엄지발가락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격렬한 고통과 함께 까만 흑점이 시야에 가득 차는가 싶더니 이내 기절해버렸다. 갑자기 찾아온 자비로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간호사가 코밑에 갖다 댄 지독한 냄새가 나는 소금 때문이었다.

불과 몇 초 만에 극심한 고통이 기다리고 있는 현실로 소환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나머지 치료를 하기 위해서였다. 누구도 이러한 조치가 왜 필수적인지 설명해주지 않았다. 간호사는 눈꺼풀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나를 주시하고 있었고, 그사이 코를 막고 있던 소금은 빠져나갔다.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동안 누구도 통증을 적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통증에 대한 복잡한 생물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생애에서 통증이 맡고 있는 불가결한 역할에 우아함, 심지어는 미학까지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통증은 너무 끔찍하기에 경이로운 것입니다.

그렇게 엄청난 경고 신호가 있기 때문에 부상을 입은 부위를 편히 쉬게 하거나 치료를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통증을 겪는 동안 치료를 받고 있으니, 통증은 건강한 치유를 기원하는 구원자인 셈입니다.” 스탠퍼드 의학대학교 통증관리학과 교수이자 의학 박사인 션 맥케이Sean Mackey의 말이다.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과 마찬가지로, 통증은 근본적으로 따지자면 하나의 감각계이다. 즉 안구에 있는 ‘막대rod’와 ‘원추체cone’가 가시광선을 신경 신호로 바꿔놓는 것과 마찬가지로, 통증 역시 우리 내부에서 저절로 시작되어 몸체를 가로질러 통과하는 어두운 힘의 본질, 강도, 위치를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는 감각계인 것이다.

몸 전체에 걸쳐 존재하는 ‘통각수용기(특수화된 감각 세포)’는 살아가는 동안 부딪치게 되는 모든 위험에 반응할 준비가 갖춰져 있다. 행동으로, 감정적으로 얼마나 빨리 어느 정도 수위로 반응하느냐는 통각수용기가 최초로 발산하는 전기 신호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칼질을 하다가 손가락이 베였다고 하자. 그 순간 초속 20m의 번개처럼 빠른 신호가 척수 내에 즉각적인 반사를 일으키면서 근육이 움직여 손을 피하게 한다. 이런 작용은 통증이 뇌 처리 과정에 이르기 전에, 심지어는 통증을 느끼기 전에도 일어난다.

통각수용기가 발산하는 전기 신호가 뇌에 도달하려면 반드시 척수 내에 있는 뉴런 체인을 따라 위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각 뉴런 사이에는 ‘신경전달물질’이라고 하는 여러 가지 뇌 화학물질이 있다. 이 신경전달물질들은 짧은 간격으로 일정하게 분비되어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한다.

또한 신호 강도를 마치 볼륨 스위치처럼 강약을 조정한다. 이 신호가 뇌에 부딪치면 뇌는 신호의 고유 의미를 심화 처리하면서 통증이 어디에서 시작되어 들어오고 있는지, 그리고 통증의 성질, 강도, 심지어 통증이 유발하고 있는 통증의 질까지 파악해버린다. 또한 신경전달물질은 사고와 감정, 통증과 합쳐져 때로는 통증을 순화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더 심한 공포를 느끼게도 한다.

안타까운 점은 이렇게 훌륭하고 체계적인 인체 구조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항상 체계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사실 주위의 사례만 보더라도 통증이 엉뚱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얼마나 많은지 쉽게 알 수 있다. 비정상적으로 통증이 발생하면 삶에서 가장 필수적인 생존 도구는 의미 없는 고통 발생기로 전락하고 만다.

해결되지 않는 요통과 목통증, 전립선염으로부터 시작된 만성 골반통, 긴장성 두통 같은 것은 더이상 자기 보호와 적절한 치료를 경고하는 적절한 자극이 아닌 것이다. 몇 년 전 폭발물(IED)에 의해 팔과 다리가 절단된 군인이 잃어버린 부위에서 이따금씩 느끼는 통증이 과연 정상적인 경고 신호라고 할 수 있을까?

또 다른 예로 ‘맨온파이어 신드롬(man-on-fire syndrome, 손발이 붉어지면서 고통스럽게 화끈거리는 병)’처럼 손발이 화끈거리며 죽을 것 같은 고통을 유발하는 것은 통증 전달 신경에 인식된 일그러진 DNA의 나쁜 파편일 뿐이다.

