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데이트에서 바라는 작지만 큰 것

생각에 골똘해 있는 남자가 섹시하게 보이는 이유가 뭘까?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계획을 세우는 중이기 때문이야!” 데이트를 원하는 남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그녀의 속마음. 〈맨즈헬스〉의 글로벌 자문가인 로렌 라슨Lauren Larson이 아무 생각 없는 남자들에게 뼈 때리는 조언을 한다.

그녀가 데이트에서 바라는 작지만 큰 것-파티, 잠자리, 인스타, 오르가슴, 연애, 섹스 토이, 섹스, 불꽃, 남여

머리끝이 쭈뼛쭈뼛 선다. 엉덩이에 힘이 빡 들어간다. 팔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누구라도 긴장하게 만드는 질문이 있다.

운전 중 갑자기 경찰이 차를 세운다. “방금 시속 몇 킬로미터로 달렸는지 아십니까?” 계산대 앞에서 점원이 말한다. “신용카드 결제가 안 되는데요?” 애인에게 전화가 온다. “이야기 좀 하고 싶은데 오늘 시간 돼?”

그런데 듣는 순간 아예 마음을 닫아버리게 만드는 질문이 있다. “우리 또 언제 볼까요?”

그녀가 ‘No’라고 말하는 이유

지난해 연말, 정말 마음에 쏙 드는 남자와 데이트를 했다. 단번에 통했던 우리는 첫 데이트에서 바로 술을 마셨다. 그리고 다음날 그에게서 문자가 왔다. “우리 또 언제 볼까요?” 이때까지도 괜찮았다. 나한테 관심 있다는 걸 이렇게 직접 표현하는 게 꽤 귀엽고 좋았다.

그래서 다음 주 화요일에 시간이 된다고 했고, 저녁을 먹기로 했다. 두 번째 데이트 후 그는 또 문자를 했다.“우리 또 언제 볼까요?” 조금 묘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내, 돌아오는 주말에 약속이 없다고 답장했다.

그랬더니 “좋아요! 그럼 우리 이번 주말에 뭔가 해요”라는 답장이 돌아왔다. 닭살 돋을 정도로 알콩달콩한 드라마를 즐겨 보며 자라온 나다. 그래서 이색적인 데이트에 대한 로망이 있다.

만나서 술 마시는 데이트는 숱하게 겪었기에, 언젠가부터 새로운 상대를 만나면 뭔가 이벤트를 기대하기 시작했다.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며 사랑한다고 외쳐주는 남자까지는 아니더라도 ‘데이트 어땠냐’, ‘뭐했냐’는 친구들의 질문에 좀 신선한 대답을 할 수 있을 정도면 된다.

불법적인 것만 아니라면 데이트 상대가 제안하는 ‘그 어떤 것’도 같이 해 볼 생각이 있다는 뜻이다. 이벤트성 데이트는 막상 그 이벤트(이벤트란 게 웬만해선 다 별로지 않나?) 자체보다 누군가 나를 위한 계획을 세웠다는 사실 자체가 훨씬 더 신나고 스릴 있다.

본능적으로, 천부적으로 날 때부터 이 같은 계획을 짜는데 천재적 소질을 보이는 남자들이 있다. 이 남자들은 보통 본인에게 아주 과분한 상대를 만나 결혼까지 골인한다. 하지만 나의 ‘썸남’은 그 어떤 것도 전혀 계획하지 않았다.

그저 나를 만나는 것만이 계획이었던 것 같았다. 데이트 계획 세우기에서 가장 쉬운 부분인 시간 정하기만 담당했을 뿐, 실제 계획 세우는 일은 도통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사실 데이트 계획을 누가 정하느냐는 작은 전쟁이라 할 수 있다.

두 사람 중 한 명이 죽을 때까지 서로에게 떠넘기는 끝나지 않을 전쟁 말이다. 그래서 그냥 한 수 접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 답장을 보냈다. 박물관 가기, 코미디 연극 보러 가기, 동물원, 사우나 등등. 답을 모르는 학생에게 대놓고 답을 알려주는 수학 선생님이 된 기분이었다.

“2 더하기 2는 4일까, 40일까 아니면 400일까?” 굳이 다른 게 있다면, 내가 낸 문제는 틀린 답이 없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내 쪽에서 먼저 포기하고 영화 〈겨울왕국〉을 보고 저녁을 먹자고 했다.

다음날 그에게서 다시 문자가 왔다. “우리 또 언제 볼까요?”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앞으로 계속 바쁠 것 같다고 답장했다. 이 남자 전에 만난 남자. B라고 하자. B 역시 이 ‘썸남’처럼 계획을 세우는 데는 정말 ‘꽝’이었다. 이런 남자들만 연달아 만나니 일찌감치 차갑게 퇴짜를 놓은 것이다.

B는 어땠냐고? 어느 레스토랑을 갈지 고르라고 했더니 “네가 근사한 곳 많이 알잖아”, 설거지 좀 도와 달라는 말에는 “난 설거지할 때마다 매번 그릇을 깨” 하며 순수한 미소를 짓는 느낌이랄까? 좋은 데이트는 뻑적지근하게 상을 차리는 것이 아니다.

집에서 늘어진 파자마를 입고, 중국 음식을 배달시켜 소파와 일심동체인 상태로 넷플릭스를 볼지라도 사전에 계획된 것이라면 충분하다. 그런데 이들과 데이트를 할 때면 항상 내가 다 하는 느낌, 그리고 모든 책임이 내게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하나하나 모든 걸 내가 관리하다 보면 결혼도, 신혼여행도, 자녀 양육도, 그냥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내가 알아서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러다가 20년 정도 흐르면 다 포기하고 백기 들고 도망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녀에게 ‘Yes’를 끌어내는 방법

요즘 우리 여자들은 ‘정신노동(mental labor)’을 자주 언급한다. 남녀 관계에서 눈에는 보이지 않는 정신적 노동을 말하는데,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피로도가 더 심해진다.

이 용어는 수전 월저Susan Walzer가 1996년 〈사회 문제Social Problems〉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 처음 등장했다. 논문은 자녀 양육에서 남성과 여성의 정신노동이 어떻게 다른지를 분석했다.

그리고 정신노동을 ‘걱정’, ‘정보 처리’, ‘분업 관리’의 세 가지로 분류했다. 논문에 따르면 오늘날 사회는 여성들에게 항상 아이들에 대해 걱정해야 하며, 아무 걱정을 하지 않으면 본인이 나쁜 엄마라고 인식하도록 프로그램화해 놓았다고 한다.

반면 남자들은 웬만해서는 걱정을 잘 하지 않고, 걱정하는 것과 양육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남자들은 걱정을 잘 안 한다는 이 사실 때문에 어쩌면 여자들이 더 걱정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또 여성들은 어떤 부모가 좋은 부모이고, 나쁜 부모인지에 대해서도 자주 생각하는데, 이 부분이 ‘정보 처리’에 해당된다고 한다.

그리고 ‘분업 관리’는 아빠가 자녀 양육에 좀더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여성들이 시간과 노력을 쓰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가정에서 모든 계획을 도맡아 한다는 것이다.

요즘 내가 만나는 남자들은 왜 이리도 계획을 못 세우는 것일까? 약간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남녀 관계에서 계획이 왜 필요한지를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모든 계획을 도맡아 하는 경우가 두 번은 있다. 처음 호감을 표현할 때, 그리고 프러포즈를 할 때이다. 패닉 상태에 놓인 남자들의 계획은 뻔하다. 자동차 트렁크를 꽃으로 장식하는 것이다.

수전 월저의 논문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모든 건 다 알아서 잘될 거라고 믿는 아빠 대신, 아이 축구 수업이 3시 15분에 있는데 한 시간 뒤 있을 피아노 수업 때문에 3시 20분부터 노심초사하는 아빠가 되어 달라는 것이다.