“우리는 심각한 부상으로 고통 받은 사람들 중 약 10%가 지속적으로 통증을 느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런 만성 통증은 결국 지병으로 변하고 맙니다.” 맥케이 박사는 이런 일이 통증 신호가 척수로 지속적으로 전달되면서 발생하는 ‘와인드업wind-up’ 현상 때문이라고 말한다.

와인드업 현상이 너무 오랫동안 방해받지 않은 채 계속되면 중추 신경계는 자체적으로 ‘장기강화long-term potentiation, LTP’ 상태에 이른다. 런던 유니버시티 대학교 신경약리학과 교수인 앤서니 디킨슨Anthony Dickenson은 말한다. “‘장기강화’가 되면 척수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통증에 과민해집니다.

척수가 통증 자극을 실제보다 좀더 강한 ‘기억’의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현대 의사들이 수술 후 통증을 심각하게 생각하게 된 이유가 바로 이 ‘장기강화’ 현상 때문이다. 의사들은 ‘장기강화’를 예방하기 위해 통증 관리가 가능한 초기 상태를 유지시켜 통증의 만성화를 막는다.

물론 신체나 조직 상해에 따른 트라우마가 만성 통증의 유일한 도화선은 아니다. 통증 신호는 신경 자체의 손상에서 유발될 수 있다. 이를 통증 자극에서 시작되는 통증과 구분하여 ‘신경병증성 통증’이라고 부른다. 허리를 삐끗해 디스크가 돌출하면 다리로 가는 신경이 눌려 발생하는 좌골신경통이 한 예다.

외과수술 중에 잘못해서 신경이 압박 받으면 수술 후유증으로 인한 통증보다 훨씬 더 큰 통증이 유발되는 것도 같은 경우다. 이외에도 또 하나의 만성 통증 유발 요인이 있다. “전신에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섬유근육통증’과 같은 질환인데, 이 통증은 조직이나 신경에 뚜렷한 손상이 없습니다.” 디킨슨 교수의 말이다.

진단할 수 있는 질병이나 눈에 드러나는 부상이 없다면 누군가가 겪고 있는 고통의 진위를 의심하기 쉽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통증의 원인과는 상관없이 주관적인 경험이라고 배운다. “전문가들이 통증을 잘 몰라서 과장하는 게 아닙니다. 저는 강의에서 종종 ‘뇌에서 처리되기 전까지는 통증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어떻게 뇌에서 처리되는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통증은 그 자체가 실제의 고통이니까요.” 미국 통증의학 미국학회 전 회장이자 치과 의사이며 의학 박사로서 현재 장기 통증을 연구하고 있는 J. 데이비드 하독스David Haddox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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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제,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

오른쪽 고환이 욱신거렸다. 이 통증은 탈장 수술을 받고 난 2주 후부터 시작되었다. 탈장 수술을 마친 뒤 고유 시술로서 드롭킥(dropkick, 공을 땅에 떨어뜨려 튀어오를 때 차는 미식축구 기술) 방식으로 가랑이를 차였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 느끼고 있는 아픔은 전혀 달랐다.

마치 실로폰 연주자가 실로폰채로 고환을 가볍게 ‘탱’ 치는 것과 같은 낮은 강도의 찌릿한 통증이 꾸준히 느껴졌다. 통증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없었다. 오히려 어찌나 반복적이던지 통증이 올 때마다 물고문을 받는 것처럼 숨이 막혔다. 한동안은 이 고문이 곧 멈출 것이라며 애써 이성적으로 생각하려 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비이성적인 희망에도 못 미치는 것이었다. 고환이 깨질 것 같은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일주일을 보낸 후, 결국 탈장을 고쳐주었던 외과 의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외과 의사는 증상 몇 가지를 듣더니 몇 초간 침묵을 지켰다. 그의 짧고도 긴 침묵은 이 현상에 대해 외과 의사가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는 내 증상을 사실 그대로 진지하게 듣더니 간혹 탈장 수술 이후 상처가 아물면서 신경이 상처 조직에 의해 ‘눌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상처 조직 사이에 눌린 신경에서 보내는 통증 신호는 뇌에서 마치 고환에서 오는 것으로 해석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 고환이 반대쪽 고환과 마찬가지로 건강한 상태에 있으며 결코 떨어져나갈 위험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경이 되돌아올 때까지는 망치로 가볍게 두들기는 것 같은 증상이 계속될 거라고 말했다.