남녀 관계에서 정신노동을 분담하자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들이 많다. 집안일을 같이하고, 연말 휴가 계획을 직접 세우는 것이라고 하면 좀더 이해가 쉬울까? 아이가 데이트 상대라고 생각해보자.

운동장에서 뛰어놀 때부터 공학과 수학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고, 최고의 대학에 들어가고, 이후 우리가 은퇴했을 때 우리를 보살펴주게 될 시기까지 아이와 데이트를 계획하는 게 우리의 일이다. 물론 남편 혼자 다 알아서 하라는 말이 아니다.

여자인 나도 함께 계획을 세울 것이다. B의 말처럼 레스토랑은 내가 정말 잘 고른다. 그래도 가끔은 상대방에게 고삐를 넘겨주고 싶을 때가 있다. 바에서 영화관까지 가는 데 시간이 충분한지 전전긍긍하고 싶지 않다.

수전 월저가 말하는 ‘걱정’이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새로 생긴 사케 바를 검색하고 싶지도 않다. ‘정보 처리’이다. 그리고 바에서 영화관까지 가는데 시간이 충분한지, 남자도 사케 바에 대해 제대로 검색하고 왔는지, 그리고 과정마다 남자도 함께 걱정해주는지에 대해 걱정하고 싶지 않다.

‘분업 관리’이다. 내가 늘어놓는 불평을 들어보니 뭔가 짐작되는 부분이 있지 않은가? 데이트 계획을 잘 세우는 남자는 이미 다른 사람과는 확실히 차별화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첫 데이트를 완전히 망친 남자더라도 “우리 내일 오후 5시 30분에 영화 한 편 보고 잠깐 걸어서 근처에 있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가요”라고 확실한 계획을 알려온다면? 당연히 나간다. 남자 친구든, 남편이든 마찬가지다.

잘 계획한 저녁 데이트 한 번이라면, 아니 그보다 그런 데이트를 구상했다는 그 노력과 과정만으로도 그동안 당신에게 화나고 섭섭했던 부분이 눈 녹듯 사라진다. 기억 좀 해 두기 바란다. 아무 생각 없이 ‘우리 또 언제 볼까요?’라고 말해서 짜증내고 있을, 정신노동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당신의 그녀에게 주는 최고의 처방전은 ‘내가 예약해두었어!’라는 것을.


데이트 레스토랑 고르기

그녀의 짜증은 최소화하면서 점수는 제대로 딸 수 있는 다섯 가지 고려 사항.

  • 편리성 회사 마치고 데이트를 할 경우, 그녀 회사에서 쉽게 갈 수 있는 식당으로 고르자. 주말에는 두 사람 모두에게 접근성이 좋은 곳으로.
  • 소음 수준 사람들의 말소리는 이 식당이 인기 많다는 증거이니까 괜찮지만, 너무 시끄러운 음악은 안 된다. 여자가 원하는 것은 약간의 북적거림이다.
  • 조명 캔들로 가득한 곳은 아니어도 되지만 너무 환한 조명은 분위기를 내기에 적합하지 않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 비용 메뉴판을 미리 찾아보고, 본인 예산에 적절한 곳인지 사전에 잘 확인하자. 메뉴를 집어 든 뒤에야 자신이 고른 레스토랑의 가장 싼 메뉴가 음료수뿐이며,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음식은 사이드로 나오는 애피타이저 빵뿐이라는 사실에 당황해하는 남자? 여자 입장에서는 상상만 해도 최악의 데이트일 수밖에 없다. 예전에 와본 적이 있는 곳이라면 “여기 정말 좋아”, 처음이면 “혹시 여기 한 번도 안 와봤지? 내가 메뉴 미리 봤는데 진짜 맛있을 것 같아” 식의 코멘트면 충분하다. 본인이 이 레스토랑 음식 가격은 알고 있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으니까.
  • 음식 “이 정도면 간에 기별은 가겠네” 정도와 “너무 배불러서 다섯 시간은 꼼짝도 안 하고 누워 있어야 할 것 같아” 수준의 배부름 그 중간 정도면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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