“통증은 결국 없어질 겁니다”라고 외과 의사가 말했다. “그때가 언제인가요?” 내가 물었다. 그는 다시 한 번 우물쭈물 주저했다. “잠깐의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그가 대답했다. “여러 주가 걸리나요?” 나의 질문에 그는 “아마도 수개월이 걸릴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더니 말을 덧붙였다. “어쩌면 훨씬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네요.” 짐작컨대 외과 의사의 대답은 전문성이 없었다. 왜냐하면 12개월이라도 충분히 ‘훨씬 오랜’ 기간에 해당되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세상에는 저마다 고통의 방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충격적일 만큼 어마어마하게 많다. 지난 2011년, ‘미국 의학연구소Institute of Medicine, IOM’는 거의 1억 명에 육박하는 미국 성인들이 만성통증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만성통증 환자에게 있어 육체적 통증은 여러 가지 심리적인 병의 근원이 되고 있다.

2006년에 ‘미국통증재단American Pain Foundation’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오피오이드(Opioid, 진통제의 일종)’를 복용하고 있는 만성통증 환자의 77%가 우울함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또한 만성통증 환자의 86%는 통증으로 인해 수면을 방해받고 있다고 한다. 한편 미국 의학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건강관리 비용과 생산성 유실과 관련하여 한해 미국 성인들이 만성통증으로 인한 비용이 574조원에서 최대 651조원에 이른다고 못박았다.

물론 통증이 단지 금전적 손실과 관련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통증이 거대한 이윤 창출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전망에 현혹되는 소비자만큼 손쉬운 먹잇감이 어디 있겠는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내 오피오이드 진통제 판매량은 1999년에서 2010년 사이에 네 배가 되었다.

오피오이드 진통제 같은 의약품으로는 ‘모르핀Morphine’과 모르핀 제약회사에 의해 제조된 유사 의약품인 ‘바이코딘Vicodin’, 그리고 일명 ‘힐빌리 헤로인Hillbilly Heroin’이라고 불리는 ‘옥시콘틴OxyContin’ 등이 있다.

병원에서 처방하는 마약성 진통제의 출시는 분명 미국인들에게 큰 타격을 주었다. 질병통제예방센터는 2010년을 기준으로 만 12세 이상의 미국인 20명 중 한 명이 비의학적인 이유로 처방 진통제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결과는 세상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조사에 따르면 진통제 과다복용 사망자 수는 1999년 4,000명에서 11년 후 1만 6000명 이상으로 급증했으며, 현재는 처방 의약품이 헤로인과 코카인 혼합 의약품보다 더 많은 사망자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남성들의 사망률은 265% 뛰어올랐으며, 여성들의 사망자 역시 이 뒤를 바짝 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통계에서도 처방 진통제로 인한 남성 사망 가능성이 여성보다 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양심적인 제약회사 대표에서부터 환자 건강보다는 이윤을 중시하는 공격적인 제약 마케팅과 약을 처방하는 의료진, 그리고 서슴없이 약에 의존하는 환자에 이르기까지 이 통계 결과에 대한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호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책임이 명명백백하게 이들에게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바이코딘 처방전을 요구할 만큼 다루기 힘든 통증을 겪고 있는 환자들을 그 누가 비난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이 환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직접 목격한다면, 그래서 때때로 환자들의 간청에 굴복하고 마는 마음이 여린 의사들을 그 누가 비난할 수 있겠는가? 의사와 환자 양쪽 편에서 볼 때, 행동을 취하는 것은 윤리적인 의심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실제로 악한 행위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음성적으로 돌고 있는 약물의 특성은 더욱 불분명하다. 19세기가 끝날 무렵 양귀비에서 합성한 첫 번째 진통제, 모르핀은 1830년대에 이르기까지 미국에서 대량생산되었다. 피하 주사기는 1855년에 이르러서야 새로 발명되었는데, 이 피하 주사기는 절박한 상황에 처한 환자들에게 즉각적인 통증 완화 효과를 선사했다.

당연히 그중 일부 환자들은 중독 상태까지 이르고 말았다. 인체의 뇌와 척수는 전체적으로 뉴런으로 이어져 있다. 뉴런에는 마약성 진통제와 결합하는 특수 수용체가 있는데, 모르핀은 바로 이 수용체와 결합하여 활성화된다. 여기서 말하는 특수 수용체란 우리 인체 내에서 자연적으로 생산되는 엔도르핀(엔도르핀Endorphin은 ‘내재성Endogenous’과 ‘모르핀Morphine’의 축약어)이다.

엔도르핀은 일종의 생화학적인 작용점이다. 양귀비가 발견되기 훨씬 전 우리의 조상들이 장시간의 육체적 노동 끝에서 묘한 행복감을 느꼈다. 이는 오늘날 러너들이 말하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끝에 오는 환희와 유사한데, 그 근원이 바로 엔도르핀인 것이다.

오늘날 모르핀과 유사한 약물들은 지속적으로 개발되어 새롭게 출시되고 있다. 여기에는 옥시콘틴과 같이 이미 잘 알려져 있거나 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마약성 진통제들이 포함되어 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소속 전문가들의 권고를 무시하고 ‘조하이드로Zohydro’를 승인하는 문제로 비난을 받았다.

조하이드로는 단시간에 작용하는 바이코딘의 두세 배 효과를 가진 진통제로 ‘하이드로코돈Hydrocodone’의 신형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내게는 하이드로코돈이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하이드로코돈은 언제나 기대 효력 이상으로 작용했다.

최악의 통증을 완화시켜주곤 했지만 메스꺼움, 반 인사불성, 변비를 함께 수반했던 것이다. 또 하이드로코돈이 고도의 행복감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런 기분을 느껴본 적이 없다. 이런 이유로 나는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진통제로부터 내 자신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피오이드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천차만별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졸음을 느끼거나 메스꺼워하거나 멍해 합니다. 하지만 또 다른 이들은 따뜻하고 보송보송한 행복감을 느낀다고들 합니다. 개인적으로 의사들이 이러한 다양한 반응에 눈뜨고 환자들에게 그 다양한 반응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야기를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타 대학교의 교수이자 통증 연구자인 신경과학자 마이클 매킨토시Michael Mckintosh의 말이다. 진통제의 부작용으로는 누가 중독에 취약할지 예측할 수 없다. 단지 진통제를 복용하여 점차 약물을 선호하는 기호를 갖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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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어금니 부근에 불쾌감을 느낀 것은 딱딱한 프레첼 한 박스를 다 먹어치운 직후였다. 욕실 거울에 비춰보았으나 확실하게 보이는 것은 없었다. 쿡쿡 쑤시는 것이 불편했지만 신경 쓰지 않고 애써 잠자리에 들었다. 통증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한물간 여가수의 노래처럼 어금니는 더 큰 불협화음을 내기 시작했다. 결국 새벽 2시에 잠에서 깨어 ‘이부프로펜Ibuprofen’ 두 알을 복용하고 다시 잠을 청했다. 하지만 새벽 5시에 통증이 심해져 다시 잠에서 깼다. 어금니에서 익룡이 울부짖는 것 같은 ‘끼익’ 소리가 났다.

더 많은 약과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는 통증, 그리고 불면이 이어졌다. 날이 밝자마자 치과 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곧바로 달려가겠다고 외쳤다. 치과 의사는 가장 이른 시간이 주말이라고 말했다. 이틀을 기다리는 동안 치아 고통은 점점 더 심해져갔다.

내 인생의 재산인 친구와 가족에 대한 사랑, 사회적 야망, 스포츠에서의 승리, 과거에 대한 기억, 미래에 대한 꿈이 통증을 일으키는 치아의 작고 까만 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나는 통증을 가라앉히려고 구할 수 있는 모든 진통제를 혼합했다.

이부프로펜, 아스피린, 아세트아미노펜Aacetaminophen, 여기에 몇 년 전 아내가 제왕절개수술을 할 때 먹었던, 이미 유효기간이 지난 코데인Codeine을 입에 털어 넣었다. 더불어 최소한 잠이 들면 통증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감기약과 수면제로 통증을 씻어버리려 했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날 밤 어둠 속에 누워 생각했다.

지끈지끈 아픈 치아를 가진 사람은 결코 오래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닉 놀테Nick Nolte가 영화 <어플릭션Affliction>에서 했던 것처럼 약간의 위스키와 펜치 한 자루의 힘을 빌려 이를 뽑아볼까 생각도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차라리 덜 고통스러울 것 같았다. 분명 고통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음날 치과 의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예약 한 건이 취소되었다는 것이다. 쏜살같이 치과로 달려갔다. 치과 의사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엑스레이를 찍기도 전에 잇몸에 노보카인Novocain(국소마취제) 주사를 놓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통증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 묘한 황홀감이 밀려들어 맥을 놓고 말았다. 마치 내가 약물을 주입 받았다기보다는 신의 손길에 닿은 느낌이었다. 치과 의사는 곧 어금니 뿌리로 이어지는 모든 길목에 가늘게 금이 간 균열을 찾아냈다. 그리고 이 균열을 통해 세균이 존재하지 않는 영역 깊이 침투하는 바람에 엄청나게 큰 종기가 돋았다고 말했다.

이후 치과 의사는 한 시간에 걸쳐 좀처럼 통증이 가시지 않는 치아와 씨름을 했다. 하지만 치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격투가 길어지자 치과 의사는 노보카인 주사를 다시 놓아 마비가 계속 이어지게 했다. 의사의 고독한 싸움이 길어지면서 끔찍한 냄새가 방 전체에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치과 의사에게 이제껏 알고 지낸 그 어느 사람에게도 느낄 수 없었던 깊은 애정을 느끼게 되었다. 또한 그처럼 끔찍한 구취를 수반하는 업무를 계속해내고 있는 치과 의사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꼈다. 서서히 내게도 동녘의 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악취는 치과 의사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원래 내게서 풍겨 나오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치과 의사는 끊임없이 치아를 끌어당겼고, 마침내 악마와도 같은 치아가 ‘뽕’ 하고 튀어나왔다. 한줄기 구원의 빛을 받으며 치아 밑에 자리 잡고 있던 부패함이 드러난 것이다. 절체절명의 고통 속에서 구사일생으로 구원을 받은 이 느낌을 과연 평생 어디에서 또 느낄 수 있겠는가! 지난 5년 사이 연구자들은 통증 생리학에서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던 여러 생화학적 복잡성을 풀어냈다.

그 결과 지금껏 없었던 놀라운 잠재력을 가진 진통제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부작용이 거의 없고, 의존성 위험도 적은 그래서 근래에 각광받기 시작한 통증 방지제가 그것이다. “통증에 대한 연구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만성질환이 고착되지 않도록 막는 방법이 등장하고 있으며, 안전하면서도 효과가 좋은 진통제가 개발되고 있으니까요.” 디킨슨 박사의 말이다.

그 한 예가 매킨토시 박사에 의해 ‘마법사의 모자Magician’s Cone’로 명명된 ‘지코노타이드Ziconotide’라는 진통제이다. 지코노타이드의 주성분은 바다 달팽이 독 속에 있는 활성성분이다. 바다 달팽이는 물고기에게 독을 주입하여 마비시키는데, 이는 활성성분이 신경근 접합부에 있는 칼슘 통로를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 좋게도 인체는 물고기와 달리 운동신경이 통증과 분리된다. 쉽게 말해 지코노타이드를 척수에 주입하면 사람의 행동 능력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통증 신호가 뇌로 전달되는 것만 막는다는 뜻이다. “지코노타이드의 효력은 모르핀보다 1,000배나 높습니다.

하지만 이는 내성과 중독성을 낮춘, 정제된 모르핀과 비교한 수치일 뿐입니다.” 매킨토시 박사의 말이다. 지코노타이드는 분명 안전성과 효과를 동시에 충족하는 뛰어난 진통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존재가 오피오이드 같은 기존 진통제에 대한 수요를 줄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매킨토시 박사는 지코노타이드의 ‘이동성’에 결함이 있다고 말한다. 지코노타이드를 알약으로 복용하면 활성성분이 혈류로 흘러들어가기 전에 소화계에서 소멸된다.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활성성분의 분자가 척수를 보호하는 장벽을 가로질러 넘어가야 하는데, 피하주사 조차도 그 벽을 넘기가 어렵다. 현재로서는 척수에 직접 주입하는 것만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지코노타이드가 대중화되려면 달팽이의 속도만큼이나 진득하게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통증 해소에 대한 갈망을 자극하는 연구 결과는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발표되고 있다.

그중에는 남성 만성통증의 주요 원인에 대한 소식도 있다. 최근 오스트레일리아 연구진은 남자들의 13명 중 1명이 하부요통으로 고통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급성 하부요통인 경우 4명 중 3명은 수개월 만에 해결되었다는 결과도 함께 발표되었다.

그러나 현재 고통을 느끼는 당사자에게 수개월은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그들은 즉각적인 통증 완화를 원하며, 동정심 많은 의사들은 그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기 일쑤다. 지난해 <미국의학협회 내과학 저널JAMA Internal Medicine>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1년 동안 급성 하부요통에 대한 마약성 진통제 처방이 44%나 증가했다고 한다. 그에 대한 엄격한 지침이 존재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놀랄 만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불행하게도 아직까지 자연적인 치료 과정으로는 모든 통증을 완화시켜줄 수 없다. 그리고 통증을 떨쳐내지 못해 움츠리고 사는 사람들은 점점 더 처절한 지옥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통증이 만성이 되면서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운동을 할 수 없으며, 숙면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는 것이다.

만성통증 환자의 일부 중에는 수년간 통증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오랫동안 만성통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에게 누그러질 때까지 참고 견디라고 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처방일 것이다. 만성하부요통이 있는 사람들 중 약 40%는 ‘헤르니아 디스크Herniated Disk’로 인해 구조적으로 척추에 이상이 있다고 한다.

클라우스 마니체Calus Manniche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이러한 척추의 퇴행성 변화가 세균이 침투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첫 번째 연구에서 척추의 퇴행성 변화와 만성요통이 있는 환자들 중 거의 절반이 ‘프로피오니박테리움 아크네스Propionibacterium Acnes’에 의해 감염되었음을 알아냈다. 더불어 이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만성 감염과 부종의 원인도 바로 거기에 있음을 밝혀냈다.

‘프로피오니박테리움’에 대한 정체는 마니체 박사 연구팀의 연구가 시작된 이후인 2013년 <유럽 척추 저널European Spine Journal>을 통해 밝혀졌다. 오랫동안 요통이 있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연구해오던 덴마크 남부 대학교의 연구센터 연구진들이 프로피오니박테리움이 여드름을 유발하는 것과 동일한 세균임을 알아낸 것이다. 마니체 박사 연구팀은 두 번째 연구를 시작했다.

6개월 이상 하부요통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 162명을 모집한 후 무작위로 두 집단을 만들었다. 그런 다음 100일이 넘는 기간에 걸쳐 한 집단에게는 매일 가짜 약을 먹이고 다른 집단에게는 매일 항생제를 먹게 했다. 치료 기간이 끝나자 상당히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

항생제를 먹은 집단이 가짜 약을 먹은 집단에 비해 통증, 장애, 결근 등 모든 결과 측정에서 통계적으로 개선된 지표를 보인 것이다. 심지어 치료 후 1년간의 사후조치까지 이뤄진 뒤의 결과는 더욱 놀라웠다. 항생제 치료를 받은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훨씬 건강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마니체 박사 연구팀의 두 가지 연구 결과가 처음 발표되었을 때 노벨상에 거론되던 수많은 외과 의사들을 비롯하여 전 세계의 신경과 전문의들 사이에서는 엄청난 파장이 일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연구자들이 결과 해석에 주의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마니체 박사의 연구가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되기 전인 예비연구의 결과이기에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이 견해에 대해 마니체 박사도 동의한다.

“저는 아직도 당시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는 오직 1~3년 동안 심하게 요통을 앓아왔던, 다른 치료방법들은 아무 소용이 없었던 그리고 정확한 검진 결과 척추 퇴행성 변화를 일으킨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불과합니다.”

마니체 박사도 인정하는 것처럼, 항생제 치료가 허리를 쥐어짜는 통증을 느끼는 모든 남성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더 큰 규모의 연구가 반복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다행히 현재 영국과 노르웨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요통 치료 항생제의 효능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중이다.

만약 이들 연구에서도 효과가 나타난다면 항생제가 과연 어떤 환자에게 효능이 있는지에 대한 좀더 확실한 결과가 제공될 것이다. 이러한 연구가 계속되어 예비연구 결과를 지속적으로 뒷받침해주게 된다면 5년 이내에 항생제가 만성요통의 치료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통증에 대한 공포, 마음먹기 나름이다

눈이 멀기 시작했던 그날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고등학교 수업시간에 벌어진 일이다. 선생님이 ‘율리우스 카이사르Julius Caesar’로 시작되는 문장을 큰소리로 읽으라고 말했다. 아무리 훑어봐도 문장을 찾을 수가 없었다. 너무나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눈을 질끈 감고 머리를 흔든 후 가느다랗게 눈을 떠보았다. 안 보이던 글자 몇 개가 시야에 들어왔다.

하지만 수많은 글자들이 사라지는 찰나에 보였던 글자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초승달 모양의 빛에 의해 흐려졌다. 글자들은 아주 작게 축소된 번갯불처럼 보이더니 페이지 위에 지그재그 형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이내 한 개의 맹점으로 모였다. 맹점 주변의 왼쪽, 오른쪽, 위쪽, 아래쪽은 까맣게 변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한줄기 섬광이 터널을 통과하는 것을 보는 기분이었다. 다시 재촉하는 선생님에게 우물쭈물 말했다. “죄송합니다. 단어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선생님이 이러한 엉뚱한 변명에 노발대발한 것은 이후에 벌어진 일에 비하면 아주 사소했다. 30분 후에 번갯불이 약해지고 주변은 다시 환해졌다. 하지만 잠시였다.

시각을 되찾자마자 곧바로 오른쪽 눈 뒤로 통증이 강하게 밀려왔다. 관자놀이까지 이어진 철로를 따라 증기 기관차가 순식간에 돌진해 들어오는 것 같은 통증이었다. 내 인생에서 최악의 두통이 6시간 동안 계속된 후, 구토를 심하게 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듣게 된 의사의 진단은 편두통이었다. 의사는 앞으로 내가 극심한 편두통으로 고통 받는 남성 6% 중 한 사람이 된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시각장애인이 되거나 뇌종양만큼 절체절명의 위기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극심한 편두통에 시달리면서 병증의 종류와 상관없이 나 같은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또 있는지 궁금해졌다. 특전사 군인이 해병대나 특공대 군인을 한 수 아래로 생각하며 최고로 힘든 과정을 겪고 있음을 드러내고 싶은 심정이랄까? 과학자들은 절대적인 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통증은 사람마다 각기 개별적으로 그리고 너무나 독특한 방식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같은 병증을 앓는 사람의 경우조차 완전히 동일한 통증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맥케이 박사는 이러한 천차만별의 통증을 사랑 또는 공포와 같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각 개인은 통증을 다른 방식으로 인지합니다.

이러한 차이는 궁극적으로 뇌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 견해의 관점에서 맥케이 박사와 연구팀은 뇌의 ‘오른쪽 측면 안과 전두 피질’ 내에 통증에 대한 두려움이나 공포와 관련된 영역이 자리 잡고 있음을 발견했다. 맥케이 박사는 말한다. “불안과 우울함으로 인해 통증이 더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통증에 고통 받는 사람들의 불안은 뇌의 편도체를 활성화시킵니다. 편도체는 투쟁 또는 도주의 반응에 즉각적으로 응할 수 있도록 우리 몸을 긴장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몸이 경직되면서 통증이 증폭됩니다.” 편도체가 활성화되면 심박동수가 증가하고, 근육이 수축된다. 이 과정에서 화학물질이 분비되어 주변부위가 매우 민감해지며, 그로 인해 작은 통증에도 큰 고통을 느끼는 상태가 된다. 하지만 뇌에게 책임이 있다고 해서 너무 탓할 일만은 아니다.

“통증을 인지하는 궁극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 뇌라는 뜻은 반대로 뇌가 통증을 통제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언젠가는 뇌가 통증을 줄여주는 데 효과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맥케이 박사의 연구를 뒷받침하듯 항우울제와 일부 항간질 약물들은 우울증이나 간질이 없는 환자에게 효과적인 진통제로서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이 약물들의 역할 중 일부는 통증 신호가 뇌로 전달되는 것을 약화시킨다. 예를 들어 ‘심발타Cymbalta’ 같은 항우울증제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의 분비량을 촉진시켜 고통을 줄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발작을 예방하는 데 사용되었던 ‘리리카Lyrica’와 ‘뉴론틴Neurontin’은 칼슘 통로에 작용하여 통증 신호 흐름을 누그러뜨린다고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통증을 연구하는 생화학 분야에서는 이 같은 약물에 반드시 긍정적 측면만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는 점은 주지할 필요가 있다. 항우울제나 항간질 약물 사용에는 분명 주의가 필요하다. 그런데도 맥케이 박사는 불안을 감소시키는 약물이 통증 치료에서 중요하다고 말한다. 통증 치료에서 통증 주기와 통증에 대한 공포를 없애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맥케이 박사 연구팀은 그들이 연구하고 있는 활성 영역이 ‘최악의 고통’을 관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연구팀은 활성 영역의 통증에 대한 반응을 크게 세 가지로 보고 있다. 하나는 ‘이건 정말이지 너무 아파’라는 ‘부정적인 증폭’이다. 또 하나는 ‘이 상태는 결코 호전되지 않을 거야’라는 ‘되새김질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내 통증에 대해 어떤 방법을 취하기에는 너무나 무력해’라는 ‘통제력 상실’이다. ‘최악의 고통’에 대한 기억은 통증이 왔을 때 빠르고 적확하게 대처해야 함을 미리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맥케이 박사는 예방적인 역할에 대해 과도하게 민감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환자들은 인지 행동 요법이나 스트레스 감소법을 통해 민감하게 느껴지는 통증을 다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지행동치료는 통증을 재구성하도록 도와줍니다. 지금껏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통증이 어두침침하고 해로운 것으로만 보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세상만사가 마음에 달려 있다고 한다. 통증도 생각하기 나름이다.

삶과 함께 통증도 흘러간다

모든 남성들의 삶에는 작다고 하기에는 좀 버거운 수많은 통증들이 끊임없이 파고든다. 대부분은 운동 이후에 나타나는 관절 및 근육의 통증이며, 가슴통증, 속쓰림, 코막힘, 숙취 증상과 같이 훨씬 약한 것들도 있다. 이런 증상들은 대개 일반 의약품 및 처방 의약품만으로도 해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어두운 방 안에 누워 있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편두통처럼 어떤 것으로도 통제하기 힘든 통증들도 있다. 내 경우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이 덜 고통스럽게 느껴졌고, 일상에 대한 타격도 점차 줄어들었다. 추측해보면 통증 전달 신경이 무뎌졌거나 통증을 증폭시키는 불안감과 공포가 줄어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이 단순히 통증이나 통증 전달 과정이 약해졌다기보다는 고통을 이겨내는 현명함이 늘어났다고 믿고 싶다.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Lawrence of Arabia>에서 로렌스가 불붙은 성냥을 손가락 끝으로 끄는 장면을 동료 군인이 따라 하지만 손가락만 촛불에 그슬리고는 울음을 터뜨리며 말한다.

“제기랄! 상처 날 뻔했어!” 그에게 로렌스가 말한다. “당연히 아프겠지.” 군인이 묻는다. “잘하는 방법이라도 있어?” 로렌스가 대답한다. “잘하는 방법은… 아프든지 말든지 신경을 쓰지 않는 거지.” 사실 돌이켜보면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수많은 통증들은 우리에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동시에 너무 지나치게 신경 쓸 필요도 없다고 가르쳐주었다.


통증 부위에 얼음 대기

어째서 통증 부위는 반드시 전형적인 저온 치료법으로 식혀야 하는가?

스포츠를 하다가 입은 부상으로 고통을 느끼는 남자들에게는 자동적으로 얼음을 대주기 마련이다. 베테랑 스포츠 트레이너인 게리 레이늘Gary Reinl은 이것이 매우 잘못된 조치라고 말한다. 얼음으로 차게 식히다니! 이것은 착각에 불과한 치료 옵션이다. 레이늘은 얼음을 대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임상학적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얼음을 대는 것은 단지 염증이나 부종이 생기는 것을 지연해주는 것에 불과합니다. 조직들이 다시 따뜻해지면 염증이 재발하면서 일정량의 액체가 손상 부위로 모이게 됩니다. 하지만 얼음을 대면 일시적으로 통증이 완화될지는 몰라도 마비가 일어나 몸에 해로운 움직임에 경계할 수 있게 하는 보호 신호를 차단시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떻게 해야 할까? 레이늘은 통증을 관찰하고, 그로 인해 행동반경이 어디까지 제약 받는지 파악하여 그에 맞게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부종을 가라앉히고 ‘마이오카인Myokines’ 분비를 도와 치료에 수반되는 최악의 고비와 타협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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